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착함과 끔찍함)

2019.08.27 06:15

안유미 조회 수:657


 1.니체가 말했죠. '서투르고 겁 많은 사람들이야말로 살인자가 되기 쉽다. 그들은 작은 목적에 부합되는 방어나 복수를 알지 못한다. 재기와 침착함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복수는 절멸시키는 것 이외에 출구를 알지 못한다.'라고요.


 요즘은 흉흉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어요. 욱하는 마음에 진상 고객을 죽여버리고 만 사건...욱하는 마음에 전기톱을 휘둘렀다는 사건들을 들으니 니체의 저 말이 떠올랐어요.


 

 2.사실 나야말로 살인자가 되기 쉬운 인간이긴 해요. 요즘은 하지 않지만, 예전에 가끔 자살 이야기를 할때 그런 이야기는 불편하다는 충고를 받곤 했죠.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 보세요. 나같이 쪼잔한 인간이 얌전히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건 내가 행복한 인간이기 때문이예요. 나같이 쪼잔한 인간이 만약 불행한 삶을 살았더라면? 나는 절대로 얌전히 자살하지는 않을 인간이거든요. 죽기 전에 반드시 이 세상에 검은 구멍을 내고 말겠죠. 가능한 오래 기억될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을 말이죠.  


 왜냐면 똑똑한 사람이 불행하게 산다면 죽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을테니까요. 그가 불행하게 산 건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였다는 거요. 그리고...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멍청한 놈들이 낸 검은 구멍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검은 구멍을 내버리고 말겠죠.



 3.사실 예전에는 이런저런 보복들을 킾해두긴 했어요. 그러나...이제는 누군가를 완벽하게 절멸시켜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게 됐죠. 왜냐면 수사 기법이 발전된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를 절멸시키는 건 자신에게 남은 모든 미래를 담보로 삼아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것이 순간적인 폭발에 의한 것이든, 오랫동안 세운 계획에 의한 것이든간에요.


 하지만 이제는 보복을 한번 해보자고 남은 미래를 담보로 걸어보기엔 그 남은 미래가 너무 아까운 것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정 보복을 해야겠으면 상대를 열받도록 만들고 말지 상대를 '절멸시키는' 계획을 짜지는 않아요.



 4.휴.



 5.사실 나는 내가 똑똑하다는 자뻑에 빠져 있는 놈이긴 해요. 그러나 아무리 자뻑에 취해 교만해져도 두가지만은 절대로 손대지 않을거예요. 육아와 살인이요. 


 육아와 살인에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거든요. 첫번째는, 실제로 해보기 전엔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잘 굴려봤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는 거예요. 두번째는, 한번 손대기로 작정하면 그것은 평생에 걸쳐 책임져야 할 짐이 된다는 점이죠. 한번 등에 져버리면 절대로 내려놓을 수 없는 십자가가 되고 마는 일이죠.



 6.빈디체와 처음 만난 날에 그자가 말했어요.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까 넌 네가 정말로 착한사람이라고 믿는구나.'라고요. 내가 듀게에 줄창 써대는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말이 그냥 주워섬기는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아니었다고 말이죠.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어쨌든 내가 착하다고 믿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나는 겁이 많아지면 착한 사람이 되고 분노가 많아지면 끔찍한 사람이 된다는 거죠. 그야 이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그 양쪽의 폭이 매우 넓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의 경우에 착한 사람의 반대말은 나쁜사람이 아니라 끔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끔찍한 사람이 되는 건 스스로에게도 슬프고 세상에게도 슬픈 일이죠.



 7.들어오다가 빌어먹을 비를 좀 맞았어요. 으슬으슬 춥네요. 하지만 이대로 깨있으려고요. 자버리면 아침에 돈을 못벌거거든요. 늘 말하는 거지만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요.


 왜냐면 열심히 살아야 잃을 게 더 많아지고, 잃을 게 더 많아져야 겁이 더 많아지고, 겁이 더 많아져야 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니까요. 알기 쉬운 논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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