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 다가와서 일도 많고 퇴근 후에도 여유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하루 종일 일 했으니 한 두 시간이라도 놀거야!!!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며칠간 자기 전에 '루시퍼'를 봤습니다.

듀게와 여기저기에서 추천 받은 것들이 있긴 한데 그게 이제 너무 많아서요. ㅋㅋ 일단은 원래 내가 꽂혀 있던 것부터 맛이라도 좀 보자... 는 거였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보다 조금 더 제 취향이네요. 허허.

온갖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 챙겨보게 될 것 같은데... 다만 시즌당 에피소드 수가 좀 많아서 몰아보기는 포기하고 세월아 네월아 한 두 편씩 보려구요.



사실 스토리는 되게 유치합니다.


DC 코믹스 원작이라는데 전 DC 코믹스는 본 게 거의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고, 제가 본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일본 만화들 같은 느낌이었네요. 그러니까 겁나 쎈 먼치킨, 게다가 자유로운 영혼에 삐뚤어지고 사악하기까지한 무자비한이라고 적지만 실제로 무자비한 일은 거의 하지 않는 악당!!! 캐릭터가 미녀를 만나 "나에게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 라든가 "왜지?? 왜 이렇게 니 생각이 나는 거지!! 도대체 니가 뭔데!!?" 와 같은 상태에 빠져서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잖아요.

굉장히 오골오골하게 표현했지만 그냥 설정이 원래 그렇습니다. 이게 그나마 헐리웃 물건이고 서양 배우들이 나오고 그 나라 식으로 연출을 하니까 그나마 덜 느끼한 거죠. 


그리고 '그녀'의 직업이 형사라는 핑계로 매 화마다 루시퍼가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는 구성인데...

그 사건들이 참 다 허술하고 허망하고 그래요.

아니 뭐 애초에 금강불괴 바디에다가 상대방이랑 눈 맞추고 질문만 하면 원하는 답을 쏙쏙 다 얻어낼 수 있는 능력자를 주인공으로 '수사'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만요. 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 재미가 있는 건...

캐릭터들이 재밌습니다.

루시퍼도, 여형사도, 이들을 둘러싼 비중 있는 조연들까지도 누구든 다 스테레오 타잎에서 딱히 벗어나는 캐릭터가 없지만 그 와중에 다들 귀여워요.

그리고 뭣보다도 그 오골오골 유치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루시퍼와 여형사의 관계가 구경하기 꽤 좋습니다. 적당히 웃기고 흐뭇하고.

그래서 먼치킨 캐릭터의 허탈한 수사 과정과 비약 쩌는 구멍 투성이 진상에도 불구하고 그냥 보게 됩니다. 애초에 사건엔 관심이 안 가니까요. 그건 그냥 주인공들 꽁냥거리는 걸 구경하기 위한 핑계인 거죠. ㅋㅋ


옛날에 일본 드라마 '트릭' 열심히 보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것도 미스테리 어쩌고를 간판으로 걸고 있었지만 매번 사건이나 진상은 허술하기 그저 없었고. 저는 오로지 주인공 콤비가 츤츤거리며 사귈락 말락하면서 웃겨주는 거 구경하는 재미로 본편, 스페셜 다 챙겨 보고 극장판들로 완결까지 찾아 봤었죠.

아마 이 '루시퍼'도 주인공 콤비 꽁냥거리는 재미만 떨어지지 않아 준다면 허허실실 거의 다 보게될 것 같아요. ㅋㅋ 제가 원래 이런 거 좋아합니다. 대놓고 커플인데 안 사귀고 헬렐레 거리는 사람들 이야기요.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한국판으로 만든다면 루시퍼 역할은...

뭐 일단 차승원 아저씨 생각이 나긴 하는데 이미 나이가 한참 많으시죠.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시니 못 할 것까진 없겠지만요.

그리고 사람들의 호감도 문제를 떠나서 최시원도 비주얼이 꽤 잘 어울리긴 하는데.

그 양반은 뭔가 버터스럽게 느끼하고 유들유들한 느낌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뭔가 늘 과잉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좀 그렇네요.

차라리 그 분에겐 이블데드 한국판 주인공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러합니다.

아직 몇 편 안 봐서 더 할 얘기도 없네요.

위에도 적었듯이, 드라마 완성도는 기대 마시고. 애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첫 회만 보시고 주인공 커플 맘에 들면 보시고 아니면 접으시면 될 듯.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9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210
109061 도도한 고양이 아가씨를 소개합니더- [13] nyanko 2010.11.22 3710
109060 화성인의 테디와 오덕페이트 [14] catgotmy 2010.11.09 3710
109059 립스틱. 또는 립밤 [15] disorder 2010.10.01 3710
109058 독일 왜 이렇게 잘하나요. [18] nishi 2010.07.04 3710
109057 박근혜의 올림머리 [9] 보들이 2016.12.13 3709
109056 남들 다 좋다고 하는데 그냥 그런것 [45] 메피스토 2014.11.29 3709
109055 김연경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 제목... [15] 영화처럼 2013.07.16 3709
109054 혹시 이것은 헌팅이었을까요? [23] 질문맨 2012.09.10 3709
109053 어휴 여왕님 욕했다고 분노하는 새누리 여성들 [17] 가끔영화 2012.08.10 3709
109052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2] 라인하르트백작 2012.05.31 3709
109051 영화 살인소설 저도 봤는데요(스포일러 있습니다 [13] ML 2012.11.18 3709
109050 총체적 난국 - 삼각관계 시나리오의 해법 [24] 서리* 2011.05.06 3709
109049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인데 쩔어요 [26] 비밀의 청춘 2011.05.17 3709
109048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 했다. 그것이 엄청난 사건의 서막이라는 것을...!" [13] hwih 2011.01.23 3709
109047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대단한 직장은 아니지만 너무 기뻐요 ^^ [21] 낭랑 2011.01.20 3709
109046 저작권료 안내고 이름 쓰는 듀게인 [17] 자두맛사탕 2012.10.07 3709
109045 유연한 허리 [4] 가끔영화 2011.02.03 3709
109044 [무서운세상] 지하주차장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경찰에 신고당하고 트위터에 번호판이 동네방네... [11] 데메킨 2010.11.09 3709
109043 저 900만원짜리 실험 정말 무섭네요. [4] art 2010.09.15 3709
109042 아나운서 연합회가 강용석에게 민형사상 대응하겠다네요 [8] setzung 2010.07.20 37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