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찬찬히 검토해 볼게요.

2019.10.01 18:34

가라 조회 수:686


사장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희 회사 실권자는 등기이사도 아닌 회장이고, 그 다음은 CFO인 회장 아들입니다.엄연히 등기이사이자 대표이사인 사장은 좀 애매합니다.)


그래도 사장 지시니까 바쁘게 부랴부랴 알아보고 기획안 만들어서 보냈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갑자기 피드백이 오면서, 모레에 공장 내려오니까 좀 보잡니다. 햐.... 

사장이 모레 내려오면 내일 오전까지는 가안이 나와서 윗분이랑 또 길고긴 회의를 하면서 고쳐야 합니다.

사장의 의도는 무엇인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기획안의 내용이 바뀌고, 그런건 윗분들이 캐치를 해줘야 하는데 윗분들도 사장을 못 만나니 딱히 파악이 된게 없습니다.


그렇게 만든 기획안v2 를 보고하고... 가타부타 피드백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열흘쯤 지난 목요일에 월요일 임원회의때 같이 토론을 할테니 고쳐서 다시 달랍니다. 야이....

월요일 아침 임원회의때 토론을 하려면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늦어도 금요일 오전에는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보고 토론을 하지...


윗분 왈... 회장님이나 사장님은 지시 떨어지면 늦어도 다음날 오전에는 뭔가 받기를 원한다. 

아니 그러면 줬을때 뭔가 의견을 얘기해주던가.. 아무말도 없다가 일주일 지나서 갑자기 뭐 좀 고쳐서 다시 줘바. 그런데 뭐가 맘에 안드는지는 말 안해줘.. 라고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이렇게 한달동안 여러가지 지시를 받았고, 그럴때마다 안 짜느라고 야근 연속인데...

깨달았습니다.

아.. 사장님은 뭔가 새로운걸 하고 싶지만 거기에 예산이 들어가거나, 새로운걸 한다! 라는 티를 내는 것은 원하지 않는구나.

예산은 CFO가 쥐고 있는데, 아쉬운 소리 하기 싫고, 회장이 말도 안하고 있는데 새로운걸 한다! 라는걸 티내기도 싫어하는구나..

(아.. 그럼 그냥 하지 마세요. )


하여튼 최대한 티 안나고 돈은 안쓰는 걸로 정리해서 기획안을 올렸습니다. 드디어 OK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준비하고 시스템 만들려면 2개월은 걸리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하랍니다. 

윗분에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되는데요. 이거 사람이 일일히 수동으로 합니까?'

'해야지. 정 안되면 계약직이라도 뽑아서 해야지.' 

(하지만 계약직은 뽑아주지 않았다.)



한달째 구르고 있는데... 

'찬찬히 검토하겠다' 라는 기사를 보니까..

윤석렬씨가 부럽습니다.


아무래도 윗분은 사장이 아니라 CFO 줄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그쪽에는 우르르 모여 있어서 줄잡기도 어려우니 사장줄이라도 잡아보려는 것 같습니다.

나도 이쪽 줄에 강제 편입인가.. ㅠ.ㅠ


P.S) 오늘도 종일 윗분이랑 다른 기획안 고치는 회의 하다가 윗분 퇴근 하시고 남아서 못한일 하다 바낭질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66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66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020
110114 [연타!!] 오늘은 (대)기업인의 날~ [4] 로이배티 2019.10.17 391
110113 [넷플릭스바낭] 액션 스타 리암 니슨의 역작 '런 올 나이트'를 봤어요 [5] 로이배티 2019.10.17 608
110112 우린 장필우의 생존이 아니라 미래차의 생존을 지키는 거야,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타락씨 2019.10.17 384
110111 오늘의 마돈나 (스압) [1]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17 320
110110 [바낭] 생강청과 사우어크라우트_요리 뻘글 [10] 칼리토 2019.10.17 552
110109 [바낭] 좀 더 보람찬 잉여 생활을 위해 리어 스피커를 구입했어요 [12] 로이배티 2019.10.16 844
110108 <조커>, 인셀 [20] Sonny 2019.10.16 1779
110107 PC한 척 했던 유시민의 민낯 [5] 휴먼명조 2019.10.16 1405
110106 진단예정증명서 [18] 휴먼명조 2019.10.16 1009
110105 요즘엔 폴 해기스의 <크래쉬>가 생각나요. [2] chu-um 2019.10.16 402
110104 조커가 '인셀'을 자극한다고요?(조커 스포일러 대량 주의) [35] 메피스토 2019.10.16 1667
110103 바낭) 여행+불안감 [5] 그냥저냥 2019.10.16 524
110102 [바낭] 건강 검진 뻘글 [21] 칼리토 2019.10.16 864
110101 이런저런 일기...(젊음과 노력, 쇼핑번개) [1] 안유미 2019.10.16 439
110100 조커 보다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50] McGuffin 2019.10.16 2210
110099 요요현상, 옷을 새로 살 것인가 고민 중 [17] 산호초2010 2019.10.16 791
110098 오늘의 80년대 일본 스크린 잡지 부록-남배우 헤어 카탈로그(스압)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16 481
110097 [바낭] 본격 배달의 민족 잡담 [21] 로이배티 2019.10.16 1249
110096 이해할 수 없는 일들 9 (판단과 평가) [7] 어디로갈까 2019.10.16 827
110095 BIFF 영화 후기- 시너님스, 도이치 이야기 [4] 보들이 2019.10.16 5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