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12:50
일요일 오후가 예상외로 화창하길래 피에타를 볼겸 겸사겸사 외출해 봅니다.
근데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이 알려진 직후라서 그런지 인기가 많네요. 제가 원하는 좋은 좌석이 없길래
담 번에 보기로 마음 먹고 길을 걷다 조용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밀린 책을 읽기로 합니다.
굉장히 앉는 감각이 좋은 소파 좌석이 마침 비길래 냉큼 선점한 뒤 커피와 케익을 시킨 후 책을 봤어요.
한시간쯤 책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처자분이 다가와서 말을 걸더군요.
" 아 혹시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순간 당황했지만 이 분 책이 궁금하셨나 보다 라고 짐짓 생각이 들어
책 표지를 보여주며 듀게에서 본 요약본 그대로 간단히 책 소개를 합니다.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라는 책인데 미국의 사례를 들어 보수가 집권했을 경우 자살과 살인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한 책이에요.
생각보다 재밌고 쉽게 읽혀요."
그 여자분이 웃는 얼굴로 알려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 아 혼자 오신 것 같은데 이 자리에 제가 앉아도 될까요?" 라고 되묻습니다.
아 이 명당 자리를 앉고 싶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어 웃음을 지어 보인 뒤
" 아, 네 앉으세요. 전 다 마셨으니까 일어날께요. " 라고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치우고 나왔지요.
그런 뒤에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곰곰히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1. 역시 그 자리가 카페의 명당 자리였으므로 거기에 앉기 위한 부탁이었다.
2. 그 여자분은 단순히 제가 읽고 있었던 책에 대해서 더 궁금했을 따름이다.
3. 알고 보니 그 책에 관련된 역자나 출판사 직원이라 반가워서 그랬다.
4. 종교단체나 다단계 사원이다.
5. 낯이 익은 것이 온라인 모임에서 한 두 번 마주친 사이라 반가워서 그랬다.
6. 헌팅이었다.
문득 마지막 항목으로 헌팅이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퍼득 들더라고요.
16.7% 의 확률로 헌팅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굉장히 아쉬움이 들고 있었는데 마침 눈 앞에 있는 꼬마가 날 놀리듯 버블티를 맛나게 마시고 있길래
그 자리에서 당장 지하철을 내려 버블티를 하나 사들고 빨대로 쭉 빨아드렸습니다.
평소에 참 좋아하던 맛이었는데 그날 따라 달기만 하고 맛이 없었네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역시나 다단계일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 분의 외모 스타일이 제 타입이었는지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포교나 다단계라도 한 번 이야기는 나누어 봤을 걸.
평소에 아껴먹는 버블티의 알갱이지만 빨대로 거칠게 두 세개 씩 흡입한 뒤 저의 둔함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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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0 19:34
친구랑 술 먹으려고 친구 수업 끝나는거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친구에게 온 전화를 받습니다.
'이제 곧 나간다 어디냐~ '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끊었습니다.
근데 저기 있던 여성분이 다가오더니
'지금 그 벨소리 킬빌에 나왔던 음악 아닌가요?' (그 당시 저는 킬빌의 휘파람 소리를 벨소리로 했었죠.)
'맞다. 영화를 인상깊게 블라블라 타란티노가 블라' 하던중에...
친구가 마침 도착해서 그 낯선 여성과의 짧은 대화를 끝마치고 술 마시러 갔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옥희의 영화에서 이선균이랑 사진 찍는 여성과의 대화에서 잠시 이때 기억이 났었죠.)
그 여성분은 정말 벨소리가 반가워서 말을 건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로 저도 잠시 고민을 해봤었다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