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11:04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이런 칼럼을 실었더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0/2019092001378.html (브라만 좌파 對 상인 우파)
피케티의 저서에서 인용했다고 하던데... 근데 이 사람들 피케티 공산주의자라면서 적대시하는 입장 아니던가? -_-a
아무튼... 이 글이 내 관심을 끈 이유는 내가 예전에 토인비의 세계사 책을 읽었을 때 흥미를 끈 귀절이 생각나서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는데 "교리와 지식 밖에는 가진 것이 없던 브라만 계급이 어떻게 무력을 독점한 크샤트리야와 온갖 부를 소유한 바이샤 계급을 누르고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지금으로서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니 이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은 당시 이 글을 읽을 때만큼 이 귀절에 동감하지는 않는다. 우선 군인에 대한 경멸은 많은 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좋은 쇠로는 못을 만들지 않고 좋은 인재는 군인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가? 옛날에는 "저기 사람하고 군인이 같이 지나간다"는 말도 많이 썼다고들 하더군. ^^ 상인에 대한 경멸에 대해서야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신분제인 사농공상(士農工商) 이란 말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진중권도 말했듯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8/2019092801257.html) 지금 우리나라의 좌파건 우파건 도덕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미 분명해졌다. 그럼 그 둘의 차이점은? 확실한 건 지식인 사회에서 좌파의 세력이, 군인과 상인 사회에선 우파의 세력이 강하다는 것이고 또 두 편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지금의 상황을 보건데 현재의 집권세력도 그렇고 앞으로의 전망을 보더라도 좌파가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과거 인도에서 브라만 계급이 크샤트리야와 바이샤를 누르고 최고 계급을 차지하게 된 사실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좌파(브라만)의 승리를 가져오게 된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문열의 초기 작품(물론 그떄는 지금처럼 맛이 가기 전이었다) '들소'라는 소설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저들(집권세력)의 칼날이 아무리 무서워 보여도 분명히 알아둘 것이 있다. 당신들(피지배 계급)의 동의가 있지 않은 한 저들의 칼은 어디까지나 반쪽에 불과하다. 남은 반쪽은 항상 당신들 손에 쥐어져 있다"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을 보면 바리스가 티리온에게 한 말 중에 이런 것도 있다. "권력이란 인민들이 있다고 믿는 곳에 있을 뿐" 이 역시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조국을 옹호하는 쪽에서 하는 말이 무엇인가? 그의 배경과 재테크 실력을 볼 때 어떤 우파 귀족들 못지 않는 타고난 금수저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조국이 "흙수저 편을 드는 금수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그냥 자기만 잘 먹고 살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민중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하니까 주위로부터 온통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 주장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것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좌파들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로부터 미루어볼 때 과거 인도에서 브라만이 계급투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이유는 이들이 "그냥 주둥이만으로라도" 피지배 억압 계층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척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언행이 일치해서 나쁜 짓을 하는 깡패보다 행동이야 어찌됐건 말로라도 좋은 소리를 하는 위선자가 사회에 해를 덜 끼친다는 점에서 그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남겨놓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
2019.09.29 11:32
2019.09.29 22:01
사실 요즘들어 이념의 실질적인 구분이 의미없어지고 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다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정체성이라고 할까... "나는 XXX이다", "너는 YYY다" 하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겠죠. 지금도 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자신이 진보적이고 저쪽은 수구꼴통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자한당 사람들은 자신이 정통보수, 조국과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지 않을까요?
뭐... 여기서 '진정한 진보' 어쩌구 하는 레토릭은 아무 의미도 없겠죠. (정의당은 지금 뭐하고 있나...)
2019.09.29 15:58
2019.09.29 22:07
모든 인간들은 위선을 부리고 있으며, 사실 위선이란 인간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의범절이라는 거 자체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위선이죠. 이런 게 없다면 사람들은 미운 놈이 눈앞에 보일때마다 주먹부터 휘두르게 될텐데 이러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어요.
위선이 나쁘다고 보는 경우는 "말은 바르게 하면서 행동은 악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했을 때인데, 이것은 바른 말이 나쁜 게 아니라 악한 행동이 나쁜 것 뿐이고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는 동어반복일 뿐입니다.
2019.09.29 20:19
2019.09.29 22:12
'진정한 좌파'라는 것은 '진정으로 선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찾기 어려운 존재고... 현재 좌파라 불리면 좌파라고 봐야 한다고 봅니다.
"브라만은 승려계급...", "우리나라 북쪽에는 김일성...", "남쪽에는 태극기 홍위병..." 결국 이들이 브라만 계급 맞네요. 동의하시는거죠? ^^
2019.09.30 00:33
2019.09.30 07:04
soviet가 해체되면서 좌파는 끝난거에요, -> 누구 마음대로요? 좌우파란 명칭부터 프랑스 혁명 때부터 있어온 데다가 범위를 넓혀 잡으면 인류 시작때부터 있었다고 봐도 됩니다. 굳이 소비에트 해체와 연관시켜서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죠.
브라만이 인도사회를 지도할 수 있었던이유 -> 인간의 약한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
대한민국의 좌파 -> 인간의 약한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파고들고 있다(홍위병 조극기부대, 북한의 주체사상 등)
그러니까 좌파가 브라만이란 겁니다. 님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면서 뭐가 문제인 건가요?
2019.09.30 23:40
2019.10.01 10:29
이미 글은 한참 뒤로 밀렸는데... 누가 이걸 보고 지적합니까? 뭐 보시건 말건 맘대로 하시고...
좌파는 기존 체제의 전복을 말합니다. -> 네. 그러니까 지금 체제의 전복을 원하는 자들은 좌파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들이 없다는 말입니까? 왜 반드시 소비에트식으로 체제를 전복해야 좌파라고 부르겠다는 말입니까? 단어의 정의를 그런 식으로만 해야 한다는 권리는 누가 내려준 건가요?
브라만은 승려계급 맞아요. 태극기, 조극기, 주사파 모두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하는 거 맞고요. 그런데 태극기(우파)보다 조극기(좌파)가 훨씬 더 인간의 신앙심을 잘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좌파와 종교적 신앙심이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관 없는' 관계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브라만도 사람의 신앙심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지위를 챙겼을 뿐이지 실제 신앙심은 별로 없었다는 말도 가능합니다. 좌파 역시 마찬가지고요.
2019.10.01 13:47
좋은 얘기입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은,
진중권이 말한대로 좌파와 우파가 도덕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라고 한다면(그게 사실인 것 같지만요)
과연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구별이 의미있어지는 지점이 뭐가 있을까요?
위선 vs. 언행일치?
진중권의 말에 암묵적으로 드러나있다고 저 혼자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좌/우파 간에 이념의 차이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여기서 '좌파'는 민주당을 말한다고 전제한다면 말이죠)
이념의 차이도 없고 도덕성의 차이도 없는 민주당 vs. 자한당의 권력 다툼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그게 진중권이 말하려던 우중의 정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논리에서 '이도저도 세상이 다 싫어서' 정의당 탈당계를 내게 되지 않았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