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업무에 치여 죽기 직전에 다잉메시지라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해서..

는 아니고 그냥 머리 식히고 싶어서 잡담 해 봅니다.

 

오늘 안에 보고서 2개를 써야 하는데 둘 다 손도 못댔는데..큰일이군요.

 

1.

 

원래 업무를 하는데 크게 효율이 떨어지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요즘 좀 이상한게, 조금만 생각 비슷한 것을 하려고 하면 열이 오르고 아파요.

마치; 초등학교 다닐때 학교가기 싫어서 아침마다 열나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정말 하기 싫은 게 아니거든요.

 

기존의 업무들은 나름 익숙해졌고, 새로 맡은 업무들은 도전정신(!)을 발휘할만한

이를테면 업그레이드의 과정이라고 생각되는 업무들이라서 잘 해내고 싶은데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지 개요를 짜는 순간부터 해당 업무를 완료할때 까지 열이 납니다.

쉰다고 열이 내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지금 하는 일이 분석/컨설팅 쪽이라서

답이 없는 문제니까, 관점도 휙휙 바꾸어보고 근거들을 재구성해야 하니까 머리가 아픈건가. 했는데

-제가 일을 막 하면서 정리하는 타입이 아니고 머릿속에서 보고서를 거의 다 쓴 후에 장표에 옮기는 스타일이라-

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글 하나 쓸 때도 그래요.

 

뭔가 관심가는 주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 생각만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뭔가 대단한 걸 하는게 아니라 그냥 잡담인데도.

예를 들어 나꼼수에 대한 글 쓸때도 일요일 오후쯤에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내내 열이 났어요.

생각하기 전엔 멀쩡했고..; 월요일 오전에 글로 옮기고 나니 안 아프더군요.

그건 일도 아닌데, 내가 원해서 생각하는 것인데도요. 써가면서 생각했으면 안 아팠을까, 그건 모르겠네요.

 

심지어 어떤 단어에 마음이 가면, 그 단어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뭔가 구성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단어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생각을 멈추려 하죠. 나는 일을 해야하니까.

그러면 다른 일을 하는 동안 계속 머리가 아파요.

그 생각에 끝을 볼 때 까지, 뭔가 명쾌해질때까지 머리가 아픈거예요.

 

아무튼 최근에는, 생각이란 게 저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생각의 ㅅ 만 시작되면 열이 날 리가 없겠죠.

한 가지 다행인건, 아프다고 해서 꼭 업무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서 그냥 꾸역꾸역 하면 된다는 것.

안 좋은 건, 진짜 아픈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이네요.

다들 꾀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하긴 저부터도 제가 의심스러우니 할 말이 없어요.

 

2.

 

외로움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만 도무지 외롭지 않을 방도는 없지요.

 

오래된 어두운 감정들은, 절망이나 자기 비하, 자기 연민, 외로움, 그런 것들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어떤 결과로서의 현상이라기 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에너지를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밀어내는 바람과 같아서

자칫 파도에 휩쓸리면 너무 추우니까 너무 멀리 가기전에

가능하면 돛을 달거나 갖은 노력을 해서, 놓쳐버린 일상의 키를 제대로 잡고 움직일 필요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상 그러한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자체 동력으로 기능하기 시작하면

모든 상황들, 관계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군요.

내 배에는 아주 조금 물방울이 튀었을 뿐인데 마치 무릎까지 바닷물에 잠긴 것 같고.

 

일단 북풍이 불기 시작하면 배를 멈추는 것만해도 아주 큰 노력이 필요하므로

우선 멈추고, 내 발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우선 확인하고, 그리고 다시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최근에는, 주로 혼자 생각하는 편이어서 '우선 멈추기'를 먼저 해요.

숨을 좀 고르고,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상황이 나쁜가, 내가 나쁜가, 그들이 나쁜가 따져보면

얼마나 과장된 부분이 많은지 의외로 쉽게 보였어요.

 

물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쉬울거예요. 내가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게 되었는가,

나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왔고 강화해왔는가, 어디서부터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가 분석하는 과정에서

멈추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일들이 가능해지겠죠.

 

기다리다보면, 전환의 계기는 의외로 사소한 곳에서 시작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도-내 감정을, 내 외로움을, 내 변화를- 

사실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런 이야기가 왜 하고 싶어졌는지는 잊어버렸어요.

모두 좋은 월요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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