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역시 스포일러 없구요.



- 번역 제목들이 자주 겪는 일이지만 저는 '분노의 추격자'라는 한국판 부제가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몹시 분노하긴 하지만 딱히 추격을 하지는 않잖아요. 적어도 '추격'이 주가 되는 내용은 확실히 아니죠. 원제의 'unchained'가 더 어울리는 느낌이긴 한데 음... 뭐 쓸 데 없는 얘기네요.



- 주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애들 재우고 바로 자기 아쉬운 시간에 게임 한 판, 영화 한 편 보고 자는 게 삶의 낙인 사람들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가 있으니... 바로 긴 영화입니다. 밤 열 한시나 열 두시에 재생을 시작하는데 두 시간이 넘어가 버리면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이 영화도 한참을 묵혀 두고 있다가 엊그제 기적처럼 아이들이 평소보다 일찍 잠들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틀었습니다. 마침 또 얼마 전에 킬빌도 봤고 하니 얼른 이것까지 봐 버리고 싶었거든요.

 

 

- 아쉬움이 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요. 제목도 그렇고 엔딩도 그렇고 분명히 장고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주인공 장고는 그다지 매력이 없습니다. 제이미 폭스가 참으로 열심히 연기하고 있지만 그냥 캐릭터가, 그리고 캐릭터가 겪는 사연들이 많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라 딱히 인상적인 대목이 없습니다.

반면에 장고를 unchained 해 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서 키워주는 크리스토프 발츠의 캐릭터는 아주아주 매력적이죠. 속을 알 수가 없는 첫 등장의 위협적인 분위기부터 이야기를 완전히 압도하구요. 또 이야기가 이어지며 드러나는 내면, 품성, 고민과 갈등까지 사실상 이 이야기의 진짜 드라마는 거의 이 양반 차지입니다. 심지어 액션도 더 폼 나는 데다가 연기도(...) 그런데 이 분이 주인공은 아니란 말이죠.

암튼 그렇다보니 장고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결말 부분에서 감흥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외전을 만들어달라!!

 

 

- 또 이야기의 구성이 좀 헐겁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진 참 좋은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개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억지를 부려요. 타란티노도 당연히 그걸 알고 중얼중얼 캐릭터들의 대화를 통해 핑계를 갖다 붙이긴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모자랍니다. 마침 또 딱 그 부분에서 지나가다 잠시 같이 보던 가족님께서 근데 쟤네 꼭 저렇게 해야해? 그냥 이렇게 하면 안 돼?’ 라고 묻는데 ㅇㄱㄹㅇ ㅂㅂㅂㄱ의 기분을 느꼈죠. 그러다보니 긴장감 만빵이어야할 대목에서 '왜 괜히 저런 헛고생을...' 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김이 좀 샜고. 또 그 클라이막스가 지난 후부터 엔드 크레딧이 뜨기 전까지 이야기가 꽤 많이 남아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그 부분이 두 번째 클라이막스 같은 게 되어야 하지만 뭐 그 파트엔 긴장감 같은 게 없어요. 그냥 후일담마냥 너무 쉽고도 편안해서 사족이 아닌데도 사족 같은 느낌이 조금.

 

물론 이 모든 부분들에 타란티노식 수다들이 긴장감있게, 또는 코믹하게 도배가 되어 있어서 보는 게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헐거운 건 헐거운 거고 아쉬운 건 아쉬웠다는 거.

 

 

- 장점이라면 뭐... 그냥 타란티노 영화라는 겁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타란티노스럽게 좋아요. 타란티노 영화가 취향에 맞으면... 아 뭐 하나마나한 소리네요. 단점은 길게 적고 장점은 한 줄로 끝내니 뭔가 악평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타란티노 영화스런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ㅋㅋㅋ



- 이렇게 깨작깨작 글 적고 있는데 보니 타란티노가 장고의 속편을 쓰는 중이라는 소식이 떴군요. 이번엔 조로도 출동해서 크로스 오버되는 이야기라는데... 흠. 뭐 타란티노니까 재미는 있겠지만, 그동안 본인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다음 영화가 타란티노 은퇴작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설마 장고&조로로 은퇴를 장식하진 않을 것 같고. 걍 '철 없어서 했던 얘기죠 ㅋㅋ 걍 내키는대로 만들다 관둘래요' 라고 입장 번복해줬음 좋겠네요. 하하.

 

그래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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