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적비연수'의 다음 해, 2001년에 나왔습니다.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1분. 스포일러랄 게 없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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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포스터의 장혁 표정이 참 허접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컨셉인 영화인 줄은 이제 알았습니다. ㅋㅋ)



 - 초반에 대충 뭐라뭐라 설명이 나오긴 하는데 의미 없습니다. 그냥 환타지 세계구요, 밑도 끝도 없이 학생들이랑 선생들이 무공을 익혀서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 약육강식!! 뭐 이러고 산다는 것만 알면 되는 세계에요. 

 우리의 주인공은 장혁이 연기하는 김경수라는 녀석인데,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본의 아니게 짱 센 내공을 갖게 되어 버린 놈이죠. 하지만 어리버리하고 겁많고 소심해서 걍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데 자꾸 다른 학생들이 도전한다고 난리를 쳐서 사건 사고에 휘말리다가 퇴학 & 전학을 여덟차례. 그러다 도착한 '화산고'라는 곳에서 교장이 숨겨 놓은 비급을 노리는 다른 학생들 및 나아쁜 선생놈들 몇 명 때문에 개고생을 하게 된다... 뭐 이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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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카리스마와는 100광년 쯤 거리를 두는 개그 캐릭터였다는 거.)



 - 그 시절에 예고편을 보고서 "아 이거 딱 내 취향인데 ㅋㅋㅋ 근데 요즘 나온 한국형 블럭버스터란 영화들 꼴을 보면 분명 재미 없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냥 안 봤어요. 근데 요즘 달리고 있는 시리즈(?) 컨셉을 생각하니 이게 또 딱 맞는 것 같고. 해서 마침 티빙에도 있길래 그냥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거 괜찮네요. ㅋㅋㅋㅋㅋ 그때 극장에 가서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괜찮음'이란 게 그리 유니버설하진 않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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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대역을 많이 썼겠지만 그래도 배우들도 참 고생 많이 했겠다 싶은 영화였습니다. 뭐 액션씬이 거의 다 와이어에요.)



 - 이 영화는 제가 며칠간 본 다른 영화들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한 점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냐면,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단 한 순간도 진지해질 생각이 없는 영화라는 겁니다. 뭐 막판에 나름 진지한 척 무게잡는 게 없진 않은데, 그래봐야 일본 소년 만화 '최종 결전' 클리셰 같은 거라서 관객인 저까지 진지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구요. 

 암튼 그냥 허랑방탕한 환타지 배경에서 말이 되는 이야기 만들 생각 없이 '무협 액션으로 볼거리 잔뜩 깔면서 웃겨보세!' 라는 게 목적인 영화이고. 덕택에 진지한 영화였다면 당연히 문제였을 많은 부분들을 그냥 웃어 넘기게 됩니다. 게다가 의외로 영화에 불쾌함을 느낄 구석이 거의 없어요. 시종일관 폭력이 난무하지만 생각외로 둥글둥글하고 건전한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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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우가 나왔다는 걸 20년간 까먹고 살았네요. 분량이 좀 많이 나오는 카메오 수준이었다는 게 또 반전.)



 - 그리고 영화가 최우선으로 삼는 액션 부분은요. 음.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평이 극단으로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일단 이 영화의 컨셉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본 만화식 세계속에서 무협 액션 하기' 입니다만. 


 이 영화가 의외로 되게 잘 해내고 있는 건 전자에요. 당시 뮤직비디오들 같은 데서 유행하던 과장되고 왜곡된 색감과 똥폼의 극에 달해서 부자연스런 앵글을 시작부터 끝까지 밀어 붙이고, 거기에 일본 만화책에 나올 것 같은 성격의 캐릭터들이 일본 만화책에 나올 것 같은 스타일링을 하고선 오버액션으로 웃기고, 비장하게 폼 잡습니다만. 그게 꽤 그럴싸해요. 오히려 일본에서 만드는 만화 원작 실사 영화들보다 훨씬 덜 부담스럽고 더 그럴싸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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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전에 식상해진 김수로식 오버액션 연기지만 오랜만에 보니 또 괜찮더라구요. 뭣보다 캐릭터&영화 톤과 딱 맞습니다.)


 그런데 '무협 액션' 쪽을 보자면 뭐랄까...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싸움 장면들이 나오는데, 진짜로 '무협' 액션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와이어 액션을 잔뜩 넣어서 만화적으로 연출한 한국식 격투 액션 같은 느낌. 후반에 허준호의 최종 빌런이 등장하고 나선 그래도 무협스러운 게 조금 나오긴 하는데 너무 기본적인(?) 기술만 좀 나오고. 또 클라이막스의 격투에선 붕붕 날며 장풍만 날려대서...

