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은 개인 사정으로 못 봤으니 패스하고, 벨기에전은 그래도 잘 했어요. 이청용이 90분 내내 삽만 떴네 기성용이 느리네 하는 건 사소한 요인들이고, 객관적으로 전력차가 많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가 근 몇년 동안 축구 대표팀에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렇지, 벨기에는 1시드 받은 팀이에요. 브라질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이런 깡패들이 아니라서 그렇지 그 깡패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잡은 팀인데, 사실 그걸 이기길 기대한 건 욕심이라고 봅니다 (물론 상대방 한 명이 퇴장당하고도 진 건 많이 아쉽긴 하지만). 경기력 자체도 체력 떨어져서 압박이 약해질 때까지는 꽤 준수했다고 생각하고요. 원톱 스트라이커랑 골키퍼 하나 바꿔서 경기력이 그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 경기도 물론 까려면 무슨 논문 하나 분량으로 까는 게 가능하겠지만 저보다 축구 잘 보고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냅두렵니다.


하지만 프로 축구 선수들이 알제리전 같은 경기를 했으면 쪽이 팔려서 그냥 스트레이트로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겁니다. 뭐 축구에서 대패야 많이 나오죠. 브라질도 1:7로 박살나는 세상에 4:2로 진 걸 뭐 그렇게 까나? 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은데, 이건 결과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경기력을 얘기하는 겁니다. 전 전반전을 보면서 진짜로 제 시각을 의심하는 경험을 했어요. 저게 한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뛰는 모습이라고? 그냥 믿기지가 않았어요. 전 사우디가 독일에 8:0으로 박살나는 것부터 그저께 7:1 경기까지 한 팀이 다른 팀을 압살하는 축구 경기를 볼 만큼 봤는데, 이런 건 처음 봤어요. 한 팀은 지면 누가 죽는 것처럼 이를 악물고 덤비는데 한 팀은 자선경기 내지는 친선경기 나온 느낌? 아마 방심도 한몫 했겠죠. 알제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H조 최약체로 봤지만 보셨다시피 16강에선 그 독일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괴력을 선보인 팀이니까요.


사정을 봐 줘도 전반전의 막장쇼는 세상 어떤 팀이었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세상 어느 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상대가 올까봐 무서워서 에라 모르겠다 걷어내고, 몸싸움이 들어오면 당구공마냥 퉁퉁 튕겨나가고, 패스가 오는데 멍하니 서서 받으려다 중간에 공을 뺏긴단 말인가요. 전 전술이고 선수 기용 문제고 간에 이게 제일 어이가 없었거든요. 진짜 아무 것도 안되니 개인기로 뭔가를 해 보려던(그리고 후반전에 기어이 뭔가를 한) 손흥민 말고는 그냥 어디 대학교 축구 동아리에서 나온 거 같은 경기력이었죠. 


(꿀조 대진으로)기대치도 잔뜩 올라가 있고, 그러고 나서 거지 같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1무2패 하고 돌아왔다? 뭘 해도 까입니다. 까이는 게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까이게 돼 있어요. 아마 선수들도 경기력이 개판이었던 건 알 겁니다.(알제리전 끝나고 실실 쪼개던 밥줘나 퐈이야 하는 정성룡은 잘 모르겠네요) 홍명보는 이미 시체가 돼 가는 거 같아서 부관참시 하기는 싫은데, 아무튼 뭘 해도 까이는 걸 알면 평상시에 안 까일 거라도 처신이란 걸 할 줄 알아야 된다고 봅니다. 월드컵 떨어지고 식당 가서 노래 부르고 놀기?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하기? 충분히 할 수 있죠. 경기에서도 드러난 상황 판단력이 거지같다는 말입니다. 전 제가 그 선수들 중 하나였으면 민망해서 사비로 이코노미 끊어서 집에 갔을 거 같네요. 그럼 차라리 잘못을 아는구나 하면서 덜 까였겠죠 아마. 무슨 정치 외교도 아닌 오락질 가지고 뭘 그렇게 까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축구에 관심 적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건 상관없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세금 먹고 가서 저렇게 해서 안 까이면 이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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