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의 도편추방제

2019.08.07 07:51

Sonny 조회 수:3363

너무 유치해서 말이 안나옵니다. 특정 유저를 몰아내자는 글을 어제 보고 기가 막혀서 한 소리 하려다가 피곤해서 그냥 잤더니 이제는 무슨 트위터와 블로그 뒷조사까지 나와있네요? 비슷한 경험을 당했던 사람으로서 좀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죠?

저도 듀게에 마음에 안드는 사람 많습니다. 당연히 저를 마음에 안들어하는 사람도 많을 거구요. 그렇지만 호불호만으로 누군가를 쫓아내자면서 공개투표를 해선 안되는 겁니다. 무슨 과격한 언어사용이네 게시판 분란이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원칙은 없고 타인에 대한 불호를 모아서 다수의 폭력을 저지르는 거잖아요? 그걸 세상사람들은 "왕따"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명을 싫어하는 티를 내고 싫어할 수 밖에 없다면서 본인들의 불호를 정당화하는 거요. 이게 나이 먹은 성인들이 할 짓입니까?

듀게에는 현재 규칙이랄 게 없습니다. 게시판의 규정도 유명무실한 상태이고 관리자가 그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일종의 불문율처럼 자의적인 예의만이 규정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만이 남아있는 극도의 민주적 상태에요. 모두가 자유로운 가운데 자발적으로 규정을 지키고 만들어가는 상태니까. 그걸 강제할 수 없으니 지키면 성숙한 듀게 회원이 되는 거고 못지키면 그냥 미숙한 인간이라고 가치판단을 하면 되는 일입니다. 저 회원이 말을 싸가지 없이 하니 여기서 쫓아내주세요? 정작 그 고발자는 어떤어떤 말을 했는데요. 떳떳치 못하다는 게 댓글 타래로 다 나오지 않습니까? 성인들간의 대화라는 건, 꼭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보복을 해야 뭐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실망하고, 말 안섞고, 경멸하면 그만이죠. 커뮤니티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안하고 자체적으로 배제를 하면 되는 일을 뭐 이렇게 키우나요?

듀게에는 글 안보기, 댓글 안보기 기능이 있습니다. 그걸 활용하면 됩니다. 상대를 무시하는 게 아예 기능으로 있단 말이에요. 정신승리를 하도록 아예 시스템이 잡혀있는데 왜 한사코 본인의 불호를 커뮤니티 내의 사회적 합의나 정의인양 만들려고 합니까? 제가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하는 거, 올바르다거나 공익적인 거 전혀 아닙니다. 본인이 말싸움으로 이기진 못하겠고 무례한 말을 들어 기분까지 나쁜데 무시하지도 못하겠으니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거지. 키배도 일대일로 못하고 무시하지도 못하면서 무슨 게시판의 대의를 책임지는 양 듀나님을 소환하고 투표를 하고...

제가 이 게시판이 민주적이라고 말씀드렸죠? 그건 이 게시판에서 아무리 빻았거나 멍청한 글을 써도 그 글을 다른 좋은 글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글로 취급하고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그런 거 아닙니까? 누가 해롭고 어떤 말이 나쁘다면서 검열하고 걸러내는 그런 게 다 독재자가 있는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구요. 그렇게 생각하고 말 할 수도 있지. 회원들의 의견을 다양성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마음에 안들면 싸우면 되고 그도 싫으면 체념하고 무시하면 됩니다. 대자보를 찢듯이 너가 여기서 활동을 더 못하게 하겠다 이런 게 아니구요.

자기가 싫어하는 유저의 블로그나 트위터를 조사했다고 떠드는 건 정말 기가 막히고 소름이 끼칩니다. 그거 프라이버시입니다.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겁니다. 무슨 증거라도 잡은 양 그걸 그렇게 떠드는 본인의 모습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본 적이 있나요? 그걸 왜 우리가 알아야 합니까? 누가 일베를 하든 디씨를 하든 루리웹을 하든 다른 데서 얼마나 개소리를 하든, 듀게 회원으로서의 이미지는 듀게에서의 활동으로만 봐도 충분합니다. 여기는 무슨 공직자 청문회가 아니고 그냥 시간 남는 인간들이 하릴 없이 놀겠다며 자기 생각과 취향을 글로 나누는 곳이에요. 그런데 왜 본인의 허락도 없는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공개게시판에 전시하려 합니까?

