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문제의 논문주제와 밀접한 이공계 전공자이며 지금도 관련분야 현직에서 근무중입니다.
논문이 논란이 되었을 때, “고2 외고생의 2주동안 인턴쉽만으로 의학논문 제 1저자 등재” 라는 사실만으로도 저 또한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실제 논문 원본을 보고서는 순수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아래 게시판 몇몇 글에 “쉬운 내용의 소논문에 영작도움을 준 정도, 그당시 고등학생 입시 위해 소논문 쓰기는 흔한일” 이라는 언급이 있던데 절대 아닙니다. 저도 대충 교수가 적당한 논문에 이름을 넣어준거겠거니 생각했는데요.
아닙니다. 아니예요. 이건 완전 제대로된 오리지널 아티클입니다. 대학원생이라도 혼자쓴다는건 불가능하고 고정연구원있는 제대로된 랩실에서 몇년간 수백번 실험하고 로우 데이터 모으고 통계돌리고.. 관련 전공자라면 다들 통감하실겁니다. 이건 병리학 박사학위 받아도 손색없는 논문이예요.
심지어 대학병원 저널 컨퍼런스 때 발표해도 해당분야 전공 임상교수가 아니면 질문한번 못할 그런 수준높은 논문인데 ..분명 누군가가 몇년간 고생해서 썼을텐데 이걸 고등학생한테 1저자를 줬으니 실제 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괜히 마음이 짠해지는 정도의 논문이란겁니다. 게다가 국가 펀딩까지 받은, 해당교수한테도 중요한 프로젝트였을겁니다. 의과대학기초교수라고 누구나 국가펀딩 논문 쉽게따내서 쓰는거 절대 아니거든요.
생판 모르는 고2짜리 인턴쉽 학생이 “ 방학때 먼거리를 다니며 2주동안!!!열심히 한게 기특해서” 1저자를 주는!!!! 그런 차원의 논문이 절대 아니란거죠ㅠㅠㅠㅠㅠ 괜히 제가 눈물이 흐릅니다 (제 석사논문은 저 논문의 발끝도 못오는 비루한 것이지만 3년이 걸린것이 기억나서 이러는건 아닙니다)
맹세할수 있어요. 고2문과생이 저 논문에 모래알 만큼 기여를 하기는 커녕 연구실에서 돗자리깔고 저 논문을 이해하기만 하려고 해도 2주는 모자를 거라는걸요.
청탁을 한 본인도 이 논문에 들어간 피땀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전혀 모를듯.. 그냥 이공계 교수한테 논문 한편 달라고 부탁해서 받은 정도로 생각하겠죠. 해당교수는 정말 쓸데없이 과분한 훌륭한 논문을 주었네요.. 본인도 자기 입으로 그 논문의 제 1저자를 고등학생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손해를 본건 자신이라고 했죠.. 그건 솔직한 심정이었을겁니다. 몇년짜리 국가펀딩논문을 해맑은 2주짜리 고딩이 꿀꺽했는데 뒷처리는 꽤 하셨겠죠..
입시 사정관이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논문을 abstract라도 훓어봤으면 고등학생이 1저자라는게 얼마나 코메디인지 알았을텐데... 저거를 고딩때 1저자로 쓸정도면 (1저자라는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문을 실제로 주도적으로 쓴 인물을 지칭하는거라면) 노벨상이 꿈은 아닐 천재고 국가의 인재죠. 그런데 고2때 저 논문을 병리학회지에 발표한 인물이 실제 의대에 진학해선 병리에서 F 받았다죠.
답답하고 답답하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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