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3 02:14
1.
개학을 며칠 앞 둔 집 초딩 둘 반응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첫째인 아들놈은 그냥 별 말이 없고 반응도 없었습니다. 물어보면 그제서야 '슬퍼요'라고 한 마디 하고 끝.
하지만 둘째인 딸래미는 하안참 전부터 개학싫어요더놀고싶어요올해친한친구들이랑다떨어져서너무너무싫어요전끝장이에요아빠도얼른개학해서출근이나하시죠여름방학은언제하나요개학싫어개학싫어혹시태풍은안오나요개학싫어어어어엇!!!!!!
그래서 개학 첫 날, 퇴근 후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봐도 반응은 대략 비슷합니다.
아들놈은 '그냥 괜찮았어요.'로 끝.
딸은... (생략)
넘나 전통의 성별 클리셰대로 자라나는 두 녀석입니다.
비록 둘이 놀이터 가서 놀다가 수 틀리면 동생이 패고 오빠가 얻어 맞고 와서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슬퍼하는 관계이지만... (쿨럭;)
2.
새학년이니 당연히 새 멤버들과 함께합니다.
근데 올해 한 부서에서 함께하는 분들 중에 좀 불편한 분이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뭐랄까, 매사에 '기싸움을 통한 우세 포지션 잡기' 같은 걸 즐기시는 양반입니다.
그냥 거리를 두고 보면 사실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일도 잘 하고 나름 능력자이고. 배울 데도 있는 분이신데.
게다가 저러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맡으면 또 난이도 높고 고생스런 일도 신나서 잘 하거든요. 장점도 많고 업무에 보탬도 되구요.
그런데 마치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 서로 경계하는 어린이 같은 모습을 매년 새 업무, 관계 시작 때마다 유지하시니...;
얼른 '이쯤이면 내가 승리한 듯?' 이라 혼자 판단하시고 알아서 풀어지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3월 대략 흘러가고 여유 좀 생기면 달라지시겠죠. 제발 좀.
3.
개학 첫날 행사를 하는데 동료 한 분이 봉변을 당했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교사들은 뒷편에 서 있었는데. 근처에 앉아 있던 학부모 한 명이 갑자기 "지금 저한테 뭐라 그러신 거에요!?" 라고 따지더래요.
당연히 아무 말도 안 했기에 당황해서 아무 말 안 했다,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더니 뭐 잡아 떼지 마라, 니가 뭔데 나한테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 내가 너 하는 거 영상으로 다 찍어 놨다, 가만 두지 않겠다 등등 막 쏟아내고 떠나셨다고.
근데 이 봉변 당하신 분이 올해 처음으로 일 시작하신 젊은 분이었거든요. 기합 팍팍 들어가서 혼자 각 잡고 부들부들하시는 분이 거기에서 학부모에게 시비를 걸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행사 진행되는 동안 거의 저희 부서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서 그럴 틈도 없었어요.
근데 절묘하게도 제가 딱 5분 자리 비운 사이에 이렇게. ㅋㅋ 진작 알았으면 가서 오해를 풀든 따져 묻든 했을 텐데 당한 분이 일 다 끝나고 한참 뒤에야 털어놓아서. 쩝.
암튼 요즘엔 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매사에 분노 완충 모드로 사는 분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랑 어린 아이까지 대동해서 오신 분이었다는데. 대체 뭔 오해를 어떻게 했길래 그랬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상상하기도 귀찮구요. 요즘엔 이렇게 상식을 초월하는 분들 속마음까지 이해하려 애 쓰는 게 뭔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4.
세상 물가가 다 미친 듯이 오르는 가운데 호올로 꾸준한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으니...
