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심약의 차이

2019.07.25 06:01

어디로갈까 조회 수:863

(막내의 지도교수님이 어떤 자리에서 "++이는 겸손한 심성을 지녔어."라는 칭찬(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옆에 있던 날쌘돌이 선배가 " 저는 심약하다고 느꼈는데..."라는 토를 달았다고 해요. 막내가 꽤 골똘한 채 두 단어의 차이를 카톡으로 물어왔길래 함 써봅니다. -_-)

- 겸손은 현명합니다. '나'는 우주인 동시에 티끌이며, 세상의 중심인 동시에 변방이라는 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겸손이 가능합니다. 흔히 겸손을 위선이나 비굴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는데, 겸손은 처세의 방편이 아니에요.
자아의 블랙홀이 만드는 중력장을 벗어나기 위해 낮아지는 게 겸손입니다. 낮되 겸손은 약하지 않아요. 겸손은 대지처럼 타자를 그 위에서 살게 하죠. 다양한 삶이 그로부터 자라나고 사랑 또한 거기에 포함됩니다. 

겸손은 수신된 정보를 근거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계에 영향을 주지만 결코 관계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겸손은 객관적 관찰의 시선입니다. 차이를 알 뿐 겸손은 차별하지 않아요. 겸손은 열려 있고 자유롭습니다.

- 심약心弱은 종종 겸손으로 오인됩니다. 심약은 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터링해요. 심약은 방어입니다. 심약한 사람의 눈도 대개는 가차없이 뜨여 있지만, 심약은 시선이 아니라 시선 이후의 마음결에 의해 그 표정이 완성됩니다.
심약은 상대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죠. 그렇다해도 심약은 여유롭게 가없이 미소를 지어보내도 좋은 대상은 아닙니다. 심약이 보호하려는 성城은 때로 자만보다 높고, 그 너머를 우리는 알 수 없어요. 심약은 신비를 대하듯 해야 할 것입니다.

덧: "선배의 말은 의견일까? 무례일까?"라는 질문엔 이렇게 답해줬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할 만한 타당한 근거를 찾으려는 마음보들이 더러 있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문해보는 기회로 삼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7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380
109286 어제 이정현씨에 관한 글을 보고(게시판에 사진 올리는 방법좀..ㅜㅜ) [7] 수지니야 2011.01.13 3445
109285 셜록 DVD 예약주문 받고 있습니다. [13] 사과식초 2011.01.13 2715
109284 포커가 나오는 도박영화 [9] 메피스토 2011.01.13 2234
109283 (듀나iN) 연말정산 관련 질문 드립니다. 회계전문가님들 plz... [7] 사람 2011.01.13 1913
109282 사법연수원 관련 뉴스 2개 - 40% 실업자, 검사 되기 싫어 [9] DH 2011.01.13 3866
109281 이거 귀엽지 않음묘? [3] 빛나는 2011.01.13 2701
109280 일본 흡연 사례 [21] Lisbeth 2011.01.13 4318
109279 영화 어비스에서의 생체메카니즘 질문. [7] 무비스타 2011.01.13 1959
109278 오비완 캐노비가 죽은 이유 [17] 무비스타 2011.01.13 5309
109277 가장 진부한 귀신 영화 클리셰가 현실 세계에서 진짜로 일어난다면? [26] DJUNA 2011.01.13 3347
109276 [바낭] 8천원짜리 샌드위치 실망 글 보니까 생각났는데.. [8] no way 2011.01.13 3655
109275 몇년 전 발견된 다빈치의 <아름다운 왕녀>에 얽힌 이야기 [5] 이반 2011.01.13 3491
109274 염색 미용실에서 꼭 해야 하나요? [14] 선케 2011.01.13 4565
109273 [듀나in] 유튜빙 좀 하시는 분들께 질문합니다. [2] nishi 2011.01.13 1340
109272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애니] [2] catgotmy 2011.01.13 1491
109271 바낭] 귀신이야기가 나와서.. 귀신이야기. [9] 비엘 2011.01.13 2108
109270 고양이 발에 귤쌓기 동영상 [6] chobo 2011.01.13 2943
109269 단편 공포영화 Little Farm, The Oregonian 스틸 한 장. [4] mithrandir 2011.01.13 2282
109268 의문 - 이 소리의 정체는 뭘까? [1] 녹색귤 2011.01.13 1225
109267 건설이나 건설 관련 사업(?)하시는 분들이 "오~다 따왔다"고 하시는 건... [7] nishi 2011.01.13 24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