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8 23:10
학기말이 다가와서 일도 많고 퇴근 후에도 여유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하루 종일 일 했으니 한 두 시간이라도 놀거야!!!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며칠간 자기 전에 '루시퍼'를 봤습니다.
듀게와 여기저기에서 추천 받은 것들이 있긴 한데 그게 이제 너무 많아서요. ㅋㅋ 일단은 원래 내가 꽂혀 있던 것부터 맛이라도 좀 보자... 는 거였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보다 조금 더 제 취향이네요. 허허.
온갖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 챙겨보게 될 것 같은데... 다만 시즌당 에피소드 수가 좀 많아서 몰아보기는 포기하고 세월아 네월아 한 두 편씩 보려구요.
사실 스토리는 되게 유치합니다.
DC 코믹스 원작이라는데 전 DC 코믹스는 본 게 거의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고, 제가 본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일본 만화들 같은 느낌이었네요. 그러니까 겁나 쎈 먼치킨, 게다가 자유로운 영혼에 삐뚤어지고 사악하기까지한 무자비한이라고 적지만 실제로 무자비한 일은 거의 하지 않는 악당!!! 캐릭터가 미녀를 만나 "나에게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 라든가 "왜지?? 왜 이렇게 니 생각이 나는 거지!! 도대체 니가 뭔데!!?" 와 같은 상태에 빠져서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잖아요.
굉장히 오골오골하게 표현했지만 그냥 설정이 원래 그렇습니다. 이게 그나마 헐리웃 물건이고 서양 배우들이 나오고 그 나라 식으로 연출을 하니까 그나마 덜 느끼한 거죠.
그리고 '그녀'의 직업이 형사라는 핑계로 매 화마다 루시퍼가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는 구성인데...
그 사건들이 참 다 허술하고 허망하고 그래요.
아니 뭐 애초에 금강불괴 바디에다가 상대방이랑 눈 맞추고 질문만 하면 원하는 답을 쏙쏙 다 얻어낼 수 있는 능력자를 주인공으로 '수사'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만요. 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 재미가 있는 건...
캐릭터들이 재밌습니다.
루시퍼도, 여형사도, 이들을 둘러싼 비중 있는 조연들까지도 누구든 다 스테레오 타잎에서 딱히 벗어나는 캐릭터가 없지만 그 와중에 다들 귀여워요.
그리고 뭣보다도 그 오골오골 유치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루시퍼와 여형사의 관계가 구경하기 꽤 좋습니다. 적당히 웃기고 흐뭇하고.
그래서 먼치킨 캐릭터의 허탈한 수사 과정과 비약 쩌는 구멍 투성이 진상에도 불구하고 그냥 보게 됩니다. 애초에 사건엔 관심이 안 가니까요. 그건 그냥 주인공들 꽁냥거리는 걸 구경하기 위한 핑계인 거죠. ㅋㅋ
옛날에 일본 드라마 '트릭' 열심히 보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것도 미스테리 어쩌고를 간판으로 걸고 있었지만 매번 사건이나 진상은 허술하기 그저 없었고. 저는 오로지 주인공 콤비가 츤츤거리며 사귈락 말락하면서 웃겨주는 거 구경하는 재미로 본편, 스페셜 다 챙겨 보고 극장판들로 완결까지 찾아 봤었죠.
아마 이 '루시퍼'도 주인공 콤비 꽁냥거리는 재미만 떨어지지 않아 준다면 허허실실 거의 다 보게될 것 같아요. ㅋㅋ 제가 원래 이런 거 좋아합니다. 대놓고 커플인데 안 사귀고 헬렐레 거리는 사람들 이야기요.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한국판으로 만든다면 루시퍼 역할은...
뭐 일단 차승원 아저씨 생각이 나긴 하는데 이미 나이가 한참 많으시죠.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시니 못 할 것까진 없겠지만요.
그리고 사람들의 호감도 문제를 떠나서 최시원도 비주얼이 꽤 잘 어울리긴 하는데.
