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의 여도적'

2024.03.18 13:06

돌도끼 조회 수:264


70286B.JPG


1955년 공개된 테드 테츨라프 감독의 영화.
53년에 제작되었지만 한동안 창고신세였다네요.


옛날 영화인들은 누구누구네 아들한테 관심이 참 많았어요. 헤라클레스의 아들, 삼손의 아들, 프랑켄슈타인의 아들...등등등. 유명인사의 이름을 등에 업고는 싶은데 이야기는 또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내마음대로 만들고싶을 때 유용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 영화의 원제는 [신밧드의 아들]입니다.
뭐 우리가 잘 아는 그 신밧드 이야기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사실상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속편에 가깝습니다.(근데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1년전에 [알리바바의 아들]이란 영화가 나왔었다는...ㅎㅎ)


유명한 모험가 신밧드의 아들 신밧드는 아버지와는 다른 이유로 유명합니다. 이친구가 모든 여자가 한번 얼굴을 보기만 하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마성의 남자였어요. 거기다 말발이 죽여줘서 한번 꼬드기기만 하면 이미 넘어간 여자들을 완전히 포로로 만들어버립니다. 뭐 고전작품에서는 언변이 화려하고 시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껌벅 죽는다는 약속된 설정이 있잖아요.
신밧드의 이런 유려한 언변은 사실은 절친인 시인 오마르의 덕이었습니다. 신밧드는 오마르가 한 말을 복붙해서 이여자 저여자한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죠. 정작 오마르(빈센트 프라이스!) 는 여자들의 광적인 추종을 받을 외모는 아니라 여자복이라곤 없습니다만...

칼리프의 하렘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후궁들을 꼬여내던 신밧드는 드디어 잡혀서 머리와 몸을 분리하라는 칼리프의 판결을 받게됩니다. 애꿎은 오마르까지 같이.

마침 그때 몽골군의 사자가 와서는 칼리프에게 무조건 항복하고 노예가 되라는 선포를 하고 가버리네요. 항복안하면 죽음이고 항복하면 살려줄...지도 모른답니다.

신밧드는 사면권을 걸고 몽골 침략자들을 저지하기 위한 모험에 나서고, 그와중에 (알리바바에게 몰살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던) 40인의 도적과 엮이게 됩니다.

영화 스토리상으로는 40인의 도적의 존재와 도적단 전원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 개봉할 때 아예 제목에다 까발려버렸죠. 한국도 일본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제목에 신밧드의 이름을 안쓴 걸 보면 당시에 극동지역에서는 그 이름이 안먹혔나봐요.


영화가 창고신세를 진 이유는 검열에 걸려서라든가... 이게 아마 50년대 기준으로는 많이 도발적인 영화였던 것 같아요.

100명이 넘는 여성이 비키니에 가까운 차림으로 나오고, 영화속에서 여주인공 포함 여러 여성들이 기나긴 스트립쇼를 보여줍니다. 출연진 중에는 실제로 당시 유명한 스트립댄서도 있었다고 하고요. 물론 50년대니까 지금 기준으로 보면 PG급의 수위지만(PG가 옛날옛적엔 성인영화를 뜻했었더라는....) 그래도 가족들이 모여 단란감상을 하기에는 조금 거시기할 요소들은 있습니다.

영화는 코미디 모험물이고 남녀상열지사쪽을 그닥 부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당시 백인사회에서 생각하던 아라비아의 이미지-'원시적이고 부도덕한 공간'-를 이용해서 여자들을 벗겨보자는 심보로 만들어진 영화같아요.(제작기간 동안 제작자(하워드 휴즈!)가 계속해서 여성들의 노출도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출연자의 증언도 있는 것 같고...)
뭐 그런 맥락에서, 아랍이나 몽골인들에 대한 묘사도 당시 백인사회에 퍼져있던 오해 혹은 악의적인 왜곡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니까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지금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는...)
지금보다 훨씬 더 경직되어 있던 5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는 불량식품 취급을 받았던듯 해요. 평론계에서 까이고 기독교 단체한테 까이고... 이래저래해서 흥행에도 실패한 모양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한국에선 56년 첫 개봉이후 몇번이나 재수입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나봐요. 뭐... 영화가 재미가 없는 건 또 아닌데다... 아마도 이 영화가 그시절 한국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는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한계치쯤 되지않았을까 싶기도...

미국에서 욕먹은 영화가 미국보다 훨씬 더 경직되어있었을 한국에서는 먹혔다는 게 좀 아이러니같기도 하지만요.



-제작 당시에는 한창 3D 열풍이던 때라 3D로 찍었는데, 개봉할 즈음에는 붐이 식어버리고(역사상 3D 붐이 몇번인가 있었지만 한번도 오래간 적은 없죠) 와이드 스크린으로 대세가 넘어가버린 때라서, 원래 스탠더드인 영화를 위아래로 잘라내고 와이드(RKO가 자랑하던 수퍼스코프 2:1)로 만들어 2D로 개봉했었다고 합니다.(일부 장면만 3D로 처리해 공개된 버전도 있다는 듯...)

-영화속에 나오는 수많은 여성들을 조달하기 위해 휴즈 선생께서는 각종 콘테스트를 열었다고 하네요.




(언제인지는 모르겠는)재개봉 예고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92
125840 항우울제 완전 쩝니다. 신세계네요. [19] centrum 2014.09.23 9142
125839 송지선 아나운서 장례식 야구 선수 아무도 조문을 가지 않았군요; [15] 白首狂夫 2011.05.25 9140
125838 지적설계 공부하는 박진영 [39] 나약한 2013.09.14 9133
125837 Albums of (the first half of) The Year [2] kilroy 2010.07.01 9129
125836 연합뉴스의 세월호 유가족 기자회견 의도적 조작-->실수 라고 해명되었습니다.(수정) [14] 그러니까말이죠 2014.04.30 9127
125835 [질문] 에스티로더 갈색병 가격차이 [9] 무비스타 2010.12.06 9126
125834 [듀9] 원룸 에어컨까지 켠다면 한달 전기세 ??? 얼마나 나올까요? [15] 서리* 2010.06.22 9124
125833 [듀나인] 서울에서 가장 큰 문구점이 어디죠...? [11] 마이블루베리 나이츠 2011.01.10 9118
125832 [뻘바낭] 김남길의 얼굴. [27] 익 명 2010.08.07 9113
125831 장윤정네 엄마와 그 아들 정말 지독하네요. [21] 유상유념 2013.07.09 9109
125830 신정환은 몰카 보면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 보이더군요. [8] 인명 2010.09.10 9109
125829 삼양 포장마차우동을 아시나요?(라면 얘기가 많길래 ^^) [6] 옥이 2011.08.30 9104
125828 우래옥 냉면의 원가 [27]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2.07.25 9103
125827 급한질문! 공기업 면접시 여성의 안경착용 =_=;;; [16] 톰티트토트 2010.11.09 9103
125826 소위 말하는 "못사는 주제에 한나라당을 찍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건 아니었군요.. [20] being 2010.06.04 9103
125825 [펌] 소설가 일화 [11] dl 2011.10.23 9101
125824 [듀나in] 핸드폰으로 디지털 드로잉! [9] 여울강 2018.09.02 9091
125823 태국 레즈비언 영화 yes or no 뮤비와 포스터 [2] hybris 2011.06.13 9081
125822 박시후 강간 혐의로 피소 [14] 레드 2013.02.18 9076
125821 아버지가 미쳤을 경우 아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86] art 2010.08.10 90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