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감상문은 나중에 따로 쓰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할 이야기가 무진 많은 영화였습니다. 대신 간략하게 말하고 싶은 건, 엄청나게 재미있었다는 겁니다. 역시 김기덕이랄까나요. 만약 연극이었다면 기립박수를 쳤을 겁니다.
김기덕다운 영화입니다. 결말이랑도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거세가 영화 테마입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할 겁니다. 그런데 특히 남성분들한텐 더할 겁니다. 저는 보는 내내 아주 속이 통쾌해져서 깔깔깔 웃었습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폭력적이고 히스테리컬한 복수와 쩔쩔 매며 여자의 손짓을 바라는 김기덕표 하류 인생의 남성들이 무더기로 속출합니다. 정말 김기덕이니까 저런 생각을 하는 구나 싶은 설정들입니다. 대사는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마치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그림 같이 이어집니다. 영상미는 우스꽝스럽게 아름답고 이어짐은 지나치게 무신경합니다.
대로에 섹스를 써놓고 한 시간 반을 돌아가는 영화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입에는 금기로서 취급을 받는 금단의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속시원하게 내뱉었습니다. 영등위가 그에게서 삼분을 앗아갔는데 저는 이 뛰어난 영화 감독에게 삼분을 강탈한 건 무엄하다 생각합니다. (그들이 요 근래에 19금의 기준을 지나치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김기덕 감독이 싫으신가요? 그는 우리가 듣기 싫어하는 마음의 소리를 큰 소리로 장시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만큼, 그의 영화만큼 통쾌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네요. 이렇게 세상 보는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