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집착.

2019.07.25 16:59

잔인한오후 조회 수:853

더 정확한 제목은 최신 중독일지도 모릅니다. 최신을 들이마시기 위해 인터넷을 떠도는 아귀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현대가 내게 제공하는 것들 떄문에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덜 씹어 삼키다가 백지와 대면하여 생각을 가둬봅니다.


구체적으로 제 여가 생활을 좀 먹는 끝없이 새로워지는 것을 나열해보자면, 트위터의 타임라인, 게시판의 새로운 게시물들,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 피촬영자들의 영상과 거기에 포함된 채팅들, 새로운 소식들 정도가 있겠네요. 여기서 가장 이 상황이 명확해지는 소재는 실시간 방송의 피촬영자들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거기에는 어떤 것도 없습니다. 재미나 즐거움, 정보도 없으며 가장 최신의 상태로 격변하는 아무것도 없는 것만이 거기에 있습니다. 저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 혹은 최신을 실감하기 위해서 거기에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은 저를 난감하게 만듭니다.


왜 내게 의미를 가지는가 자문합니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실재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일단 시작한 그 엄청난 롱테이크 샷 안에서는 사실 그 자체와 사실이 아닌 연기더라도 몸 그 자체를 담고 있기 때문에'라고 대답해봅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을 곱씹어 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쉽과 사건을 함께 창조해내고 있기 때문에'라고 다시 대답해봅니다. '어떠한 사건이 지금 바로 눈 앞에 일어난다면 나는 그 첫번째 목격자(들)가 되고, 그 맥락을 정리해 발언권을 얻을 수 있게 때문에'라고 정리해봅니다.


저는 칠팔년 전의 새벽 세네시 쯤 있었던 피/촬영자의 담담한 말을 듣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진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로서는 알지 못하는 빈 부분을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며 이야기했었죠. 지금 같으면, 아니 그 때에더라도 어떤 위키에 한 줄 기록이 남았을 수도 있었던 그런 일이, 거기에 그냥 같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 뭔지 모를 공존감을 갖게 합니다. 그 감각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편집본을 TV에서 보는 것과, 생방송을 원 방송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욕망이라고 할까요.


전에는 적어도 거시 세계나 미시 세계를 재구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라고 단언하는건 제 착각이겠죠). 지금은 철저히 조각난 여러 관점들과 미시적 사건들의 조합을 통해 사회를 가정하지만 어느 하나도 안정감을 갖게 만들어주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건들의 목격자가 되려고 노력하며 세계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안심을 얻고 싶어합니다. 특히 많은 상황에서 사건 그 자체는 목격하기 힘들며 n차 파고와 그것을 엮어 사적 보고서를 만드는 미심쩍게 집요한 개인들에게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기대고 싶지도 않습니다)


최신이 물리게 되면, 잠시 도서관에서 활자 샤워를 합니다. 그러나 서적들은 자신의 유통기한, 아니 출판연월일을 맨 바깥쪽에 담고 있으며, 2019년 7월 25일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그래서 냉수마찰과 탕수목욕을 번갈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는 것입니다. 음, 이러한 헛된 뺑뺑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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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진지하거나 삶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좀 지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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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를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다음팟 방송은 꾸준히 봤었고 최근에는 트위치를 봅니다.


전에는 게임을 봤지만 지금은 어떤 컨텐츠라는게 사실 딱히 중요하지 않고, 컨텐츠가 통과하는 인간의 구성요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롤도 아니고 모델도 아닌, 버텨낼 수 있는 실시간적 개인이라는 의미에서 시청자 수로 걸러진 어떤 일군의 다양한 성격들을 생각해봅니다.


실시간 방송의 채팅방에서 끊임없이 창발되는 언어들이 가상 속으로, 나중에는 미디어로, 결국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며 기괴한 냄새를 맡는 기분입니다.


아직 이쪽 편에선 어떤 명제를 떠올리긴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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