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5 16:35
전업은 아니지만 현업 주부입니다.
결혼은 안 했지만 딸린 입이 사람 넷에 고양이 세마리니까, 가사일을 나눠 한다고 해도 일이 퍽 많죠.
오늘도 11시에 점심으로 파스타를 만들어서 먹이고 치우고,
밥 때가 안 맞는 식구가 있어서 나중에 먹으라고 불린 콩 갈아서 비지 찌개 끓이고 부엌 뒷정리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꼭 1시네요.
주부 생활도 어느덧 6년차에, 하루 세끼 먹는 집도 아니고 두끼 차리고 치우는 것 뿐인데도 이렇습니다.
손이 너무 느린 탓일까요. 뭐 엄청 부지런 떨면서 집안 일을 그리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따져보면 은근히 많은 시간이 소모됩니다.
집안일, 특히 부엌일 좀 빨리 하는 방법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날마다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이 평균 5시간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밥 하고 먹이고 치우고, 또 밥 하고 먹이고 치우고(하루 평균 두 번), 일주일에 세번쯤 빨래도 하고,
돈 정리도 하고, 정해진 비용으로 식단 짜서 장도 보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물품도 사고, 일주일에 두 번쯤 쓰레기도 정리하고,
그리고 나머지 식구들에게 집안일을 시키기 위한 잔소리도 합니다.
청소는 다른 식구들이 분담해주고(화장실 청소 포함), 빨래랑 쓰레기 정리도 일부 도와줍니다.
이렇게 되면 대략적인 꼭 필요한 집안일들은 정리가 되기는 해요.
그래도 철따라 큰 청소라든지, 대대적인 정리 같은 건 항상 마음의 숙원 사업으로 남고요.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쯤 싱크대를 구석구석 닦는다든지 식품 선반을 정리하는 걸로 약간 해소를 합니다.
그리고 하루의 나머지 9시간쯤 자고, 두시간쯤은 인터넷 하고 놀고, 가끔은 외출도 하고, 모임도 나가고.
그러니 정작 제 본업 할 시간이 없네요. 허허허.
어떻게 요령을 좀 부려볼까 싶지만, 밑반찬만 만들어놓고 먹으라고 하면 잘 안 먹고 학교로 회사로 도망가는 애새끼들(...)이 딸려 있어서
매일 새로운 고기반찬을 하다보니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몇 번을 줘도 질리지 않고 먹어주는 메뉴(닭도리탕이나 김치찌개 같은)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습죠.
아 물론 전 부엌일 하는 걸 싫어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좋아하죠.
기회만 되면 사람들 초대해서 먹이는 것도 좋아하고, 재미 삼아 남들은 보통 잘 안 하는 이상한 짓도 많이 하고(베이컨을 만든다거나 막걸리를 담는다거나...)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에 내 시간이 꽤 많이 든다는 생각이 들어 좀 스트레스네요. 전업 주부면 걱정없겠지만 그게 아니니.
암튼 직장 다니면서 집안일 하고 심지어 육아까지 하는 분들은 항상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애 다섯 놓아 기르면서 직장 생활도 하신(중간에 쉬신 때도 있지만) 저희 어머니를 보면 가끔은 진짜 사람으로 안 보여요. 현신이 아닐까..ㅠㅠ
물론 그 애들 중 절반은 지금 제가 먹이고 있기는 하지만. ㅋㅋ
지금이야 반 백수니 그나마 버티지만 절대 나중에라도 가사노동과 직장일을 동시에 해내지는 못할 거에요.
2014.03.25 16:44
2014.03.25 16:46
부엌일을 좋아하신다고 하시니, 너무 높은 완성도(?)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밥때가 안맞는 식구가 있으면 요리를 새로 해주기 보다, 파스타 소스만 남겨놓고 면은 알아서 삶아서 먹으라고 얘기하는 게 보통의 가정이지요(...)
심지어 직접 불린 콩을 갈아서 비지찌개를 만드신다니!
일단 하루 두끼중 저녁에만(?) 집중해보시는게 어떨까요?
가족분들은 좋으시겠어요.
2014.03.25 16:46
식기세척기를 하나 들이시는건 어떨까요? 그래봤자 평균 1일 3~40분 (제가 설거지하는 시간 기준)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설거지는 꽤나 고된 노동이니까요.
추천:1 댓글
2014.03.25 16:49
저도 비슷한 고민이었는데, 식사준비는 주말에 왕창하고, 주중에는 딱 두세번만 해요. 나머지는 재활용/냉동 으로 한번할때마다 한 세끼분량을 하고 그걸 로테이션해서 질리는걸 막는거죠. 밥도 왕창해서 다 얼리구요. 채소도 썰어서 살짝 데쳐서 조합을 서너개 만들어서 얼리구요. 그리고 비슷한 구성의 요리를 한번에 여러개 만들기도해요. 예를 들면 비빔밥과 잡채를 만들고(채소썰어놓은것구성이 비슷하니까요) , 비빔밥은 점심에 잡채는 나중에 먹죠. 그리고 슬로우쿠커를 적극 활용해서 육수나 스튜종류를 만들고요. 썰어서 던져놓으면 저녁에 완성이죠. 그런데 이렇게 효율성위주로 하다보면 최상의 맛은 아무래도 아니게 되죠.. -_-;. 그래도 너무 최선을 다하려면 한두해도 아니고 사람이 정말 진이 빠지는것 같아요. 저도 요리좋아하는데,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하고 이러다보니 어쩔수없네요.
2014.03.25 16:54
음... 이미 그런 역할을 맡아버리신것부터 깊은 함정에.........
2014.03.25 16:57
식기세척기요. 삶의 질이 달라져요.
다만 식기세척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 있던데 그런것만 아니라면.
