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도 어느 정도 제 나름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읍내에 몇 채 없고 하천 옆으론 논밭이 대부분이죠.

 

밥때가 되면 뒷마당 밭 한구석엔 길고양이들이 드글드글하고 그거 보고 개는 폴짝폴짝 뛰면서 짖어대고. 요새는 익숙해졌는지 제 물통만 안 건드리면 신경도 안씁디다만.

 

하여간 이런 시골인지라 벌써부터 잠자리가 날아다녀요. 학교 근처에선 코빼기도 안 뵈던 녀석들인데.

 

오후에 잠깐 비가 그쳤을때 밖에 나가봤습니다.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 분들이 주말에 만든(완전 맥가이버들) 차고 지붕 밑에서 개 밥주고 놀았죠.

 

그러다 문득 위쪽 모서리 부근을 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있더라구요. 걸린지 얼마 안 된듯 거미줄이 부르르 떨리고 있고.

 

어렸을 때 같으면 어디서 나뭇가지라도 주워 거미줄을 걷어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좀 쳐다보다 금세 딴 짓을 하게 되더군요.

 

잠자리만 놓고 보면 불쌍한데 거미를 생각하면 '저거 없으면 또 며칠을 굶어야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게다가 집이 망가지면 또 새로 지어야 하잖습니까.

 

먹은 것도 없는 빈 속에 거미줄을 만들어내야 한다니!

 

아침밥 안 먹고 논일하면 얼마나 힘든데!

 

음, 요샌 그렇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9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80
50 유튜브 콜렉션 [2] calmaria 2012.04.01 911
»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아니라 거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군요. [4] 외팔이 2011.07.14 913
48 팝가수가 어디 목소리만 다 입니까 [4] 가끔영화 2011.07.04 1185
47 요즘 읽은 소설들과 파리 5구의 여인 칼리토 2013.05.09 1234
46 덕심으로 질러놓고 하진 않을 게임 [3] 타락씨 2015.01.18 1246
45 예민한 건지 섬세한 건지 눈치가 꽝인 건지, 버튼과 말하는 벽 [5] 知泉 2012.04.02 1444
44 원숭이가 찍은 셀카 저작권은...! [2] 데메킨 2014.08.22 1537
43 황우여의 뜬금 NLL선언회견에 대한 박지원의 트윗 반응 外-식사 다했으니 식당문 닫으라고? [1] poem II 2013.06.28 1573
42 새벽, 야심한 이때 화끈한 뮤비 하나 Electronic six - Danger! High voltage (19금) [4] 비밀의 청춘 2013.10.29 1583
41 사람이 성장한다는게 무엇입니까 [9] 가끔영화 2011.07.30 1737
40 왠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 [5] soboo 2011.07.23 1759
39 바퀴벌레 [10] Rhoda 2016.10.17 1800
38 수혈과 교리 [19] 와구미 2010.12.13 1922
37 [미드잡담] 하와이 파이브오 2시즌은 전대물이군요. [1] 가라 2012.04.25 1933
36 계란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5] 부기우기 2012.04.01 1935
35 다이빙 벨 봤어요 [5] walktall 2014.11.02 2027
34 오늘 다녀온 김연수 작가 낭독회 이야기 [9] 봄눈 2013.11.22 2076
33 [바낭] 회식, 30 Rock, 결혼 [5] 가라 2010.12.22 2105
32 무사 백동수 [6] 달빛처럼 2011.08.03 2109
31 아래 '사회부장의 입장에 반대한다' 글에 관한 잡담 [46] 타락씨 2019.10.12 21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