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0 21:12
러시아전은 개인 사정으로 못 봤으니 패스하고, 벨기에전은 그래도 잘 했어요. 이청용이 90분 내내 삽만 떴네 기성용이 느리네 하는 건 사소한 요인들이고, 객관적으로 전력차가 많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가 근 몇년 동안 축구 대표팀에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렇지, 벨기에는 1시드 받은 팀이에요. 브라질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이런 깡패들이 아니라서 그렇지 그 깡패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잡은 팀인데, 사실 그걸 이기길 기대한 건 욕심이라고 봅니다 (물론 상대방 한 명이 퇴장당하고도 진 건 많이 아쉽긴 하지만). 경기력 자체도 체력 떨어져서 압박이 약해질 때까지는 꽤 준수했다고 생각하고요. 원톱 스트라이커랑 골키퍼 하나 바꿔서 경기력이 그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 경기도 물론 까려면 무슨 논문 하나 분량으로 까는 게 가능하겠지만 저보다 축구 잘 보고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냅두렵니다.
하지만 프로 축구 선수들이 알제리전 같은 경기를 했으면 쪽이 팔려서 그냥 스트레이트로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겁니다. 뭐 축구에서 대패야 많이 나오죠. 브라질도 1:7로 박살나는 세상에 4:2로 진 걸 뭐 그렇게 까나? 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은데, 이건 결과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경기력을 얘기하는 겁니다. 전 전반전을 보면서 진짜로 제 시각을 의심하는 경험을 했어요. 저게 한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뛰는 모습이라고? 그냥 믿기지가 않았어요. 전 사우디가 독일에 8:0으로 박살나는 것부터 그저께 7:1 경기까지 한 팀이 다른 팀을 압살하는 축구 경기를 볼 만큼 봤는데, 이런 건 처음 봤어요. 한 팀은 지면 누가 죽는 것처럼 이를 악물고 덤비는데 한 팀은 자선경기 내지는 친선경기 나온 느낌? 아마 방심도 한몫 했겠죠. 알제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H조 최약체로 봤지만 보셨다시피 16강에선 그 독일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괴력을 선보인 팀이니까요.
사정을 봐 줘도 전반전의 막장쇼는 세상 어떤 팀이었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세상 어느 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상대가 올까봐 무서워서 에라 모르겠다 걷어내고, 몸싸움이 들어오면 당구공마냥 퉁퉁 튕겨나가고, 패스가 오는데 멍하니 서서 받으려다 중간에 공을 뺏긴단 말인가요. 전 전술이고 선수 기용 문제고 간에 이게 제일 어이가 없었거든요. 진짜 아무 것도 안되니 개인기로 뭔가를 해 보려던(그리고 후반전에 기어이 뭔가를 한) 손흥민 말고는 그냥 어디 대학교 축구 동아리에서 나온 거 같은 경기력이었죠.
(꿀조 대진으로)기대치도 잔뜩 올라가 있고, 그러고 나서 거지 같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1무2패 하고 돌아왔다? 뭘 해도 까입니다. 까이는 게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까이게 돼 있어요. 아마 선수들도 경기력이 개판이었던 건 알 겁니다.(알제리전 끝나고 실실 쪼개던 밥줘나 퐈이야 하는 정성룡은 잘 모르겠네요) 홍명보는 이미 시체가 돼 가는 거 같아서 부관참시 하기는 싫은데, 아무튼 뭘 해도 까이는 걸 알면 평상시에 안 까일 거라도 처신이란 걸 할 줄 알아야 된다고 봅니다. 월드컵 떨어지고 식당 가서 노래 부르고 놀기?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하기? 충분히 할 수 있죠. 경기에서도 드러난 상황 판단력이 거지같다는 말입니다. 전 제가 그 선수들 중 하나였으면 민망해서 사비로 이코노미 끊어서 집에 갔을 거 같네요. 그럼 차라리 잘못을 아는구나 하면서 덜 까였겠죠 아마. 무슨 정치 외교도 아닌 오락질 가지고 뭘 그렇게 까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축구에 관심 적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건 상관없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세금 먹고 가서 저렇게 해서 안 까이면 이상한 겁니다.
