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스포 없긴 하지만, 민감하신 분들은 이것도 스포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에 민감하신 분은 뒤로 가기 눌러주세요.


아니, 생각해보니, 그냥 스포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















무슨 영화인지 모르겠다고 글 적었는데, 많은 힌트(?)를 주셔서 뭔가 더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오늘 휴일을 맞이해 보러 갔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뭔가 조금은 아쉽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어요.

이 영화도 사실 거기에서 벗어나질 않더군요.

좋은 영화인 건 맞는데, 전 항상 봉준호 감독의 끝맺음이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살인의 추억, 설국 열차, 그리고 이번 기생충. (괴물도 이런 느낌이 있었던가...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네요)


근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아쉬운 감정이 뭔지를 알게 되었어요.

클라이막스에서 등장인물들이, 뭐랄까, 정말 '갈 데까지 가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들 기본 심성이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라, 클라이막스가 뭔가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

(특히 설국 열차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앞칸으로 갈수록 점점 화끈하게 미쳐가는 느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어설픈 나이트클럽 장면이나...)


기생충에서도 그걸 느꼈어요. 제가 각본을 썼다면, 아마 절정 부분을 이렇게 '착하게'만 마무리하진 않았을 거예요. 

더 이상 스포라 정확히는 말을 안 하겠지만...


예를 들어서,

피가 철철 흘러넘칠 수도 있는 장면이 있다고 쳐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해야 될 부분 같은데, 봉준호 영화에서는 그냥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뒹구는 정도

이마저도 조금만 보여준 이후, 문 닫고 '이건 잠시 잊어버리고 다른 부분에 집중하자'

만약 살인장면이 들어가는 범죄 장면이라고 쳐요. 그럼, 시체를 유기한다거나 뭐 이런 것까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 한 부분까지도 가면 더 흥미로워질 것 같은데, 정말 그 선을 넘지를 않더라고요.

더 화끈하게 칼이 등장한다거나 흉기가 등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친다면, 그냥 돌멩이로 내리치는 정도랄까.

섹스씬이 있다 쳐도, 뭔가 갈 데까지 가든가... '이뤄지면 안 되는(위험한) 연애관계'를 그리려면 정말 제대로 그걸 건드려 주던가... 모든 게 그냥 2% 아쉽더군요.


제가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이런 영화에서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정말 제대로 미쳐 돌아가는' 그런 한 방이 없는 게 영 개운하지 않더라고요. 



두 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은 근데 정말 엄청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정말 절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미장센이라든가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렸다는 건 다른 리뷰에서 많이 보셨을 테니, 이 부분은 생략. 상징적인 공간 배치나 구도 등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깐느 최고의 상이라는 Palme d'or 탈만한 영화인가'라는 질문이 들긴 하네요. 

제 취향에 안 맞아서가 아니라, 뭔가... 뭔가가... 빠진 느낌.... 


지금까지 안 좋은 소리만 잔뜩 하고 이런 얘기 하면 우습지만, 어쨌든가 한국 영화 최초로 깐느 최고의 상을 탄 건 정말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보신 분들은 (혹시나 위의 스포 경고 듣고 이 글을 읽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보세요. 확실히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오랜만에 보는 좋은 한국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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