그 양반은 뭔가 버터스럽게 느끼하고 유들유들한 느낌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뭔가 늘 과잉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좀 그렇네요.
차라리 그 분에겐 이블데드 한국판 주인공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러합니다.
아직 몇 편 안 봐서 더 할 얘기도 없네요.
위에도 적었듯이, 드라마 완성도는 기대 마시고. 애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첫 회만 보시고 주인공 커플 맘에 들면 보시고 아니면 접으시면 될 듯.
2019.06.18 23:35
2019.06.19 14:09
닮았죠. ㅋㅋ 전 그 양반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2019.06.19 01:02
저를 찾으셨나요? 루시퍼 보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시즌3까지 나오고 캔슬될줄 알았더니 넷플릭스에서 기사회생. 시즌4가 괜찮게 나왔습니다. 말씀대로 수사 과정은 참 재미가 없죠. 주연인 루시퍼와 클로이도 제겐 별 매력이 없더군요. 특히 여주는 심각한 무매력(...). 루시퍼도 좀 느끼.. 대신에 조연들 매력이 상당합니다. 특히 매저킨!! 넘 귀여워요. 린다도 좋습니다. 여주 전남편인 딘도 좋고, 아메나디엘도 좋고. 다 좋아요. 주연 커플들 보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는 더 재밌더군요. 루시퍼의 초자연적인 능력 묘사도 좀 심심하고, 어반 환타지스런 구석은 생각보다 별로 없지만 시즌 4까지 설렁설렁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차승원이 루시퍼로 나오면 루시퍼 형제들은 다른 인종으로 캐스팅하나요? ㅎ 여기 등장하는 천사들의 인종 분포가 다양하더라구요. 물론 GOD는 백인 아버지이지만요..
미드 블랙리스트도 기억해 주세요 ㅋ 시즌 4쯤에서 스킵하면서 봤는데 시즌 6은 다시 볼만해졌습니당.
2019.06.19 14:10
전 주인공 커플도 맘에 들지만 말씀하신 조연들도 좋습니다. 초반에 으르렁거리기만 할 땐 별로였는데 슬슬 매저킨도 아메나디엘도 뻘짓을 시작하니 귀여워지네요.
블랙리스트라... 이건 또 뭔가요. 개미 지옥에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ㅠㅜ
2019.06.19 15:19
제임스 스페이더가 먼치킨 잘난 척 수다쟁이 범죄의 제왕으로 나오는 미드입니다. 여기도 여주는 매력이 없....
2019.06.19 08:15
2019.06.19 14:13
적어도 1시즌 중후반까지 기준으로는 주인공 양반 벗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그런 사진 위주로 올리는 팬들 마음은 이해할 것도 같군요(...)
미란다라는 시트콤 스틸샷을 찾아보니 확실히 인상이 다르네요. 근데 전 루시퍼로 먼저 접한 관계로 그 쪽이 어색해 보이는. ㅋㅋㅋ
2019.06.19 09:45
넷플에서 5시즌까지 간다더군요. (5시즌 완결이라고 한것 같기도 하고..)
이 드라마의 문제점은 여주인공이 심각하게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린다 박사님을 좋아합니다.
여주인 로렌 저먼은 하와이 파이브 오 에서도 초반에 반시즌 정도 나왔었고, 디바이드에서도 여주인공이었는데..
대체 이 배우는 왜 웃지를 않나 하고 IMDB 를 찾아보니 그 많은 사진에도 웃는 사진이 없어요... (...)
2019.06.19 14:14
네 시즌5로 끝낸다는 기사가 있네요.
루시퍼가 워낙 느끼한 캐릭터이다 보니 여주인공은 지금처럼 퍽퍽 팍팍한 캐릭터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보다보면 꼭 인상 쓴 얼굴을 타고난 강아지(...) 같은 느낌이라 나름 귀엽더라구요. 전 루시퍼로 처음 본 배우인데 은근히 맘에 듭니다.
