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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인상깊었던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의 오랜만의 차기작이었고 해당 작품에서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던 배두나 배우와 다시 뭉쳤다고 해서 무척 기다렸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슬프고 화가 치밀어오르네요. 밑에 조성용 회원님 글에서 언급해주셨듯이 전형적인 꿈도 희망도 없는 헬조선 영화입니다. 



불필요하게 자극적이거나 영화적으로 과장된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이런 비슷한 톤의 웰메이드 독립영화들이 그렇듯이 딱 현실적으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일어날법한 일들이 주인공에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프고 좌절스럽죠. 특별히 재수가 나쁘다거나 불운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정형편 좀 가난하고 학업적으로 뛰어나지 못해서 실업계에 진학하여 일찍 사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니까요. 아직 너무나 연약한 존재인 청소년들이 그 대상이기에 성인관객의 입장에서 더 가슴이 무너집니다.



(앞으로 주목해야할)신인배우 김시은이 연기한 소희, 배두나가 연기한 유진 캐릭터가 각각 주인공으로 이끌어나가는 1, 2부 구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부는 소희가 겪는 위의 그런 사건들을 다뤘고 2부에서는 경찰인 유진이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 10여분이라 배두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시간이 지나서라는 것은 미리 알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배두나 주연영화로 홍보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나오나 당황스러울수도 있거든요.



1부에서 내내 괴롭게 고구마를 먹어야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2부에서 유진이 좀 시원하게 사이다를 날려줬으면 하는 바램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완벽한 현실반영 영화인지라 그런 기대는 접으시길 바랍니다. 애초에 뭘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해결책이 없는 문제거든요. 



사실 유진도 속으로는 알고 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계속 여기저기 책임을 물으며 들이박고 정말 이게 현실이냐고 그래도 최소한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외치고 다닙니다. 지 혼자 정의감에 불타는 어리석고 무모한 영화 속의 경찰 주인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런 모습에 저는 바랬던 사이다는 아닐지라도 같이 울분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같이 외치며 조그마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감독님도 이 영화를 쓰고 만드신 것 같아요. 뭘 구체적으로 해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그래도 괜찮아, 분노하고 소리쳐도 괜찮아라고 조그마한 위로라도 건내주려구요. '다음' 소희라는 제목의 의미도 거의 엔딩 직전에 와서야 강렬하게 와닿았습니다.



너무 뻔하고 나이브한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겠지만 힘들게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 특히 더욱 보호받아야할 청소년들을 그저 실적을 위한 단순 수치와 통계가 아닌 하나의 숨쉬는 사람으로서 대하고 기억해줘야한다는 것 이런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호소력 깊게 정직하면서도 훌륭한 연출과 연기들로 상기시켜주는 작품들은 몇 번을 봐도 지겹지 않습니다.




+ 전주 콜센터 실습생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원래 영화 보고나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실화 내용을 보면 더 복창 터질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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