혹시 그 잣대를 본인한테도 적용하고 있습니까? 본인이 듀게 외에 어떤 sns를 사용하는지 낱낱이 인증 좀 해주시겠습니까? 혹시 본인을 도편추방제에 올릴 생각은 없으세요? 그 투표결과를 공개할 생각은요? 누가 언제부터 본인을 듀게의 심판자로 임명했습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듀나님이 본인에 대한 호불호 투표를 열고 sns를 감찰하고 그 결과 쫓아내겠다고 하면 받아들이실 겁니까?

좀 내버려둡시다. 그냥 쌩까세요. 세상에 자기 마음 백퍼센트 맞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상벌은 어디까지나 얕은 관계와 친밀감의 표시에 있지 누구를 쫓아내네 마네 하며 반성케 하는 마오쩌둥 식 선동이 아닙니다. 왜 21세기 한국의 작은 커뮤니티에서 이딴 촌스런 "자아비판"의 촌극을 봐야 합니까? 안그래도 반일운동을 부추기는 정부 때문에 황당해 죽겠는데.

저도 어쩔 때는 누군가의 과격한 말투가 마음에 안듭니다. 살살 말하고 설득하려는 포지션을 취했으면 좋겠구요. 그런데 누군가는 제 글이나 댓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테고, 저는 제가 이 커뮤니티에서 갖고 있는 최소한의 공격성을 더 둥글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도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본인의 대화기준에 안맞으면 그냥 무시를 하세요. 우리는 이 게시판에서 그렇게 유의미한 존재가 아니고 모든 대화는 설득 혹은 승패로 딱 귀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끝을 보려고 하시죠? 그거야말로 상대의 존재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며 소위 "부들부들"하는 과정 아닙니까?

게시판 내 이지메를 이런 식으로 확인하니 참 기분이 드럽고 씁쓸하네요. 하기사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건 늘 다수의 폭력을 합리화하며 발전해왔으니 여기라고 예외가 되겠습니까만은. 이건 회원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일어나면 안되는 전체주의의 문제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남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14
109366 워즈니악이 아이폰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방법. [14] mithrandir 2010.07.10 3736
109365 서른살 아래 돈 많이 번 사람들 [3] 가끔영화 2010.07.27 3736
109364 밑에 투게더 + 사이다를 보고 ..(특이할수있는 조합?!!) [24] 구름그림자 2010.07.24 3736
109363 싸이 젠틀맨 댄스는 브아걸 시건방 춤 변형 이라는 군요 [5] espiritu 2013.04.13 3735
109362 [기사]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한겨레 단독 인터뷰 [4] 각개격파 2013.05.11 3735
109361 안철수 단일후보?를 준비하시는게 좋을듯 [14] soboo 2012.11.20 3735
109360 서점에서 책을 훔친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든 책 내가 되사서 순위에 올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18] 책들의 풍경 2012.10.12 3735
109359 [유머] 문재인 후보의 어마어마한 비리 혐의가 밝혀졌습니다. [4] 정마으문 2012.10.11 3735
109358 1997년의 망작 중의 망작 지상만가를 봤는데요... [6] 감자쥬스 2012.12.09 3735
109357 엘렌페이지를 보다 아이유 닮았네 하고 [9] 가끔영화 2012.06.05 3735
109356 헛갈리는 배우 둘 [14] DJUNA 2011.10.20 3735
109355 일부 내용 펑 [16] 안녕핫세요 2011.05.31 3735
109354 만추 보다 관객테러 당한 -.-;; [5] 옥이 2011.03.03 3735
109353 슈스케2 바낭 [7] 인만 2010.09.22 3735
109352 진짜 궁금해서요. 바낭' 이 무엇이예요? [7] 형도. 2010.07.20 3735
109351 결혼 시즌이 돌아왔네요. [28] 하하하 2018.10.25 3734
109350 서울에 국한하여 선거결과를 총평해보니 [10] 살구 2014.06.04 3734
109349 쌩판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라도 사주고 싶을 때 [12] 벨로시 2014.07.04 3734
109348 애인땜에 생긴 나쁜 버릇 있으십니까 [11] 쏘맥 2012.10.05 3734
109347 여러 종류의 정권을 보여준 작품 '무한의 리바이어스' [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28 37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