2014.03.25 16:57
아참 건조되는 세탁기두요. 빨래는 하는것보다 널고 걷는게 일이잖아요.
전기세 무서워하는데. 사실 1년에 얼마안해요. 근데 세탁기가 비싸긴하네요 ._.
2014.03.25 17:01
2014.03.25 17:05
식기세척기랑 빨래건조기는 일단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시스템이 오래 갈 게 아니라서 큰 살림을 늘리기는 좀 애매하고, 그런 단순 작업은 잔소리 두 번으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거든요. 특히 설거지는 제가 음식 할 때 설거지 해가면서 하는 습관이 있다보니 정작 밥 먹은 뒷설거지가 많을 때는 잘 없어요. 손님 왔을 때나, 가끔 거한 상차림 할 때나. 디오티마님이 말씀하신 식재료 로테이션이나 글루텐님이 말씀하신 퀄리티를 낮추는 부분은 좀 더 고민해서 개선할 수 있는 점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다만 저녁에 음식 하면서 다음날까지 먹겠거니 싶었는데 맛있다고 식구들이 다 먹어버리면 밤에 다시 또 음식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그렇다고 맛있다고 잘 먹는 걸 그만 먹으라고 뺏을 수도 없고요.
그러나 사람님 말씀이 사실 정답인 것 같기도(...ㅠㅠ)
2014.03.25 17:09
청소와 세탁은 가사도우미 고용하지 않는 한 더 줄이기 어렵고(식기세척기는 오케이. 그런데 모든 기계가 그러하듯 관리 문제-일이 년 지나면 배관 쪽에서 냄새 올라오기도 해요) 요리를 줄이셔야 시간 생겨요. 반찬가게서 국과 찌개, 나물, 밑반찬 등은 사드시고 메인요리(닭도리탕, 파스타, 볶음밥 등) 하나와 밥만 지으셔도 훨씬 편해집니다. 안 짜고 조미료 안 쓰는 가게도 많고요, 다만 금방 해먹는 것보다 맛은 떨어지겠으나 입맛을 바꿔서라도 파는 반찬에 적응하셔야 시간 확보하실 수 있어요.
2014.03.25 17:13
맞아요. 근데 빠듯한 금액으로 살림 하다보니 결국 비용 문제로 연결되더라고요. 뭐 사와서 해결하려 들면 아 이거 내가 만들면 얼마면 되는데(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입되는 제 시간과 노동력은 무시되고). 좀 마음을 바꿔먹어야 될 것도 같습니다.
2014.03.25 17:21
2014.03.25 17:25
[외식의 품격] 저자분의 오늘자 트윗인데 완전 동감해서 긁어왔어요 :
"@bluexmas47: 일하면서 쉬는 시간에 빨래, 청소 등 집안일도 같이 하면 정말 양쪽 측면에서 능률이 엄청나다. 대신 아마 빨리 죽을 거다 ㅠㅠ"
댓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여자들은 대부분 그럴텐데..."
2014.03.25 17:16
집밥이란 게 식재료 장보기+씻고 다듬기+썰고 요리하기+설거지하고 렌지닦기+음식물쓰레기 버리기+영수증정리 및 가계부작성+냉장고의 식재료 재고관리하기 등 사람 시간과 에너지 잡아먹는 괴물이잖아요.
2014.03.25 17:17
저는 동거인 하나 거둬먹이기도 힘든데 대단하세요
기껏 간식거리랑 주스 만들어 냉장고에 쟁여놓으면서도 난 참 잘하고 있숴 아 뿌듯해 *-_-* 자부심 충만했는데 쪼렙은 웁니다
전 집안일이 몽땅 밀려있을 땐 몇시간 뒤에 약속을 잡은 후 나는 콩쥐다 나는 지금 집안일 배틀대회에 참가했다 이게 끝나야 원님잔치에 갈 수 있다 최면을 걸면서 해치워요
이 더러운 집구석은 내가 어지른 게 아니다 정신승리를 해야 스트레스를 안받더라고요
2014.03.25 17:32
2014.03.25 17:35
이거 제가 셋째 낳으면서 육아휴직 1년을 결정하면 굉장히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저도 부엌에서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집안일이 하려고 들면 끝도 없어서 몸이 축나기 시작하는 걸 느끼면서
중고로 식기세척기 들이고, 10년된 세탁기는 바꾸고, (로봇 청소기도 업어왔지만 .. 이건 그냥 제가 하는 쪽이)
어쩔 수 없이 한 번 씩 눈감는 수 밖에 없더군요.
매일 청소 빨래 음식 해대니 이건 뭐 일만 하고 집안 일 신경 안쓰던 때보다 몸이 더 고되어서 살 수가 없겠다는 판단하에
그냥 요샌 스스로와 타협중입니다.
2014.03.25 17:44
2014.03.25 17:47
2014.03.25 19:33
저도 결혼 초에 집안일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어요. ㅠㅠ 더러워서 자꾸 치우다보니 너무 고되더라구요. 결국 우리가 둘다 일이 있는데 어떻게 매일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깨끗하게 해놓고 사냐라고 주장하는 남편의 말에 동의하기로 하고.. 청소는 2주일에 한번..(아..더러워..) 빨래는 1~2주에 왕창 한번 설거지는 1~2일에 한번 몰아서 하니 참 편하더라구요. 저희집은 요리를 남편이 전담해서 그런지 훨씬 일이 줄어든 거 같아요. 몸 조심하세요..
2014.03.25 20:13
2014.03.25 21:41
부엌일을 좋아하시면 절대 시간을 줄일 수 없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더 시간 걸리는 거 찾아서 하게 돼요. 싫어하셔야 됩니다. 그럼 시간이 줄어듭니다.
2014.03.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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