2019.06.19 10:09
장단점이 극명한 작품이죠. 스몰빌도 그랬지만, 자기 정체를 언제 밝히느냐가 중요하지만 자기 정체를 밝히고 나면 재미가 사라질 수 있는 TV시리즈는 잘 만들기가 어려워요. 종종 자기 정체성을 잃고 단순한 수사물이 되어버리는 시기엔 몇번씩 그만두고 싶었고.. 넷플릭스로 옮기면서 에피소드수 줄이니까 시즌4는 확실히 잘 나왔습니다. 시즌5에서 잘 끝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클로이 괜찮던데요 ㅎㅎ 그런 빳빳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니까 루시퍼와의 조합이 재밌는 거기도 하고요. 그리고 클로이 딸도 연기를 참 잘해서 좋아요. 좋은 작품에 아역배우 나올때마다 한숨 나오던 작품들을 생각하면..
2019.06.19 14:17
별 거 아니지만 제게는 재밌는 설정 중 하나가 극중에서 루시퍼가 늘 자기 정체를 광고하고 다닌다는 겁니다. 아무도 믿지 않으니 개그가 되어 버리기도 하고, 또 그게 루시퍼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설정 같아서요. ㅋㅋ 종종 단순한 수사물이 되어 버린다니 갑자기 걱정되네요. 수사물 파트의 퀄리티가 워낙 허접해서...;
저도 클로이 좋습니다. 말씀대로 그런 캐릭터라서 루시퍼와의 조합이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ㅋㅋ 딸도 귀엽고 연기 잘 할 뿐더러 루시퍼와 합이 잘 맞더라구요. 처음 만났을 때 루시퍼가 강아지 떼어내듯 '가져와!' 하고 장난감 던져 버리는 장면부터 맘에 들었어요. ㅋㅋㅋ
2019.06.19 14:19
전지전능한 주제에 집 나간 아들 억지로 잡아오지도 않는 걸 보면 되게 관대한 아버지 같은데 루시퍼는 너무 불만이 많죠. ㅋㅋ
전 시즌4까지 보려면 한 달은 걸릴 것 같아요.
이미 글은 하나 적어 버렸으니 언젠가는 나오게될 시즌5까지 다 챙겨본 후의 먼 훗날에 종합 소감이나 적어 보려구요.
2019.06.19 14:39
저도 루시퍼 봅니다..! 저도 클로에와 루시퍼 케미 보는 재미가 있어요. 가라님이 클로에의 무매력을 이야기 하시는데.. 원래 되게 건조하고 재미없는 캐릭터 설정이지 않나요. 그런 캐릭터에 루시퍼가 목 매는게 이 케미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ㅎㅎㅎ 하지만 저도 사실 그 심리상담가 캐릭터를 더 좋아하기는 해요.
사실 루시퍼는 자막 번역이 좀 별로라고 생각해요. 그 능글능글한 성격이나 말투는 반말로 번역하는 것보다 존댓말로 번역하는 게 더 잘 맞았을 거 같거든요.
그런 캐릭터들 있잖아요, 존댓말 쓰면서 속 살살 긁어놓고 사람 열받게 만드는데 그래서 미워할 수는 없는 그런...
2019.06.19 21:15
2019.06.20 08:27
닥터 린다는 처음에는 레귤러가 아니었던것 같아요. 초반에 스페셜 게스트라고 나와서 유명하신 분인가? 하고 찾아본 기억이 있거든요.
2019.06.20 10:09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내용이 되게 별 생각 없이 막 전개되는 느낌이에요. 갑자기 연인 되는 애들도 그렇고 시즌1 빌런 처리되는 방식도 그렇고 뭔가 그냥 대충대충 되는대로. ㅋㅋㅋ
최시원의 시그니쳐 개인기;미국표정을 떠올려보니 애쉬얼굴과 좀 닮긴했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