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2 16:36
- 스포일러 없구요. 이것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등록된 작품입니다. 무료 기간 뽕을 뽑기 위해 넷플릭스는 잠시 제쳐두고 아마존 것들로 달리는 중이라서요. ㅋㅋ
- 제목 '플리백'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입니다만. 사람 이름치곤 어감이 영 이상하다 싶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더러운 몰골을 한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네요. 주인공의 처지를 나타내는 말장난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극중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불리지를 않습니다. 뭐 어쩌다 한 번 정도 불렸을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전 기억에 없네요. 한참 보다가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하고 엑스레이 기능을 켜서 확인했을 정도. ㅋㅋ
- 일단 말씀드릴 건 이 시리즈는 보시려면 무조건 끝까지 봐야 하는 시리즈라는 겁니다. 시즌 1, 2까지 나와 있고 한 시즌은 6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길이가 25분 내외이니 두 시즌을 다 봐도 다섯 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립니다. 좀 긴 영화 두 편 내지는 짧은 영화 세 편 정도 분량이죠. 근데 이게 시즌 1에서 차곡차곡 캐릭터를 소개하고 쌓고 드라마를 다진 후에 시즌 2에서 달리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즌 1은 좀 재미가 덜해요. 그러니 시즌 1만 보고 접거나 하시면 손해라는 거. 아예 안 보셔도 상관 없지만 일단 보기 시작했다면 에라 그깟 내 인생 다섯 시간 정도! 라는 마인드로 끝까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왜냐면 시즌 2는 그래도 될만큼 재밌거든요.
- 드라마 제목이 주인공 이름이잖아요. 딱 제목 그대로 '플리백'이라는 인물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깁니다.
런던에서 영세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초반 스트레이트 백인 싱글 여성이구요. 술 담배 좋아하고 섹스 좋아합니다. 거의 정신질환급으로 충동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유아적으로 굴며 민폐력이 AAA급으로 만렙 중 만렙. 대신 드립력이 출중하고 결정적으로 아주 예쁘게 생겼습니... (쿨럭;;)
살짝 예전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거기 주인공의 영국맛 버전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드라마에서 보면 매력 뿜뿜이지만 현실에서 친분 관계로는 절대 얽히고 싶지 않은, 플리백씨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사실 이야기도 비슷한 면이 꽤 있구요.
다만 '러시아 인형처럼'에서의 타임 루프 같은 축복은 플리백씨에겐 주어지지 않기에 이 분은 현실에서 구르고 깨져가며 변하고 깨닫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요.
- 보면서 어렸을 때 분명히 여럿 읽었는데 하나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어떤 이야기 패턴의 소설들이 떠올랐습니다. 음... 홍당무?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그게 이런 얘기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본인은 나름 순수하고 큰 악의는 없는데 환경이 거지 같아서 뿔난 캐릭터로 살아가며 주변을 쿡쿡 찔러대는 10대들 이야기 있잖아요. 주인공 플리백이 사는 모습이 딱 이렇습니다. 자기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할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걸 극복 못 하고 주변에 민폐로 발산해대는 행동들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죠. 뭣보다 플리백은 이미 한참 전에 다 큰 성인이니까요. 그리고 플리백 본인도 자기가 하고 다니는 짓들이 절대 쉴드 받을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도저히 고쳐지지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그래서 사는 게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가 되어 몸부림칩니다.
...라지만 결국 드라마니까요. 완벽한 해피 엔딩과 몰라보게 달라지는 성장까진 아니어도 결말에서는 나름 달라지고 한결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과정을 짧게 짧게 단타로 치고 빠지는 웃기는 장면들과 함께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감동도 있고 여운도 있고 그래요.
- 근데 미국 드라마와 영국 드라마를 섞어서 보다보면 드는 생각인데... '막 사는 청춘'을 묘사하는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영국쪽 막 사는 청춘들이 훨씬 더 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게 실제로도 좀 그런 건지 아님 그냥 영국 사람들 유머 감각이 살벌한 건지 쓸 데 없이 궁금하네요. ㅋㅋ
- 위랑 비슷한 얘긴데, 영국 쪽 드라마들은 미국쪽 작품들에 비해 PC함을 구현하는데 있어 그리 부담을 갖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앞서 말 했던 '러시아 인형처럼'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다니는 와중에도 인종 차별, 여성 비하로 받아들여질 내용들은 귀신 같이 피해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뭐 걍 가차없네요. ㅋㅋ 분명히 페미니즘적인 이야기이고 시즌2엔 대놓고 설교하는 장면까지 하나 나오고 그럽니다만. 그래도 드립은 드립인 것이다!!!! 라는 느낌. 전 이 쪽이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 계속해서 주인공이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며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뭐 사실 2019년에 특별히 신선한 형식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시즌2의 어떤 장면들에서 이걸 변형해서 써먹는 걸 보며 작가의 센스에 조금 감탄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이야기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구요.
- 모든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을 다 드립으로 넘겨버리며 살던 주인공이 어쩌다가 남에게 진심을 토로하는 장면이 두 번 정도 나와요. 시즌1에 한 번, 시즌2에 한 번 정도 나오는데... 시즌1의 그 장면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털어놓게 되는 대상과 상황이 참 의외인데 그걸 되게 자연스럽게 풀어내서 감탄했네요. 두 배우 다 연기가 좋았구요.
-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 같은 중량감 있는 게스트도 있고 그렇습니다만, 역시 시즌2의 모리어티 신부님이 인상적이었네요. 여자들이 참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자꾸 모리어티 생각이 나서 흠(...) 동생 역할 배우도 너무 좋았어요. 처음엔 주인공이랑 정말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닮아 보이고 캐릭터도 점점 귀여워지구요. ㅋㅋㅋ
- 솔직히 시즌2에서 주변 인물들, 특히 가족들이 갑자기 너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나름 이야기 흐름 속에 잘 녹여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첫 등장들의 그 삭막함을 생각하면(...)
- 시즌3을 만들려면 못 만들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냥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시즌2의 결말이 참 완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시즌3이 나오면 보긴 하겠죠. 캐릭터들에게 꽤 정이 들었으니까요. ㅋㅋ 동양권에 거주하며 결혼해서 애도 키우는 중인 중년 아저씨(...)보다는 서양에 살거나 그쪽 문화가 익숙한 싱글 여성분들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19.08.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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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뎌 보셨군요 ^^
주인공 이름은 부르는 장면 저는 한번 본거 같아요 시즌2인거 같은데 어떤 장면이었는지 기억이 안네요 저도 왜 플릭백이지 단어 뜻 찾아봤었네요 ㅎㅎㅎ
시즌2까지 봐야한다는 말씀 적극 공감합니다.
제가 여성은 아니지만 제 얘기 같은 부분이 많아서 좋았어요. 뭔가 잘풀릴다 싶으면 어떤 문제로 꼬이고 그걸 풀면 또 다른 문제가 돌출되고 그러는 중간중간 평온함도 느끼고…그리고 가족관계 묘사가 좋았는데 시즌2 첫번째 에피는 마지막 택시안까지 정녕 마스터피스!!!
제 4의벽을 깨고 그걸 무력하게 하는 장면 전 정말 좋아하는데 살짝 소름 돋았었습니다.
동생이 경멸의 눈빛을 쏘는 장면들 어후 넘 좋아요 ㅎㅎㅎ
행여 <미란다>라는 영드(시트콤) 안보셨다면 적극 추천 드립니다. 플리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드입니다. 제가 이거 보면서 웃다가 의자에서 떨어진적이 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랬습니다. 본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웃고 싶은날 찾아보는 것들중에 하나 입니다. 왓챠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