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화, 애니, 피규어등 여러 취미관련 오타쿠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저도 활동한지 오래되었지만 상당수가 이 커뮤니티가 생기기 전 PC통신 시절부터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원로급?들이죠.


어느 정도 항렬이냐면 애니쪽으로는 LD부터 모았고 게임은 MSX부터 시작했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같지만 가끔 만화, 애니, 게임등 관련 주제가 나오면 벼라별 썰들부터 자신들 컬렉션에 이런저런 지식이나 업계 비화등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리고 그 스레드 열기가 죽으면 또 언제그랬냐는듯 신변잡기 일상이야기, 잡담이 오가죠.


이 사람들 얘기들어보면 과거에는 허구헌날 덕질관련해서 동호인들과 키배벌이기 일쑤였다고하더군요.

말이 키배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병림픽이나 다름없는 찌질이들의 덕부심배틀이었다나.....


무튼 제잘난맛에 사는 타협없는 까칠한 젊은 덕후들이었다가 지금은 세월에 이리저리 깎이고 둥굴둥굴해진 아저씨, 아줌마들이죠.

이런거 보면 결국 오타쿠도 인간이고 나이를 먹고 성향이나 행동양식도 바뀌긴하나봅니다.


당시에는 동호회등 덕후들끼리 모임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혼자 조용히 덕질을 하고있다더군요.


그리고 젊은 시절 그렇게 키배벌이고 사소한걸로 트집잡고 드잡이하고 그런거 다 부질없는짓이라면서......

그때는 왜그리 쓸데없는 것에 부심을 부리고 우월의식을 가졌는지 가끔 이해가 안된다는 얘기도.


자신들은 PC통신시절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는것조차 탐착찮게 바라봤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에는 덕질 관련 물품을 입수하거나 관련 지식과 정보를 얻는것도 매우 힘들었고

이들 폐쇄적인 덕후 동호회의 특성한 이른바 자신들만의 정보공유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고 일종의 권력으로 군림할수있다는 회고를 들으니 어느정도 이해도 갔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예전에 호러영화 동호회를 운영했던 허지웅씨도 비슷한 얘길한적이있죠.

인터넷을 통한 영화나 애니등의 컨텐츠 불법공유는 분명 법적, 도덕적으로 명백히 잘못된 행위지만

과거 동호회의 운영진이나 소수의 회원들만을 통해 공유된던 희귀작품들을 누구나 쉽게 찾아볼수있게 된건 잘된일일지도모른다 뭐 이런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런 덕후들을 통해 나오는 관련 정보들을 교차검증할 방법조차 없었기에 이들이 전문가인냥 행세해도 무방했죠.

그 수많은 키배들도 이 당시에는 그런 정보와 지식들이 제대로 취합되지못하고 말빨좀된다는 덕후들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닐 뿐이었죠.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인터넷에 수만은 정보와 지식들이 난무하는 요즘은 그때 죽어라 키배와 병림픽을 벌였던 주제에 대해 조금만 검색하면 여기저기 주르륵 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 초창기때야 당연히 관련 정보들이 업로드된 정도가 미미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수많은 정보들이 전문가들이나 수많은 애호가들의 손을 거쳐서 하루가 멀다하게 올라오고있죠.


유튜브같은 편리한 플랫폼이야 말할것도 없고.


해외에서 DVD나 비디오, 책 한권 주문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비하면 이제는 국내배송받는 수준으로 빨리 해외직구가 가능하니 과거처럼 보따리상들이 오타쿠들 등골 빼먹던 시절도 그저 옛날일 뿐이고.


가끔 궁금한건 지금 10대나 20대들중 이들 원로 오타쿠들이 즐겼던 과거의 컨텐츠들, 즉 지금 기준으로는 고전들을 혹시나 향유하는 이들이 있는지 궁금증은 듭니다만,

그시절의 오타쿠들중 상당수가 자신이 덕질했던 이유가 해당 컨텐츠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현실도피 내지는 국내에서는 접할수없었던 외국의 우월한 문화에 대한 갈망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지금같은 한국의 문화적 위상에 비추어 보면 아니올씨다가 맞는것같습니다. 아니면 아~ 예전에는 이런게 있었구나하는 정도?


실제로 어린 친척들한테 넌지시 이에 대해 물어보면 확실히 요즘세대는 예전과는 달리 일본에 문화적으로는 빚진게 없어보이더군요.

그냥 자기들이 원하면 취사선택할수있는 컨텐츠의 하나 일뿐. 미국문화나 여타 서구권의 문화도 마찬가지구요.


결국 이런 시대의 변화를 모두 겪은 원로 오타쿠들 입장에선 그냥 조용히 혼자 덕질하는게 삶의 지혜라는걸 깨달은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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