2014.07.10 21:15
2014.07.10 21:19
전 그런 거 같지도 않아요. 브라질이 클로제한테 신기록 헌납하고 나서 털린 건 멘탈이 가루가 돼서 서로 어어어어 하고 공황상태에 빠져서 그런 거고, 선수들 개개인은 그래도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초반부터 고수하던) 롱볼로 뭔가를 해 보려고 했어요. 2:0 이전만 해도 브라질이 공세로 나름(실상은 위태위태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처럼 보였고요.
2014.07.10 21:23
아무리그래도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4골먹은 브라질이 더 막장입니다. 그것도 자국에서 열린 경기인데요.......... 한국 알제리 같은 경우는 한국수비가 전통적으로 개인기 강한 팀한테 추풍낙엽인데 딱 그거였어요. 시작부터 미친듯이 털리더군요. 그냥 1대1에서 상대가 안됬습니다.
2014.07.10 21:28
뭐 막장도로 치자면 브라질이 더 막장이겠죠. 하지만 제 요점은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그랬고, 브라질은 두 골 먹고 멘탈이 털려서 그랬다는 변명거리라도 있다는 얘기에요
2014.07.10 21:36
이 리플 보니까 생각나네요
일본이랑 콜럼비아 경기였나? 일본 수비수가 콜럼비아 측면 공격수들한테 자꾸 뚫리니까 이영표가 그러더군요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를 1:1로 상대할때는 뺏으려 하지말고 그냥 위치만 지키고 압박만 해주라고..
그 얘기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제리전에서 우리나라 수비가 그 짓을 계속 하더군요
한국영이 중원에서 뺏으려고 다리 집어넣다가 뚫리면서 공간 생기고
측면에서 이용이나 윤석영이 뺏으려다가 뚫리고..
뚫려도 그냥 뚫리는게 아니라 넘어지면서 뚤리고...
런던올림픽때는 외신에서도 감독이 수비수 출신이라 수비가 강한 반면 공격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했었는데
갑자기 우리나라 수비가 왜 그렇게 된걸까요
2014.07.10 21:43
사실 상대 수비가 어떻건 간에 수비의 정석은 뺏는 게 아니라 상대의 전진을 멈추는 거기 때문에 다리는 뒤로 돌아 달릴 준비를 하고 고개만 돌려서 공을 보면서 위치를 지키는 게 맞아요. 다리 집어넣어서 공을 뺏으려는 건 상대가 우리편 수비 둘~셋에 둘러싸여있거나 자기가 칸나바로 수준의 태클을 할 수 있거나. 우리나라는 그냥 상대를 완전히 얕보고 나온 거라고 봅니다
2014.07.10 21:28
다른 건 모르겠고 성인 선수들 가지고 홍명보가 자꾸 어린 선수들. 슬픔. 격려 이런 말 하는거 꽤 거슬립니다.
2014.07.10 21:36
그걸 홍명보가 하니까 더더욱 그렇죠. 지가 까이기 싫은 걸 누구를 앞세워서 동정표를 받으려고
2014.07.10 21:43
사실은 2002년보다는 94년 좋았던 이미지가 깊게 박혀있어요. 쌓기는 힘들어도 참 무너지는거 순간이군요. 저 사람 정말 지금까지 어려움을 몰랐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느낌이랄까.
2014.07.10 23:03
2014.07.10 23:10
재밌다니 감사합니다. 왜 웃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2014.07.10 23:19
2014.07.10 23:23
먹긴 먹는군요. 세금을 안 먹어도 국가망신급 퍼포먼스였는데 어디가 그렇게 웃긴지는 잘 모르겠네요. 잘 웃으셔서 좋겠습니다 :)
2014.07.10 23:27
2014.07.10 23:37
댓글에도 썼다시피 세금을 안 먹어도 국제적 망신 수준이었는데 먹고 저렇게 돌아온 걸 쉴드를 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2014.07.10 23:42
2014.07.10 23:46
세금 먹고 국제망신하고 돌아온 걸 까는 글에 세금 얼마 안 먹었다고 태클을 걸면 문맥상 쉴드로 밖에는 안 보이죠.
"까이는 건 맞는데 정작 세금은 얼마 안 먹었어요" 정도의 말투면 모를까.
2014.07.10 23:53
2014.07.11 00:05
달을 안 보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뜻하는 거였군요. 세금이 전체 예산의 0.01%가 들어갔어도 아까울 상황인데 참.
