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청혼

2014.04.15 19:02

Isolde 조회 수:3705






수컷 공작거미가 춤을 추고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과장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청혼입니다. 

그러나 수컷 공작거미에게 춤은 청혼뿐만 아니라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거절되면 암컷의 먹이가 되어서 죽음을 맞이하죠.


뒤늦은 청혼은 이제 천하게 여겨지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다른 종에게 구경거리가 되다니 이 작은 동물에게 동정심을 느껴야 할까요?

전혀.


그들은 혼신을 다해서 지각되는 그 순간만큼은 미래의 배우자에게 진짜로 춤을 추는 것입니다. 결과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할지라도.


청혼은 서양에서 시작되었고 동양은 사랑과 상관없이 조건이 맞는 집안이 맺어져서 뒤늦게 애정을 키우면 살아가는 중매결혼의 시대가 더 길었죠. 

구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청혼하는 장면은 남녀가 긴장하고 모르는 남녀가 청혼을 통해서 좁혀가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의례입니다. 


생은 정해진 답이 없고 사랑도 시간 차가 생길 수 있어요. 외국에서는 동거가 많아서 살다가 뒤늦게 정식으로 청혼하는 경우도 많아요. 

뒤늦은 청혼이 허례이고 압박이라면 그보다 더 큰 무게의 결혼은 왜 하지요? 청혼보다 결혼의 부조리가 더 강해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남녀를 불문하고 한 번쯤은 꿈꿀 수 있는 보편적인 욕망을 하급이라고 냉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군요.  


가짜와 진짜 냉소를 구분할 수 있는 자가 현명하겠지요. 공작거미의 세계와는 달리 인간세계는 상대방을 잘못 선택했을 때 살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군요. 


이제 이분법이 등장할 차례이군요. 청혼 이벤트를 무시하면 개념녀, 청혼 이벤트를 바라면 무개념녀 만들기가 시작되겠군요. 

평범한 욕망을 드러내 보이면 두들겨 맞는 세계에서 획득한 개념녀란 칭호는 과거 열녀만큼 가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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