 하지만 액션 안무도 나쁘지 않고, 와이어 액션도 생각보다 되게 괜찮게 잘 찍어냈으니 액션이 나쁜 건 아닌데, 본격 무협 액션이라고 하기엔 또 많이 하찮아지고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전 그다지 무협 영화 팬은 아니어서, 그냥 좋게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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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호가 늘 하던 허준호 캐릭터를 연기하구요. 기나긴 런닝타임 좀 활용해서 저 부하 선생(?)들도 개성 좀 살려줬음 좋았을 것을.)



 - 그리고 아예 작정하고 이야기도, 캐릭터도 얄팍해져 버리니 배우들도 편해 보입니다. 주인공보다 비중이 훨씬 큰 꼬마 빌런 역할의 김수로는 그냥 본인 스타일대로 '음핫하~' 거리면서 영화 내내 즐거워 보이구요. 장혁이나 권상우는 연기력으로 별로 좋은 소리 못 듣던 시절이었지만 캐릭터가 워낙 단순해서 연기가 어색하단 생각은 안 들어요. 특히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흉내내며 개그를 치는 장혁은 오히려 진지한 연기 할 때보다 좋아 보이더군요(...) 신민아는 대사가 조금만 길어져도 바로 어색해지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긴 대사가 한 두 번 밖에 안 나옵(...) 거기에 허준호는 늘 하던 허준호식 악역 연기만 적당히 하지만 그 캐릭터에게 필요한 게 딱 그것 뿐이라서 참 잘 캐스팅했다 싶고요. 뭐... 그렇습니다. 배우들에게 연기력보단 비주얼과 액션 소화력을 요구하는 영화이고 다들 거기에 맞게 잘 캐스팅 됐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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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효진은 아직 비중이 작지만 당시 자주 맡던 '못 생긴 여자애' 역할도 아니고 비주얼이 괜찮게 나옵니다. 아기아기한 신민아도 마찬가지구요.) 



 - 뭐 역시나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쉬움이 없지 않겠죠. 

 그 시절엔 나름 간지나는 스타일이었던 그 과장되고 왜곡된 색감들 같은 건 지금 보기엔 그냥 답답하고 눈 아픕니다. (하지만 덕택에 cg의 위화감이 줄어들기도 해요) 그 시절엔 나름 유행이었던 그 시도 때도 없이 화면 멈추고 자막 넣는 연출 스타일도 너무 자랑스럽게 남발해서 낡은 느낌이 들구요. 위에서 이미 한 얘기지만 액션 장면들에 아이디어가 부족합니다. 이만큼이나 많은 싸움 장면을 넣을 거였으면 이것보단 좀 더 개성과 아이디어를 추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근데 사실 이런 건 22년 묵은 영화라는 점에서 대략 이해해줄 수 있는데, 가장 아쉬웠던 건 분량과 완급 조절이었습니다. 이게 두 시간씩이나 전개해야할 이야기가 아니에요. 한 이십 분 정도 쳐내고 액션 장면들에 기-승-전-결을 제대로 살렸다면 훨씬 재밌게 봤을 것 같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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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바로 1년 전 영화인 '단적비연수' 대비 cg가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 그래도 어쨌거나 재밌게 봤습니다.

 역시 뭐 지금 이 시국에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만큼 강력하고 훌륭한 뭔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라고 만들어진 오락물 중에 이만큼 실제로 생각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게 그리 흔치는 않거든요. ㅋㅋ

 기술력도, 이야기 구성 능력도 한참 업데이트된 요즘 시국에 시리즈물로 다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네요.

 마지막으로 그 시절에 이런 이야기,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 제작비 60억을 투척한 싸이더스의 무모함에 찬사를 보냅니다. 하하.

 잘 봤어요. 




 + 사진 찾다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영어 제목으로 검색을 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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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니 이게 뭐람. ㅋㅋㅋㅋㅋㅋ



 ++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은 그래도 2014년 '가시'가 마지막 연출작이니 꽤 오래 살아남았네요. 근데 다른 필모 중에 '박봉곤 가출 사건'과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이 있다는 게 나름 놀라웠던. 이 영화들이 다 같은 사람이 만든 거라니(...) 그리고 각본가 중엔 '구미호'의 박재헌 감독이 있습니다. 어머나.



 +++ 아 아쉬운 점 하나. 다른 볼 곳이 없는 가운데 티빙에서 서비스 해주는 건 좋은데, 화질이 구립니다. ㅠㅜ 가뜩이나 과장된 색감이 어두운 장면 많고 또 맨날 비 쏟아지고, 거기에다 좀 모자란 cg까지 난무를 하다 보니 화면이 지저분해 보일 때가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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