[아기사진 주제] 에 대한 뒷북

2011.01.07 01:38

이런저런 조회 수:1822

그냥 나름대로 논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써놓고 민망해서 올리지 않으려 했다가, 다들 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올립니다.

 

 

자신의 아기사진을 올리는 유저분들이 있습니다.

 

1. 자 여기서 아기 사진을 올리는게 윤리적으로 '잘못'인가?

1-1)뭐 거창하게 아기사진 올리는게 윤리성을 가릴 문제인가? 그 많은 블로그와 싸이의 개인 일상 사진들은 뭔가? 

직관적으로 큰 잘못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비속어를 쓴 것도 아니고, 18금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건 없어보이는데요.

 

1-2) 아이의 초상권이나 사생활이 우려되므로 잘못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나절에서 며칠 사이에 아이 사진은 대부분 펑되고 있습니다. 또 아이의 권리와 안전에 대해 현재의 부모 이상으로 민감한 이가 또 있을까요? 물론 아이의 입장을 상상해봤을 때, 만에 하나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과거의 일을 알면 불쾌하거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100%확실한 걸까요? 예를 들어 한 십년 뒤 닥터슬럼프님 아드님이 "아빠. 길에서 어떤 아줌마가 니가 '닥슬님 아기구나. 많이 컸구나.' 라고 말했어.."라고 말을 하는 상황이. 과연 벌어질까요? 흠...

알게 될 가능성도 거의 없고, 알더라도 그냥 좀 짜증내고 그럭저럭 넘기지 않을까요.

 

게다가 어쨌든 남의 아이지 않습니까.

조심스러운 것은 좋은데, 남의 아이에 대해  약간 지나친 오지랖 아닌가란 생각입니다.

 

 

2. 도덕적으로 잘못은 아니지만 트라우마가 있으니 말머리를 붙여달라.

-->아이를 잃은 경험은 비교적 겪기 드물지만, 워낙 비극적이고 상처가 큰 일이기에 이 견해에 대한 심정적 반발은 그렇게 다수 의견은 아녔습니다. 또 '말머리'라는 타협안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대개의 아기사진 올리시는 분들이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압니다. 적어도 "나 말머리 못 붙이겠다."란 분은 안  계셨었죠.

 

물론 여기에도 극소수 일부 유저의 트라우마 때문에 다른 유저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란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라우마의 특수성, 비교적 손쉬운 대안의 존재 때문에 이는 큰 문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는 일종의 에티켓 문제가 되었습니다. 도덕과 에티켓은 구분됩니다. 도덕적인 것은 '당위'적이지만, 에티켓은 '권고'적이죠. '해야 된다'의 강도가 후자가 훨씬 약합니다. 그냥 사람들 기분 안 상하게 조심하자.. 정도의 당위성을 지닙니다. 장례식 때 청바지를 입는 것이 상당수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뿌리게  하지만, 그것 자체를 명문화된 규칙으로 금해야 한다고는 생각치 않는 것과 같습니다.

 

 

 

3. 원래 아기가 싫다. 남의 아기 자랑 접하는 것이 불편하다. 

3-1)이건 도덕도, 에티켓도 아닌, 그냥 취향의 문제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전 아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는 취향이기에 아기를 싫어하는 분들의 입장도 존중합니다. 아기를 싫어하는게, 뭐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겁니까.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 하나 없습니다.

아기가 좋으냐, 싫으냐, 나중에 좋아질 것이다..로 왈가왈부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답도 안 나오구요.각각 개인적 경험과 조건에서 나오는 나름의 일리가 있기 때문이죠. 그냥 그러려니.. 하는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다시말해 취향의 문제입니다. 내가 짜장면이 좋고 짬뽕이 싫으면 짬뽕을 안 먹으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게시물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됩니다. 게시물의 존재 자체가 싫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데, 옆에서 짬뽕냄새가 나면 옆의 짬뽕먹는 이에게 먹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그건 어쩔수없는거죠. 

앞에서 따져보았듯, 아기사진 올리는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금지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죠.

물론 경우에 따라 취향의 다름도 논쟁하고 고민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제 배우자가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게 저 나름의 배우자 선택 조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건 전적으로 제 개인적 문제.

게시판에서 글로만 마주치는 타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3-2) 그럼 취향이라고 무조건 다 존중해줘야 하는가. 그건 아니겠죠.

오랜 떡밥인.. 동성애 혐오도 취향이니 존중해줘야 하는가의 문제.

동성애 혐오, 유색인종 혐오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의 소수자 억압과 연관되거나 그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기혐오 혹은 애호가 사회의 어떤 억압문제와 관련이 있나요?

 

또 하나 , 아기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 분명 많건 적건 계십니다.

그럼 그 분들의 취향도 존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3) 3-2의 주제는 또하나의 논점과 관련됩니다.

개인적으로 호오를 가진 것과, 그것을 게시판에서 밝히는 것은 다른 것 아닌가란 문제..

 

유저로서 게시판에서 글 하나 쓰는 것이 그 자체로 어떤 억압을 할 순 없습니다. 듀나님 외에는 모두가 권한이 평등하니까요.

그냥 말 한마디도 못하냐.. 란 말이 그래서 자주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이 게시판은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그냥 말한마디'라고 보기엔 말의 여파가 큰 곳 입니다.

 

그래서 공개된 게시판에서 호오를 밝히는 것은, 그 취향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혹은 오프라인의 사적인 자리에서 털어놓는 것)과 질적으로 꽤 다르게 되는 것이죠.

 

그냥 말할 때 좀 조심했으면 좋겠다.. 란 말입니다.

 

 

4. 끝으로 이 점은 별로 안 말씀하시더군요.

전 미혼이고 아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듀게의 아기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와 관련한 게시물에 신경이 쓰이고 민감하게 반응되는 것은 부모로서 충분히 당연하다고 여겨집니다. 몇몇 분.. 자신의 취향(그 역시 존중받아야 하다는건 충분히 인정합니다.)은 그렇게 중시하시면서, 남의 심정에는 왜 그리 무심한걸까요. 

의견표명하지 말란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좀 조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있었으면 좋게다란 겁니다.

 

온라인공간이라고 감정의 화장실은 아닙니다. 그런걸 원하는 이에게 블로그가 있습니다. 

게시판도 여러 사람이 모인 일종의 사회입니다.  각 게시판마다 암묵적이건 가시적이건 나름의 룰과 분위기란게 있죠. 거기서 기분좋게 지내려면 서로서로 약간의 불편함은 참을 자세가 있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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