바로 PC용 램과 SSD입니다. 혹시 뭔가 기대하셨다면 죄송.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업체들간 경쟁과 기타 등등 때문에 미친 듯한 스피드로 찍어내던 물건들이 코로나 해제 국면과 함께 매출이 급강하 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거대한 적자 크리를 맞고 모두 감산을 선언하고. 그래도 시장에서 이미 풀린 물량이 소화가 안 되어서 오픈 마켓에서 한 주 한 주가 다르게 가격이 떨어지며 거의 하루에 한 건 꼴로 핫딜이 뜨고 있네요. 매번 레전드를 갱신하는 최저가인데도 '다음 주면 더 떨어질라!'라는 마음에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일 정도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어찌저찌 하다 보니... 예전에 HDD에 보관하던 자료들을 이참에 싹 다 SSD로 옮겨 버리고 정숙 시스템 이룩하세! 라는 맘으로 무려 4TB짜리 SSD를 질렀습니다. 국내 정발 삼성 제품인데도 4TB가 30만원대 밖에 안 하니 참기가 힘들었어요. 흑흑.
이로서 시스템 드라이브를 제외하고도 SSD로만 6TB 용량의 괴상한 시스템이 완성되었습니다. ㅋㅋ
사실 여기다 저장할 자료라고 해봐야 깨작깨작 사모은 오래된 영화, 드라마 파일들 아니면 지난 10여년간 열심히 찍어댄 사진들 뿐입니다만.
여기저기 외장 하드와 예전 컴퓨터 하드에 혼돈의 카오스로 흩어져 있던 걸 이번 기회에 한 곳에 몰아 넣고 싹 정리할 생각... 이지만... 그냥 틈틈이 깨작깨작하면서 올해 안에만 대충 어떻게 해보는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으른 성품에 빨리 해치우는 건 절대 무리. ㅋㅋㅋㅋ
5.
여기저기에 '스즈메의 문단속' 얘기가 많던데.
전 솔직히 신카이 마코토의 매력은 그림 말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은 참 대차게 예쁘게 잘 그려내긴 하는데 이야기는 늘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느껴져서 감흥이 없더라구요. '너의 이름은'도 그랬구요.
근데 어쨌거나 그림은 참 보기 좋게 잘 그리는 양반이기도 하고
음악 골라 넣는 센스도 좋아 보이고. 싫지는 않아요. 그냥 딱히 챙겨 볼 생각이 안 들 뿐이지.
암튼 이것도 벌써 7년 묵은 작품이네요.
6.
어쨌든 개학 시즌이고. 퇴근하고도 계속 뭘 하느라 영화 & 드라마 뻘글은 며칠간 스톱 상태네요.
그 전에 봐 놓은 건 있으니 금방 또 도배질을 하겠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제 대충 마무리 단계라 집에 가져와서 하던 일 마치고 이런 영양가 없는 아스파탐 같은 글 하나 남겨봅니다.
다들 금요일 무사히 잘 보내시고 복된 주말 맞으시길!
+ 아 맞다. 전혀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도 관심 없으시겠지만, 아마존 프라임에서 원래는 한국 한정으로는 반토막만 서비스 되던 '미스터 로봇'이 이제 전체 시즌 모두가 한글 자막으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언제 됐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젠 그렇더라구요.
스릴러물 좋아하시는데 아직 이걸 안 보셨다면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막판 전개가 좀 투머치 환타지 세상으로 날아가서 헤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만한 완성도의 스릴러 시리즈도 드물다고 생각했네요. 라미 말렉과 공포의 방부제 인간 크리스찬 슬레이터 연기도 재밌었구요. 다시 보긴 귀찮지만 암튼... 그랬습니다. ㅋㅋ
2023.03.03 03:22
2023.03.03 21:31
저는 메모리 카드가 한 번 날아갔는데 그걸로 1년 남짓 동안 사진이 다 날아가서 정말 허탈했었죠. 이후로 백업 습관이 생겼고, 찍은 사진들을 가족, 친지들에게 나눠주던 버릇 덕에 일부라도 다시 긁어 모아 복구한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중 백업 하려고 ssd 산 거에요. ㅋㅋ 여기다 담고 예전에 산 대용량 외장 하드에 주기적으로 옮겨 담고 그러려구요.
