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처지)

2019.07.09 11:24

안유미 조회 수:635


 1.오스카 와일드가 그랬죠. 세상에는 두가지의 나쁜 일이 있다고요. 첫번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것, 두번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말은 이렇게 바꿔도 되겠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두가지의 나쁜 일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그리고 어떤 사람이 못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2.사실 그래요. 무언가가 되어도 인생은 엿같고 무언가가 못 되어도 인생은 엿같단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무언가가 되긴 되는 게 나아요. 왜냐면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도 중요하거든요. 어쨌든 사람들의 평판으로 존재하는 나 또한 진짜 나니까요. 


 무언가가 되든, 되지 못하든 스스로가 비참한 건 똑같지만 아무것도 못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도 비참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건 더욱 안좋죠.



 3.페북이나 sns에 가보면 헛소리 좋아하는 애들이 이런 말들을 하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남과 비교하며 살지 말라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만한 깜냥을 갖춰야 하잖아요. 그러기 전까지는 좋든 싫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야 하고요.


 한데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질만한 깜냥을 갖추게 되면 실제로는 어떨까요? 아마 그땐 남들과의 비교질을 그만두지 못할걸요. 왜냐면, 남들보다 우월해지면 그때부턴 남들이랑 비교하면서 사는 게 재밌어지잖아요. 타인들과의 비교질을 그만둘 선택권을 얻는다면, 그때는 오히려 그만둘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을 나의 우월감을 위한 장작으로 써먹을 수 있게 됐는데 왜 그걸 그만두겠어요? 


 어떤 사람은 이럴지도 모르겠네요. '이녀석, 이런 말 하는 캐릭터 아니었잖아.'라고요. 하긴 그래요. 다른 사람의 평판이나 시선은 1도 신경 안 쓰는 캐릭터였죠.



 4.휴.



 5.한데 전에 썼듯이 어떤 사람의 의견이란 건 사실 그 사람의 통찰력이나 영민함이 아니예요. 그저 그 사람의 입장일 뿐이죠.


 그래서 늘 말하듯이...나는 어떤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에 관심이 없어요. 왜냐면 아무리 멋들어진 의견이라도 그건 그 사람의 처지일 뿐이니까요. 어떤 사람의 의견을 바꿔주고 싶다면 말싸움을 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처지를 바꿔주면 돼요. 그러면 그 사람의 의견따윈 그에 맞게 바뀌게 되죠. 사람들의 의견이란 건 그 사람의 철학이 아닌 처지를 대변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6.그리고 나도 그래요. 사실 나는 딱히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니거든요. 나는 늘 같은 사람이지만 나의 처지나 입장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나 의견도 그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어요. 


 뭔가 계속...하는 말이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면, '이 녀석 생각이 또 달라졌나본데.'가 아니라 '이 녀석 처지가 또 바뀌었나보군.'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7.뭐...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하게 있어주는 건 욕망이겠죠. 나의 처지나 의견이 아무리 바뀌어도 욕망 자체는 늘 같거든요. 낯선 여자와 만나고 싶다...와 익숙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말이죠. 뭐 인간은 낯설어야 좋고 음식은 익숙해야 좋은 거니까요.


 하지만 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태어났으니까 열심히 살아야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4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69
109150 [넷플릭스바낭] '초자연 현상의 목격자들'이라는 대단한 제목에 끌려서... [5] 로이배티 2019.07.15 3924
109149 [윔블던 테니스 결승] 조코비치 대 페더러 [4] 왜냐하면 2019.07.15 824
109148 고백 - 내게 무해한 사람 중 Sonny 2019.07.14 866
109147 백현 - 유엔 빌리지 [3] Sonny 2019.07.14 1155
109146 KFC 닭껍질튀김 후기(혹은 상황) [2] 메피스토 2019.07.14 1288
109145 인류의 위대한 발명 [12] 어디로갈까 2019.07.14 1634
109144 드라마 보좌관 시즌1을 보고..(스포유) [1] 라인하르트012 2019.07.14 1011
109143 최근 성범죄 사건을 바라보며 [1] 메피스토 2019.07.13 1109
109142 너무 잘하죠 조선일보 폐간 [2] 가끔영화 2019.07.13 1229
109141 드디어 봤다 기생충(스포주의) [1] 왜냐하면 2019.07.13 1149
109140 [oksusu 무료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underground 2019.07.13 478
109139 [넷플릭스바낭] '해빙'을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19.07.13 1077
109138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오늘 3시 충무아트센터에서 단편상영전(무료) [2] 하마사탕 2019.07.13 385
109137 kbs2 대화의 희열2 - 호사카 유지 교수 편 [2] 보들이 2019.07.13 1179
109136 중국의 친일파 [2] soboo 2019.07.12 977
109135 복날이군요 [3] 메피스토 2019.07.12 542
109134 [윔블던 테니스 준결승] 페더러 대 나달 [14] underground 2019.07.12 858
109133 매우 마음 아픈 영화가 있는데 볼까말까 [1] 가끔영화 2019.07.12 550
109132 이런저런 일기...(메뚜기떼, 비싼 여자) [3] 안유미 2019.07.12 882
109131 식빵 한 조각 먹기를 망설이다니, 여전히 다이어트 중 [14] 산호초2010 2019.07.12 13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