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홍대-연남-상수 구역을 끝없이 걸어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가 어떤 가게가 문득 눈에 띄면 들어가는거죠. 나름 맛집을 찾아내는 성공을 거둘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어요. 


 요전에 차이나와 맛집을 찾기 위해 홍대를 이리저리 걷다가 어떤 토픽이 나왔어요. '어린 여자만 찾는 한국 아저씨들의 천박함.'에 관한 거였죠. 나름대로 내 지론을 말해 봤어요. 저런 이미지는 너무 피상적인 비약 같다고 말이죠. 하긴 나는 다른 남자들의 생각은 잘 모르지만요. 내가 아는건 내 생각뿐이죠.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를 해 봤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러더라고. 30살쯤 된 여자를 사귀면 새로움과 감동이 없다고 말야. 왜냐면 큰맘먹고 아무리 고급 식당에 가봤자, 고급 리조트에 가봤자, 좋은 여행지를 물색해서 가봤자, 명품백을 사줘봤자 30살쯤 된 여자에겐 이미 다 겪어본 거거든. 고딩 때 연애를 하면 떡볶이 1인분을 나눠 먹어도 기뻐하고 돈모아서 10만원짜리 반지를 선물해서 활짝 웃어주지만...이미 그 모든 걸 겪은 여자에겐 뭘 해줘도 기쁨이나 감동이 없다...뭐 그러더라고.'



 2.그러자 차이나는 '어느정도 맞는 말이긴 해.'라고 끄덕였어요.


 하긴 나도 그런 여자를 가끔 보곤 해요. 요전에 썼듯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지만 인스타 허세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으니까요. 그런 여자에게 만남을 제안하면 '딥따 좋은 데 한번 가자.'라거나 '내가 안 가본 곳에 데려다 줘.'라고 말하곤 해요.


 하지만 그런 곳이 있을까요? 나의 능력으로 갈만한 곳에서 말이죠. 내가 아는 한에서 제일 좋은 식당이라면 콘티넨탈 정도거든요. 하지만 콘티넨탈이든 팔레드고몽이든, 감동적이라고 할 만한 파인다이닝은 아니예요. 나머지는 뭐...라운지? 호텔? 그런 정도인데 어느정도 연애 경험이 있으면 그런 곳쯤은 이미 다 가봤을 거고요.


 뭐 오늘은 이것에 관해 말하려는 건 아니니, 이건 다음에 써보죠.



 3.어쨌든 본격적으로 나의 지론을 말했어요. '하지만 말야, 내 생각엔 좀 달라. 나는 여자에게 중요한 건 신비감이라고 생각하거든.'이라고요. 차이나가  뭔 말이냐고 되물었어요.


 '왜냐면 나는 20대 때 3~40대를 좋아했거든. 그래서 나는 내가 3~40대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니란 걸 알았어. 나는 그냥 또래를 싫어하는 거였다고. 왜냐면 30대가 되니까 이제 30대나 40대 여자들은 너무 '알 것 같아서' 별로인 거야.'


 그러자 차이나는 '신비감은 중요하지.'라고 추임새를 넣었어요. 여기서 잠깐 물어봤어요. 일기에 적은 '와일드'를 아냐고요. 차이나는 읽은 기억이 있다고 했어요.



 4.휴.



 5.그래서 말해 줬어요. 어느날 와일드를 밖에서 만난 일을요. 밖에서 와일드를 보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찬찬히 보는데...처음에는 알이 굵고 빽빽한 머리숱이 눈이 띄었어요. 그리고 조금 숯을 쳐야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조금 과한 눈썹. 흐릿함 없이 또렷하고 분명한 검은 눈동자. 햇빛을 받으니 반짝거리면서 마치 말갈기처럼 보이는 목의 잔털들...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듯한 물기와 빛이 피부의 표면을 맴도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간신히 갈무리된 생명력이 아닌, 너무나 넘쳐나는 생명의 여력이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느낌을 보고, 나도 이제 20대 초반 여자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이죠. 그리고 말을 이어갔어요.



 6.'하지만 젠장, 문제는 이거야. 내 위로 15~20, 아래로 15~20은 되어야 나와 좀 다른 인간 같거든. 그래야 신비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한데 20대 때 아래로 20살이면 유딩이나 초딩이잖아. 그래서 몰랐던거지. 그냥 나이가 많은 여자를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던거야.'라고 말하자 차이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적절한 리액션을 응원삼아 말을 이어갔어요.


 '문제는, 이제 내 위로 20살이 더 많은 여자는 거의 환갑이거든. 그러니까 무리인거지. 이제 몇년만 더 지나면? 나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할 옵션밖에 남지 않는 거야.'


 

 7.뭐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은 40~50대를 만날 수도 있고, 다행히도 요즘 50대 여자들은 예쁘니까요. 위에는 마치 생명력이 젊은 여자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써놨지만 그건 아니예요. 위에 써놓은 것들은 그냥 와일드의 특징인거지 20대 여자들의 공통점은 아니니까요. 40대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있고 21살에도 신경안정제를 하루에 세번씩 먹으면서 15시간씩 자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급의 생명력을 타고났다면 그 사람의 40살 버전보다 20살 버전이 더 나은거죠. 뭐 요즘은 그래요. 예전에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가 미친듯이 싫었지만...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노래부르기와 춤추기를 좋아한다는 건 그녀가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타고난 증거라고 말이죠.


 예전에는 걔네들이 날뛰는 게 보기 싫어서 그들에게 나의 음울함을 강요하기도 했어요. 밴드를 부르자거나 가라오케 기계를 켜서 좀 놀자고 하면 '이봐, 내가 손님이니까 좀 닥치고 있자고.'뭐 이렇게요. 하지만 요즘은 그녀들이 뛰놀도록 그냥 내버려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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