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본 칸트' 잡담

2023.02.24 13:36

thoma 조회 수:266

Peter von Kan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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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봉한 신작입니다. 극장에서 모처럼 본 영화는 뭐라도 소개 글을 쓰고 싶어 시작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선 '저는 잘 몰라서, 모르겠지만, 모릅니다...' 같은 표현이 시리즈로 나올 글입니다. 원래도 그렇지만 이번엔 좀 심합니다. 


1. 영화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이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이네! 봐야겠다, 마음먹고 있다가 시간이 맞는 날인 어제 봤습니다. 감독과 어린 연인...뭐 이런 영화 소개 정보와 포스터 이미지가 전부였어요. 그리고 포스터의 이미지는 뭔가 웨스 앤더슨의 영화 분위기 아닌가요. 그래서 궁금했습니다....만, 왜 자세히 안 봤을까요. 저 창 안의 두 사람 실루엣까지는 못 봤지 뭡니까.ㅎㅎ


2. 영화가 시작되며 1972, 독일의 쾰른이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나옵니다. 주인공 피터 본 칸트가 실제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 있을 거라는 예감. 

다 보고 나서 집에 와서 찾아 보니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가 있었어요.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2)이라고. 이 영화 주인공은 여성 디자이너이고 그의 상대는 모델인데 오종 감독은 모두 남성으로 바꾸었고 직업도 감독과 배우로 바꾸었어요. 그러면서 영화 속 감독을 원작을 만든 파스빈더 감독으로 설정했습니다. 파스빈더 감독과 주연인 드니 메노셰 외모가 쬐금 비슷하네요. 오종 감독 자신이 파스빈더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이전부터 얘기했었답니다. 저는 그런지도 처음 알았고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를 본 적도 없어요. 이분이 약물 과다로 이른 나이에 죽었음에도 남긴 영화가 아주 많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생애나 작품에 대해서 모릅니다. 아마 아시는 분은 영화 보며 바로 극중 감독과 파스빈더를 연결시킬 수 있었겠지요.


3. 내용은 매체의 영화 소개 글 그대로입니다. 감독의 아파트가 영화 내내 배경이 되고 외부는 한두 장면 정말 잠깐 나옵니다. 연극 보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저는 예전에 프랑스 영화의 그 사랑에 목숨 거는 인물들이 자신과 주변에 해를 끼치기도 하는, 조금은 '베티블루 37.2'같은 과로 느껴졌어요. 다만 이 영화엔 농담끼가 얹어 있달까요. 우스꽝스러움이 있는데 어린 배우 땜에 자기 방에서 자기학대를 하며 폭주하는 감독 이야기가 진지하게 담겨 있다면 지금 시대에 관객이 보기는 떨떠름할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감독에게는 노예와 같은 비서가 있는데 이 역할이 눈에 띄었습니다. 종처럼 복종하면서 모든 것을 관찰하는 젓가락 몸매의 비서인데 특이했네요. 원하지 않을 때는 복종하다가 원하니 떠나는 역할입니다. 인간 관계 속에 내재한 권력? 뭐 그런 걸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모르겠습니다. 파스빈더 감독이 권력 관계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 반영인지도요.

아래 사진이 제 멋대로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보여 주는 한 컷이 아닐까 싶어서 가져와 봅니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실연에 몸부림치는 감독인데 웃기는 한편 마음이 찌릿해지기도 했어요. 아마 창밖에 눈이 내리는 밤이어서일까요. 요즘 잘 안 다루는 내용을 이렇게까지 밀고 나가니 그나름의 감흥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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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출연 배우로 아는 이만 얘기하면 감독의 뮤즈였던 역할로 이자벨 아자니가 나오고 엄마로 한나 쉬굴라가 나옵니다. 한나 쉬굴라는 파스빈더 감독의 원작에 주연이기도 했답니다. 

이 영화로 미루어 오종 감독은 이제 존경도 하고 영향도 받은 파스빈더 감독을 거리를 두고 보고 있는 것인가, 란 생각도 해 보았어요.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만남은 거부한 다음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자신이 찍은 연인의 필름을 재생시켜 놓고 혼자 화면에 손을 대어 봅니다. 이 부분만이 파스빈더 감독에 대한 경의의 표현 같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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