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로즈마리님의 구빵 글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저는 덩달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그 정체가 드러났을 무렵, 아니 실은 드러나기 전 날에도 집 주변의 파리바게트 세 군데를 다 다녀왔어요.

이름도 모르는 그 빵, 빵을 찾고싶어서요.

스위트밀크롤이라는 것을 알게 돼자, 전 다시 한 번 빵 순례를 다녀왔어요.

혹시 몰라서 몇 해 전 파리 크라상으로 바뀐 곳까지 합해서 또 동네를 돌았지만 결과는 비참했어요. 너무 욕심이 났지요.

학교 앞, 종각, 종로, 강남에도 가보았지요.

도합 8군데는 가보았을까요.

로즈마리님의 빵은 없었고, 전 점점 더 작아졌어요.

심지어 로즈마리빵을 원하는 모임을 결성해서, 서울 지도를 (혹은 전국 지도....) 펼쳐놓고 찾는 거야.

그 지도가 빠알간색으로 물들면 스위트밀크롤과 관련된 기호가 나오는 건 아닐까, 뭐 이런 망상도 십 초 정도 했어요.

그 때 전 떠올렸어요. 이제 곧 추석이라 가족이 부산에 간다는 것을요.

부산. 빵의 고향. 로즈마리님이 사신다는 그 부산!

 

전 올해 사정이 있어 가지 않았고, 부산으로 향하고 있을 언니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어요.

해운대 마린시티라는 곳에 파리 바게트가 있다. 나 너무너무너무너무 먹고 싶다, 꼭 거기여야만 한다.

좀처럼 무뚝뚝한 언니는 답을 주지 않다 다음날 오전이 되자 제게 전화를 주었어요.

" 안하는 것 같다. 지금 근처 빵집 다 문 닫았다."

할머니 댁은 금정산 근처, 언니는 절 위해서 무려 해운대까지 가주려 했어요.

전 당장 전화해보았지요.

받지 않더군요........T_T 한 가닥의 희빵이 그렇게 사그라들었어요.

언니에겐 빵이 거기서 다 거기지. 난 괜찮으니까 신경 안써도 된다, 라고 쿨하게 문자 보냈지만....

언니는 서울에 돌아왔고, 제 마음 속 빵심 한 조각이 바스라졌죠.

 

전 오늘도 처절한 미련을 안고 머리 속으로 떠올려요.

부산에 사는 제 친구들 중 어느 녀석에게 염치 불구 부탁하면 빵을 향한 네 정성이 갸륵하구나, 하며 보내주는 게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해봐요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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