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6 22:13
오늘 밤 12시 5분 EBS1 영화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나의 어머니(Mia Madre, 2015)>입니다.
저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We Have a Pope, 2011)> 한 편만 봤는데 꽤 재미있게 봤어요.
독특한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다지 개성적인 스타일의 감독이라는 느낌은 없어서 더 많은 영화를 찾아보진 않았는데 200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들의 방>을 찾아보려다 2002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다르덴 형제 감독의 <아들>을 재밌게 본 기억이 나네요.
(당시 아들에 관한 영화들이 연이어 나와서 둘 다 좋은 평가를 받았죠.)
오늘은 엄마와 딸에 관한 영환가 봅니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딸이 영화감독이어서 무슨 영화를 찍는 과정이 동시에 나오나 봐요.
(저는 이런 형식의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없는데... ^^)
2015년 칸영화제에서 Prize of the Ecumenical Jury를 수상했고 (이 상 가끔 보는데 어떤 영화에 주는 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015년 최고의 영화로 뽑았다네요.
EBS1에서 웬일로 만든 지 4년밖에 안 된 이런 최신 영화를 방송하는지... ^^
metacritic 평론가 평점 70점, imdb 관객 평점 6.8점으로 양쪽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신 분 같이 봐요.
2019.07.27 10:24
아래 글에 영화의 내용과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죽음을 향해 가는 어머니가 나와요.
혼자서 세 걸음도 못 걷는 어머니, 라틴어에도 능한 교사였던 어머니가 점점 바보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딸은 어머니의 서재에 가득한 미학책, 역사책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묻죠.
마지막 장면에서 딸이 어머니에게 무슨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가 '내일'이라고 답하는 장면은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인 것 같아요. 라틴어는 죽은 언어지만 미래에 사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기초가 되었듯
어머니의 공부와 교사로서의 가르침은 비록 '현재' 어머니의 상태가 초라하고 점점 엉망이 되어간다 해도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겠죠.
반면 딸은 언제나 '현재'에 집중하는 영화를 찍어온 감독이고 현재의 모습에 좌절하는 사람이에요.
주연배우가 네 줄짜리 대사도 제대로 못해 버벅일 때 딸이 울화통을 터뜨리는 장면은 딸이 어머니의 모습에
좌절하는 것과 나란히 보여지죠. 이태리어를 제대로 못하는 배우의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상황과 나이 들고
병에 걸린 어머니의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며 딸은 절망에 빠지지만 그 배우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제 역할을 해내며 영화를 마무리하고 어머니도 손녀에게 라틴어를 조금씩 가르쳐주며 삶을
마무리해요.
영화 초반의 클로즈업 촬영 장면에서 누구의 시점에서 촬영하고 있는가를 딸인 감독이 묻는 장면이 있었죠.
배우에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옆에 배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감독인 자신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고요.)
우리는 현재 우리의 삶에 충실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혹은 좀 더 거시적인
시선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감독은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