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1 08:31
예체능 계열 학교의 선배폭력범죄(체벌이 아니라 범죄임) 얘기 나올때마다 군대문화 타령인데...
웃긴건 요즘은 군대에서도 그렇게 못합니다. 뭐 명박이 이후로 모든 문화가 퇴행해왔으니 요즘 부활했어도 이상할게 없을거 같긴 한데, 한 7,8년전에 선진병영문화 어쩌구 하는 캠페인(?) 이후로 문화가 바뀌긴 바뀌었어요. 의경쪽은 모르겠고 적어도 육군은 그러함. 아예 없다는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그게 명백하게 지휘관들에 의해 '정.당.화' 되는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임.
07년 군번인데... 저~어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군율 엉망진창인 당나라 부대 출신입니다. 구타는 말할것도 없고 여러가지 창의적 방법의 소위 내무부조리가 횡행했고 간부들은 그걸 묵인하거나 심지어 '요즘 애들 관리 안하냐'라면서 조장하기도 했죠. 근데 내가 상병 계급장 다는 08년부터 완전히 바뀌더군요. 물론 새로 온 중대장의 묘한 권위주의(감히 위에서 하지 말라는데 저희들끼리 독자질서를 유지하겠다고?)와 영창폭격, 완전군장뺑뺑이가 효과를 거둔 것도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군대갔다온 친구들 얘길 들어봐도 대놓고 사람 못패는 분위기가 된건 맞는듯
그 답이 없는 군대에서도 바꾸려고 노력을 하는데 어째 이놈의 체대니 뭐니 하는 곳들은...
단체생활, 단체작업 하는 곳이라면 불가피하다는 드립은 어불성설입니다. 체대생 단체생활이나 연영과 단체작업 따위는 어린애 장난에 불과한,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나 군대조직의 생활같은 '진짜 어른들의 일'들이 주먹질과 방망이 빠따질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선배폭력범죄는 그들이 하는 일의 특수성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그들 집단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겁니다. 자기들만의 작은 사회이고 독자질서로 운영된다 이거죠. 어차피 우리끼리 죽을때까지 밀어주고 끌어주고 우리들의 리그에서 살 것인데 바깥의 누가 뭐라 한들...
명박이식 화법으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시전해보자면, 저도 짬 애매한 시절에 슬쩍슬쩍 고참들 안보는데서 후임 때린적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심리와 메커니즘을 압니다. 무슨 사명감때문에 '사랑의 매' '때리는 나도 힘들다' 같은게 아닙니다. 계급과 서열이라는 족쇄에 얽혀 찍소리 못하고 쳐맞는 걸 보면서 내 알량한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것에 불과합니다. 그건 솔직히 대단한 '쾌감'입니다. '오, 오, 흥분돼, 때리니까 흥분돼(-_-)'이런 쾌감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20대 초중반의 남자애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고 (아마도 99%는) 앞으로 경험할 일 없을, '누군가를 내 의지대로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데서 오는 쾌감이죠. 예체능 수련하는 폐쇄집단 내에서 선배들이 하는 짓거리도 비슷한 심리. 군말없이 쳐맞는 노예들을 거느리고 있다는건 기막힌 경험이죠.
근데 이런 비슷한 글을 09년에도 썼고 10년에도 쓰고 심지어 듀게에서도 한번 쓴거 같은데... 진짜 해를 거듭해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게 섬뜩하네요.
2014.06.01 08:52
2014.06.01 10:03
SKY 체대는 그런 문제 없는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냥 허세죠. 체대도 문제지만 전 예체능 계열(특히 연극영화쪽?)의 내부규율이 엄격한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코미디언들도 그렇구요.
아 덧붙이면 전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군대를 다녀왔는데, 당시 한창 당국에서 내부부조리, 악습폐지에 심혈을 기울였고 전 부대에서 욕설 한 마디, 뺨 한대 안맞아봤습니다. 물론 저역시 후임한테 그렇게 한 적이 없구요. 그때 생각했죠, 아니 이렇게 쉽게 없어질거 왜 지금까지 있었던 거야?
2014.06.01 10:12
학교 문제가 아닐 걸요. 연대나 고대도 응원단 같은 동아리에서 군기 잡는 건 유명하죠. 이건 그냥 어떤 단체의 형성이나 유지 과정에서 폭력 같은 손쉬운 수단을 도입하고 전통 같은 되도 않는 논리로 포장했느냐의 문제이지 공부를 잘했냐 못했냐의 문제는 아닐 거라 봅니다.
2014.06.01 10:24
보통 응원단에 군기가 있는 건 맞는데, 체대에서 말하는 그런 악습이라고 표현하긴 힘들지 않나요? 저는 응원단에서 폭력이 있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소 선후배 관계가 철저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아무튼 사실 응원단에서도 그런 엄격한 문화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긴 해요.
2014.06.01 10:27
이런 걸 '엄격한 문화' 정도로 단순히 생각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졸업한 지 좀 되긴 했지만 재학 시절에도 응원단 폭력은 공공연한 비밀 같은 것이기도 했죠. 저보다 이전 학번 - 20여년 전이긴 합니다만 - 에서는 응원단이 예산 책정 문제로 학생회장실을 때려부순 적도 있다는 소릴 들은 적도 있죠. 물론 이건 외부로 향하는 폭력이긴 한데 대충 그 단체의 성격을 짐작할만한 소문이었습니다.
http://yonseitong.tistory.com/205
2014.06.01 10:39
응원단에 얼차려 문화가 있긴 한데, 이게 응원연습을 일종의 군대식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한다고 들었어요. 뜬금없이 선배가 뭐가 아니꼬운데 후배들 집합시켜서 얼차려주는 게 아니라요. 주변에 응원단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다들 성격이 유순한 편이고 응원단 생활도 재밌게 하더라구요. 아 그런데 응원단도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 과 기수단이 또 다르긴 한데, 확실히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런 게 심해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직접적인 폭력이 있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어요.
2014.06.01 10:51
연습 시에만 얼차려를 주고 평소에는 안그럴 것이다.. 저는 그러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요. 일단 저 자치신문(?)에서 취재한 기사에도 있듯이 평소에도 충분히 옷차림 간섭 같은 게 존재한다는 건 연습 시에만 군기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란 증거 같습니다만.
2014.06.01 10:50
2014.06.01 10:53
선후배 문화 자체가 그런 악습을 쉽게 조장하는 데 일조하는 건 맞는 거같습니다.
아 그리고 들어본 바로는, 간호대에서 내리갈굼이나 선후배관계가 굉장히 엄격하다고 하더라구요. 그쪽 용어로 후배갈구는 걸 '태움'이라고 하죠. 참 이해 안되는 대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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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치가 양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두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죠. 1. 실제 증감 했다. 2. 모종의 이유로 자료를 얻기 쉽게/어렵게 되었다. 저는 내부신고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생각하지, 폭력행위가 증가했다고 생각되질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일들이 자행되어 왔다는 걸 들어서요. 예컨데 부패신고가 많이 들어오면 그 건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습니다만, 신고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식으로 내적 제도가 생겨나면 의미가 없겠죠. 어쨌든 이런 폭로가 늘어나고 있다는게, 내집단에서의 발언자가 늘고 있다는 걸로 봐서 해체의 과도기적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