2023.03.03 06:04
2023.03.03 17:14
도모아리가토 "미스타로보토"입니다!! 윌 스미스 영화랑 혼동하셨군요 ㅋㅋ
2023.03.03 21:32
마지막 전 시즌쯤에서 이야기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져 버리는데, 그게 살짝 감당 안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ㅋㅋ
기원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래도 좀 괜찮으셨어요. ㅋㅋㅋ
2023.03.03 09:36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따님 반응이 웃기네요
2. 일자리에서 저러면 정말 피곤할 것 같네요 ㅠ
2023.03.03 21:33
어린 여자는 또래 남자보다 언어 능력 발달이 빠르다. 는 걸 집에서 리얼 타임으로 체험 중입니다. ㅋㅋ
그게 나이 먹으면서 좀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한 직장에 오래 있으면서 주변 사람들도 다 오래 보다 보니 사람이 나이 먹으면 온화하고 지혜로워진다는 건 다 개소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더라구요. 대부분의 경우엔 단점만 극대화되는 느낌... 저도 예외는 아닐 테니 늘 긴장하고 삽니다.
2023.03.03 10:55
1. 다 키우셨군요. 이제 아기아기할 때는 다 지나고 한 명 분의 인격체네요.
5.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제목부터가 저게 뭐냐 싶었네요. 무슨 문지기 얘긴가 ㅎㅎ
2023.03.03 21:34
맞아요.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정말로 본인 개성 갖춘 인격체구나! 라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구요. 당연한 거지만요. ㅋㅋ
대충 문지기... 도 맞긴 하죠. 하하. 다른 세상(당연히 아주 나쁜 것이 나오려고 폼 잡고 있는)과 통하는 문짝들을 지키고 다니는 이야기. 대충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2023.03.03 11:10
2023.03.03 21:44
노는 게 제일 좋아~ 라고 뽀로로 현인께선 이미 오래 전에 설파하셨습니다... ㅋㅋㅋ 방학 숙제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렇네요. 20세기처럼 그렇게 빡세고 덩어리 큰 숙제 같은 건 없더라구요.
아마존이 좀 그렇죠. ㅋㅋ 첨엔 넷플릭스랑 경쟁 해보려는 듯 폼을 잡더니 결국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의 부가 서비스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면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 들어가보면 온통 인도 컨텐츠들 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자막 제공 컨텐츠가 거의 없어서 제가 이걸 왜 구독하고 있나 싶습니다.
2023.03.03 12:21
5. 전형적인 세카이계 쪽 스토리를 선호하는 양반이라(이번 스즈메...도 시놉시스만 보니 여기에 가깝네요.) 팬들도 짜임새나 개연성있는 좋은 이야기를 쓴다고는 해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ㅋㅋ
최고의 성공작인 '너의 이름은'만 하더라도 해도 해도 너무한 개연성 구멍이 있죠. 그래도 강력한 팬덤을 구축할만큼 자기만의 감수성을 통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전해주는 능력도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체는 확실히 일본 애니 극장판 작가들 중에서도 탑급이라고 생각하구요.
좋아하는 이야기 스타일상 대중적인 선호도가 어느정도 선에서 더는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너의 이름은'을 기점으로 그걸 뚫은 것 같기도 합니다. RADWIMPS 밴드와의 협업 시너지가 최고였죠. '날씨의 아이' 포함해서 사운드트랙 둘 다 소장하고 있어요. 오히려 더 무난하게 넓은 폭의 사랑을 받던 호소다 마모루는 최근에 슬럼프를 겪고 있는데 둘의 자리가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세카이계 스타일이 아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톤의 '초속 10cm', '언어의 정원' 같은 작품들이 더 애정이 가더군요. 그 감수성 후벼파는 것도 이 쪽이 더 강렬했고 ㅋ
2023.03.03 21:46
맞아요. 스토리는 좀 구멍이어도 그 강력한 감성!!! 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너의 이름은' 기준으론 이제 저한테 잘 안 먹히더라구요. ㅋㅋ 그림체나 색감, 종합적으로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더더욱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요.
