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에 화가 가라앉질 않아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어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A, B, C라는 직원이 있습니다. 이 중 A가 저 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의 상사는 철저하게 비이성적이고 피해망상증을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좀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일 처리를 드럽게 못합니다.

일을 벌려 놓고 수습을 안 합니다.

일이 꼬이는 것 같다 싶으면 부하 직원한테 연락처 넘기고 니가 해!라고 하는 스타일이죠.

 

회사가 생긴진 13년이 넘었지만 1년 넘게 일한 직원이 저(1년 1개월) 하나뿐입니다.

현재 일하는 직원은 4명이지만 모두 부장을 싫어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를 하나하나 하다보면 끝도 없을 테니까요.

세상에 '가장 싫은 상사 유형 50가지'를 모두 모아 놓았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곳은 팀장도 없고 상사도 없습니다.

이곳의 상사는 딱 두 분입니다. 부장과 실장. 실장은 부장 와이프고요.

실장은 딱 한마디로 '그냥 아줌마'입니다. 법적인 지식이라든지, 일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전혀 모르고

누구 없으면 그 사람 뒷담화 까길 좋아하고 하는 분이죠.

 

오늘 저녁 야근을 하려고 하다가 남아있던 직원 3명이 있었습니다.

그 중 1명, B가 퇴근 시간 후 부장한테 불려갔죠. 내일이 마감인 어떤 프로젝트에 대폭 수정을 가하라는 거였습니다.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B는 자리로 돌아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안 그래도 내일이 마감인데 빡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B가 부장에게 끌려가 있는 동안 저와 C는 부장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게 듣기 싫다며,

꼭 마감 때만 되면 일 시키려 든다고 메신저로 뒷담화를 깠죠.

 

그리고 A, B, C는 편의점에 저녁을 사러 갔습니다.

그때 일이 벌어진거죠.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머리를 좀 식히고 있는데

저 100미터 멀리 부장과 실장이 퇴근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를 향해 손을 흔들더군요.

저게 오라는 건지, 인사를 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등을 돌리고는 반대편으로 가다가

또 다시 손을 흔들더군요. 그래서 B가 그 멀리까지 걸어 가 보기로 했죠. 저와 C는 자리에 있고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B가 저희쪽으로 왔습니다.

부장과 실장이 에어컨을 끄려고 하다가 컴퓨터로 우리가 한 대화 내용을 보았다며 "어떻게 감히 상사에 대한 욕을 할 수가 있냐며"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일단 편의점에 가기 전에 에어컨은 껐고요.

에어컨 리모컨은 제 자리에 있었기에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고..(그들은 가장 멀리 깊숙히 있는 C의 컴퓨터를 봤으니까요.)

도저히 일부러 본 게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팩트는 이렇습니다.

일부러, 3명의 직원이 저녁을 먹으러 간 사이, 컴퓨터를 뒤져서, 뒷담화했는지 보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상사한테 욕을 할 수 있냐"라고 말을 한 거죠.

그들에겐 상사라는 건 '하늘'과도 같은 것이어서 절대로 욕해서는 안되는 존재인가 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부모도 아니고, 제가 은혜를 입은 선생님도 아니고,

생판 제3자에게 왜 욕을 못합니까. 대놓고 한 것도 아닌데, 실수로 그 사람한테 보낸 것도 아니고. 그것도 뒤에서.

 

아마도 내일 저와 C는 회의실에 끌려가겠지요.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죽어도 '잘못'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실수로 부장한테 대화를 잘못 걸거나, 대놓고 말로 욕한 게 아니거든요.

동료와 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철저히 1:1이었고, 전파가능성도 없기에 명예훼손도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메신저 내용을 훔쳐 보는 걸까요.

 

아무튼 회의실에 끌려갈 땐 끌려 가더라도...

어떤 사적인 말로 '상처'를 받았다는 점에선 사과할 용의가 있지만,

(개인의 감정적인 상처에 대해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잘못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사 욕을 상사 모르는 데서 한다고 그게 엄청난 일인가요.

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컴퓨터를 함부로 뒤진 거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제가 보기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그것을 출력해서 형광펜으로 쫙쫙 그었을 만한 성격이거든요.

저런 건 사생활 침해가 아닌지요?

 

제가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입니다.

1. 여기서 A, B, C가 잘못을 했다고 하면 어떤 잘못을 한 건지(부장실장에게)

2. 내일 끌려가서 이야기를 할 때 컴퓨터를 뒤진 행위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3. 컴퓨터를 뒤진 행위는 사생활 침해가 아닌지(물론 입사할 때 이에 관한 계약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4. 기타 조언 등

 

p.s. 멘붕상태인 저를 불쌍히 여겨 제 행동에 대한 비난을 하고 싶더라도 조금만 접어 두시길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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