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게일 Abigail (2024)

2024.05.25 21:09

DJUNA 조회 수:1496


램버트라는 수상쩍은 인물에게 고용된 한무리의 범죄자들이 애비게일이라는 어린 발레리나를 유괴합니다. 이들은 램버트가 지정해 준 낡은 저택으로 애비게일을 데려옵니다. 이제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몸값을 나누고 저택을 떠나면 끝입니다. 그런데 저택 안에서 범죄자들은 한 명씩 살해당하고, 애비게일의 아버지가 유명한 범죄조직의 리더인 크리스토프 라자르라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그리고 라자르에겐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발데스라는 부하가 있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신분을 숨기고 범죄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 걸까요?

라디오 사일런스의 신작 [애비게일]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 관객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봐야 효과가 극대화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에게 이건 불가능하지요. 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가 영화에서는 몇십 분 뒤에나 밝혀질 반전을 노출시키고 있으니까요. 애비게일은 발데스입니다.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뱀파이어지요. 어쩔 수 없지요. 내용을 노출시켜야 타겟 관객들이 극장에 올 테니까요.

유니버설에서 만든 뱀파이어 영화라니, 그냥 이치에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니버설 호러인 [드라큘라의 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두 영화는 닮은 구석이 없어요. 일단 [드라큘라의 딸]의 잘레스카 백작부인은 성인 여성인 걸요. 그리고 영화가 굴러가는 모양은 유니버설 호러보다는 해머 영화에 가깝습니다. 뱀파이어 영화의 관습을 쓰는 방식과 폭력의 강도 같은 거 말이죠.

피가 잔뜩 쏟아지고 신체손상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엄청 잔인하거나 징그럽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그보다는 거창하고 요란하지요. 코미디의 성격이 강하고, 멜리사 바레라가 연기하는 조이를 제외하면 모두 대놓고 악당인 영화라 영화 속의 폭력이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도요. 그렇다고 이 캐릭터들에게 보는 맛이 떨어진다는 건 아닙니다. 처음엔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지만, 의외로 쉽게 가능합니다. 그만큼 경제적이고 선명하게 만들어진 사람들이에요. 하는 짓들도 꽤 재미있고 캐스팅도 잘 뽑았습니다.

발레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는 설정으로 영화 반이상을 먹고 넘어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고전적인 가족 영화의 설정과 교훈을 유지하고 있기도 해요. 도입부의 '손가락 약속' 장면에서부터 관객들은 어떻게든 그 약속이 지켜질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되니까 이건 당연한 귀결이고, 이런 스토리라인이 피칠갑 호러 영화와 결합될 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24/05/25)

★★★

기타등등
1. 램버트는 자기가 고용한 범죄자들에게 랫 팩 멤버들에게서 따온 이름들을 줍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그걸 알아들을만큼 나이가 많지 않아서 한참 헤메더라고요.

2. 이 영화를 찍고 요절한 앵거스 클라우드에게 헌정되었습니다.

3. 도입부는 누가 봐도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구성을 가져온 것인데, 중반에 대놓고 그 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감독: Matt Bettinelli-Olpin, Tyler Gillett, 배우: Melissa Barrera, Dan Stevens, Kathryn Newton, Will Catlett, Kevin Durand, Angus Cloud, Alisha Weir, Giancarlo Esposito

IMDb https://www.imdb.com/title/tt27489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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