근데 말씀하신 현실적인 톤의 작품들은 지금처럼 연타석 장외 홈런을 날려대기엔 좀 많이 소박하달까, 사적이랄까 그런 느낌들이 강했죠. 어쩌다 이런 인기 환타지 창작자가 되었는지 어찌보면 그게 더 신기합니다. ㅋ
2023.03.03 15:40
예전에 모 트위터러가 [너의 이름은.]을 보고 '드디어 신카이 마코토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성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데 성공했다'고 평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실제로 영화를 보고서는 당황했습니다. 아니 신카이 마코토 이 양반은 데뷔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뭐가 바뀌었다는 건지ㅋㅋㅋㅋㅋㅋ 그림은 참 예쁘게 그리지만 이 양반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수성이란 게 뭔가 귀막고 자기만의 예쁘게 포장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랄까... 하여튼 저랑은 통 안 맞더군요.
그럼에도 작화의 색감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작가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저와 제 지인들은 오토레벨 잔뜩 먹인 하늘 사진을 '스카이 마코토' 사진이라고 부르고 있죠. ㅋㅋ
(제가 찍은 건 아니고 예시 링크)
https://extmovie.com/freeboard/66901992
2023.03.03 23:39
저도 비슷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연속 세 작품으로 남긴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보면 제 취향과는 별개로 '대중성을 잡았다'는 부분은 인정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구요. 또 말씀대로 색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색감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느낌을 주는 색감은 없었달까... ㅋㅋㅋ
2023.03.03 17:15
미스터 로봇 막시즌 아직도 안봤는데 이참에 봐야겠네요.
티빙강점기가 드디어 끝나고 요새는 아마존을 파시는군요 ㅋㅋ 따라 볼 수 있어서 좋네요.
2023.03.03 23:40
근데 아마존은 정말로 팔 게 별로 없어요. ㅋㅋ 하도 볼 게 없어서 '헌터스'를 지금이라도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구요. 그냥 끝난 줄 알았더니만 시즌 2가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관심이 갑니다. 파치노 할배도 보고 싶고...
2023.03.03 18:11
SSD는 뭔가요? 외장하드?????? 외장하드야말로 값이 너무 비싸서요.
2023.03.03 23:43
으아니 SSD를 모르신다니! 컴퓨터랑 별로 안 친하시군요. ㅋㅋ 쉽게 말해 겁나 빠른 하드 디스크 같은 거죠. 요즘 나오는 노트북에 들어 있는 건 다 SSD에요. 원래는 같은 용량이면 HDD보다 훠얼씬 비쌌었는데 요즘엔 워낙 칩을 많이 찍어내다 보니 가격 격차가 많이 좁혀져서 대용량도 살만해졌어요.
2023.03.03 18:13
2. 기싸움에서 이기려고 한다는건 까칠하다는 것인지 우짜든 피곤한 동료와 20년을 보신다니;;;; 그래도
그 양반이 일을 몽땅 미루지는 않고 본인이 독선적인 성향이 있는 분인가 보군요.
3. 아!!!! 어쩔! 새학기부터 학부모한테 욕먹은 그 젊은 남쌤 정말 심심한 위로를 전할 수도 없고;;; 액땜이기를 바랍니다!
2023.03.03 23:45
엄밀히 말하면 독선적 성향도 있긴 하지만... 그냥 에고가 아주 많이 강하십니다. ㅋㅋ 가까이 얽히지만 않으려고 노력 중이구요.
아, 제가 남자라고 읽히게 글을 적었나 보죠. 젊으신 분 성별은 여성이에요. 보통 저렇게 분노 조절을 포기하고 사는 분들은 거의 어린 여성에게만 반응하는 솔직한 경향성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