2014.07.11 00:10
2014.07.11 00:17
안경을 바꾸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축협이 좋아할만한 분이군요. "ㅎㅎ 우리 세금도 요만큼밖에 안먹었어요 까지 마세영"
2014.07.10 23:31
거진 20억 정도 들어갈꺼고 1%는 넘을꺼에요. 그리고 간접적인 시설투자 같은 것도 생각해야죠. 2002년 월드컵 개최할때 국가에서 시설투자만 1조원을 들였고 그거 거진 축구계에서 사용하고 있잖아요. 시설사용료 낸다고 하지만 시설투자비용 대비하면 솔직히 택도 없는 액수구요. 게다가 그 시설 이용하면서 축구계가 얻어내는 수익도 상당하죠? 그정도로 국고로 시설투자 해주면서 장사까지 뒷바라지 해주는 스포츠 종목이 어디 있나요. 한국축구계가 백프로 세금 없이 돌아간다고 우기는 것도 웃기죠. 글고 유소년 육성에만 국가지원금이 들어간다니 국대팀 비행기표 사주는 돈으로도 쓰였다고 하던데요. 그 돈은 세금 아닙니까?
일부 축구팬들은 일부에서 세금 운운하면 뭘 그리 파르르 떨면서 자기네들이 즐기는 축구는 전혀 세금과 무관하다고 하는데 본인들이야 말로 그저 축구협회 직접 예산 현황만 보고 무조건 니들 돈 안들어가요 라고 우기는게 더 볼썽사납고 웃긴 일이죠.
2014.07.10 23:37
2014.07.10 23:40
당연하죠. 그러니 이번 개최국인 브라질에서 월드컵 반대시위까지 벌어지는거 아닙니까? 그리고 웓드컵 준비대비해서 국대의 비행기표값에 국민세금 쓴건 사실이잖아요? 다른 나라 국대하고 시합할려구요. 근데 뭘 안썼다고 우겨요 우기긴. 어찌보면 그깟 공놀이라고 할수 있는 것에 쓰이는 국가와 사회의 간접투자비용이 다른데 쓰이는게 더 낫다는 의견에 우린 니들 돈 안써요 라고 빡빡 우기는 모양새하곤 ㅉ
2014.07.10 23:48
2014.07.10 23:53
유치찬란도 하셔라. 한국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나봐요? 0.3원 계산이 나오게요? 신생아에게도 미취학아동에게도 세금 붙는 나라였나보죠? 제가 모르는새에 한국에 인두세가 생긴 모양입니다요 ㅎㅎ 그리고 세금 운운하는 비판 듣고 싶지 않으면 축구협회에서 본인들 능력으로 경기장 짓고 리모델링하고 1원도 정부지원금 안받고 운영하며 월드컵 나가고 경기하면 될 일입니다요. 아니면 치사하게 세금 운운 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 축구협회는 재원 마련해서 경기장을 아예 사들이고 국고보조금 반납 캠페인이라도 벌이시던가요. 축구 국가대표는 국민의 세금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라고 주장하고프면 적어도 그정도는 해야 모든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지 않겠나요.
2014.07.11 00:43
스포츠가 무섭긴 무섭네요.
박근혜가 당선되도 이런 범국민적 분노와 비탄이 폭발하진 않았는데.
2014.07.11 00:47
폭발하지 않았죠. 국민이(...) 뽑았으니까요.
사정을 봐 줘도 전반전의 막장쇼는 세상 어떤 팀이었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세상 어느 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상대가 올까봐 무서워서 에라 모르겠다 걷어내고, 몸싸움이 들어오면 당구공마냥 퉁퉁 튕겨나가고, 패스가 오는데 멍하니 서서 받으려다 중간에 공을 뺏긴단 말인가요. 전 전술이고 선수 기용 문제고 간에 이게 제일 어이가 없었거든요. 진짜 아무 것도 안되니 개인기로 뭔가를 해 보려던(그리고 후반전에 기어이 뭔가를 한) 손흥민 말고는 그냥 어디 대학교 축구 동아리에서 나온 거 같은 경기력이었죠
--> 이 모습.. 독일:브라질 전에서 브라질이 전반 6분만에 3골인가 먹고 나서 계속 보여준 그 모습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