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학부 졸업논문...

2019.08.20 15:38

가라 조회 수:815

논문 얘기 나오니 떠오른 바낭입니다.


요즘에는 학부 졸업논문 어떻게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논문 쓸때는 요식행위 였습니다.


보통 4학년 여름방학때 지도교수 배정 받아서, 교수님이 주제 정해주면 그중 적당한거 골라서 해외 논문 번역해서 짜집기 하고, 국내 논문 짜집기 해서 문헌조사해서 적당한 논문 하나 내면 끝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좀 신경 써주면 몇번 리뷰해서 지적 받으면 수정하고..

전혀 신경 안쓰면 제출하면 슥 보고 왠만큼 엉망 아니면 패스시켜줬죠.


학과 교수님들은 대충 성향을 알잖아요.. 그래서 지도교수 배정은 뽑기로 했어요.

그런데, 대학원 진학 예정인 친구들은 자기 전공에 맞춰 이미 랩으로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기 많은 교수님은 자리가 몇개 없어서 치열했죠.


하여튼, 저는 뽑기운도 없었는지라 제일 소문 안 좋은 교수님에게 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예정자 네명이서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교수님이 그래, 내일부터 출근해야지? 하더라고요.

졸업논문 쓰러 자기 랩에 매일 출근하래요. 

다른 교수님들은 주제 던져주고 언제까지 초안 보내라.. 이러는데...


당연히 저희는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랩에 출근을 왜 하나요? 저희가 대학원 갈것도 아닌데? 라고 반문 했고..

결론은 교수님은 저희한테 졸업을 꽁으로 할셈이냐.. 논문 쓰는게 만만해 보이냐.. 라면서 혼을 냈어요.

하지만 저희도 곧 졸업을 앞둔 예비역들인데, 교수가 압박한다고 순순히 출근할 위인들이 아니었지요.

다른과에서도 그렇고 취업준비생들이 졸업논문 쓰려고 방학때 매일 랩 출근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교수님이 어디 추천서라도 써주실거냐? 우리도 토익 학원 다니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고 할거 많다..라면서 대들었고.. 결국 교수님은 나가! 니들 같은 애들은 졸업 시키면 안돼! 라며 쫒아냈습니다.


그길로 우리는 학과장을 찾아갔고... 학과장은 한숨을 쉬더니 자기가 얘기해볼테니 일단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는 뿔뿔히 흩어져 다른 교수님들한테 한명씩 배정 되었고...

다들 그러듯이 '문헌조사를 통한 논문'을 써서 패스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교수님이 가르치는 분야도 저물어가는 분야였고, 성격도 안 좋아서 우리 학교 출신들이 아무도 그 교수님 랩으로 대학원을 안갔습니다. 랩에 두명 있는데 모두 타교 출신이었고...  그러니 만만한 학부생들 여름방학때 부려 먹으면서 자기 랩으로 진학하라고 압박해볼 생각이었던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해에도, 그 교수님으로 배정 받은 후배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반발하고 '선배들이 학과장님한테 가서 해결했대!' 라고 해서 학과장님 찾아가서 다른 교수님들에게 배정 받고... 해당 교수님은 그 다음해부터는 학부생들에게 방학때 랩에 출근하라는 얘기를 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논문을 계속 빠꾸 놔서 여전히 후배들에게 인기는 없었다고...)


지금은 정년퇴직한지 한참 되었다고 하던데..  

요즘 학부 졸업논문은 제대로 쓰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8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8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139
109497 홍콩 송환법 철회.. [6] madhatter 2019.09.04 762
109496 오늘의 스누피 엽서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04 360
109495 세월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1] 가끔영화 2019.09.04 697
109494 조국 딸의 생기부 유출 및 유포 사건 - 광기의 결과 [47] ssoboo 2019.09.04 1806
109493 연극리뷰 모임 안내입니다 :) 젤리야 2019.09.04 312
109492 유일한 참언론인 김어준 [8] 도야지 2019.09.04 936
109491 검찰, 언론이 참 믿음직스러우신가 봐요 [4] 도야지 2019.09.04 688
109490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16] 도야지 2019.09.04 933
109489 일드 메꽃-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들 [4] 보들이 2019.09.04 792
109488 조국 씨 기자간담회 단상 [3] Joseph 2019.09.03 1132
109487 이안 감독의 자서전? 중 영어로 번역된 것이 있을까요? Joseph 2019.09.03 362
109486 이런저런 일기...(조국, 편집권, 냉라멘) [3] 안유미 2019.09.03 818
109485 오늘의 편지 봉투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03 268
109484 최근에 봤던 미드, 영드 [9] 산호초2010 2019.09.03 1462
109483 인간적이면서 밝은 영화가 있을까요? [14] 산호초2010 2019.09.03 898
109482 “출산의 의무를 다 하라” [5] ssoboo 2019.09.03 1210
109481 [회사바낭] 여러가지 [1] 가라 2019.09.03 494
109480 [드라마바낭] 닐 게이먼 원작의 '아메리칸 갓' 시즌 1, 2를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19.09.03 1745
109479 영화 ‘체르노빌’ - 꼭 보세요! 정말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4] ssoboo 2019.09.03 1294
109478 자유당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을 왜 했는지 알겠어요. [7] ssoboo 2019.09.02 17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