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3 16:32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82
최근 해외 어린이와 1:1 결연을 맺어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캠페인이 인기인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결연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다. 나름의 원칙이 있어서인가?
‘내가 이만큼을 도와서 아이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지켜보는 태도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내가 한 달에 몇 만 원을 내서 그 아이가 빵을 먹었고, 나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는 것에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건 기부가 아니라 일종의 투자다. 아이를 돕는 일이 아니라 기부자를 만족시키는 사업이다.
실제로 결연 사업에는 몇 가지 인권 침해의 측면이 있다. 결연 캠페인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이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가 나열된 목록이 있다. 아이를 선택하고 후원 버튼을 누르면, 담당자는 꾸러미를 들고 아이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아이가 쓴 편지를 기부자에게 보낸다.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마케팅적으로는 결연 후원이 성공적이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단점이 있었죠.
2014.03.03 16:56
2014.03.03 16:59
그렇게 따지면 왠만한 사람의 기부활동은 다 자기만족을 위한 쇼핑이죠. 그 쇼핑이라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요.
2014.03.03 17:02
2014.03.03 17:12
이게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돈 몇만원 기부하고 알량한 정신적 만족 좀 하면 어때서? 싶어요. 그리고 모든 아동결연이 홈쇼핑 물건 구입하듯이 이루어지진 않을 텐데요. 제가 한 곳은 그냥 신청하면 단체쪽에서 아동을 지정해서 보내주더라고요. 우편물 받기 전까진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14.03.03 17:15
제목이 좀 선정적이네요.
"기부는 돈을 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기부금들이 제대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를 하고 신경을 끄는 것은 내가 기부한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거다." 기준이 엄격하긴 하지만 이런 얘기는 생각해 볼 만 한 것 같아요.
2014.03.03 17:15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 인간을 대상화시키고 차별을 야기한다는 거다. 흔히 몇 사람이라도 선택해 공부를 시키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환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택받은 아이들조차 제대로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선택된 아이와 선택받지 못한 아이의 차이가 지속돼 불평등한 구조가 이어지면,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도태되고 비참해진다. 이들의 삶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내가 선택한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들의 가난이 없어지려면 적어도 마을 전체가 변해야 하고, 사회 구조 전체의 변화까지 담보돼야 한다. 내 눈으로 당장 기부 효과를 보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작은 정성이 모이고 모여 그들의 가난이 통째로 없어질 거라고 믿을 때, 진정한 나눔이 가능해진다.
가난은 결코 한 달에 얼마씩 지원을 받아 덜 굶는 것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학교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는 사회적 인프라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1:1 결연으로 공부를 한 아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일자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자기만족이라고 기부자를 비난하는(듯한)논조 보다는 저 문단의 바로 밑에 있는 이야기가 핵심인듯.
2014.03.03 17:53
그렇네요.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4.03.03 18:33
아니 그럼 스무살이 되었을때 일자리가 없다고 어렸을때 먹이고 교육시키는 것을 포기하란 소린가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이건 무리수 입니다.
기부를 하는 사람에게 '네가 하는 기부가 사실 자기만족이잖아!' 하면서 죄책감을 던져줄게 아니라 기부를 적게 하거나 안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까지 확대를 해야죠. 이놈의 나라는 뭐든 호갱으로 만드는게 유행인가..
2014.03.03 19:16
2014.03.03 17:47
저는 (아주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계속 할랍니다.
그리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계속 지켜 볼 겁니다.
2014.03.03 18:44
2014.03.03 19:04
그러거나 말거나요.
링크의 글이 결연후원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2014.03.03 18:08
2014.03.03 18:27
2014.03.03 19:00
직접 후원은 단점은 있을지언정, 투자라는 말은 완전 틀린말이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뭔지 알고 싶지 않고, 타인의 기부를 쇼핑이나 투자라고 힐난하는건 그리스도의 가르침인가 싶군요.
사진과 이름을 디스플레이하는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기는 하네요.
2014.03.03 19:00
기부 자체가 만족을 쇼핑하는거 아닌가요?
2014.03.03 19:09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게 낫죠.
방법적인 면을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뿐.
2014.03.03 19:21
전 저걸 읽으면서 '음...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거지?' 싶네요.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이타주의'가 존재합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형태의 이타주의는 결국 이기주의의 고상한 형태일 뿐이에요.
만족감도 없다면 도대체 누가 기부를 합니까?
2014.03.03 21:46
2014.03.03 22:22
그렇네요. 아이들 소식을 듣고싶어하는것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는데,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네요.
도와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겠지만, 의무적으로 소식을 전해야한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2014.03.04 01:45
저도 몇 달 전에 백화점 갤러리 같은 데 컴패션 사진 전시회 하는 데에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이랑 점심 먹고 다같이 가서 보고 나온 적이 있는데요. 거기 결연아동들 사진과 나이 등등이 밖으로 보이게 놔뒀더라구요. 결연하고 싶은 아동을 골라서 접수대로 가져가면 되는 거 같았는데, 옆에 전시회 진행하는 분께서 '원래는 (후원하려는 사람이 후원아동을 골라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랜덤하게 들고가게끔) 사진이랑 인적사항이 안 보이게 접혀져있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계속 열어보셔서 아예 밖으로 보이게 반대로 접어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뭔지 모를 기분이 들긴 했어요. 자기만족이니 뭐니 해도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저도 생각하지만요.
2014.03.04 10:41
2014.03.04 11:50
2014.03.04 16:56
저도 처음엔 결연 기부했는데 비슷한 이유로 별로 안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