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 Cargo (2009)

2010.07.19 07:38

DJUNA 조회 수:13913


[카고]는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SF입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겠죠. 하긴 지금도 그렇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외계에 나간 사람들이 독일어를 쓰고 있는 게 영 괴상해 보여요. 그냥 독일 사람들만 모여있다면 괜찮은데, 척 봐도 이 사람들은 다국적 집단이란 말이죠. 그래도 영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이 장르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건 여전히 좋은 일이고, 독일어권은 영어권만큼은 아니더라도 단단한 SF적 전통이 있습니다. 어떤 시도가 나오건 한 번 지켜볼만 하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세계에 대해 설명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구의 환경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주로 올라왔습니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개척행성 레아입니다. 주인공 로라는 이미 언니를 레아로 보내고, 자신도 레아로 가는 티켓을 얻기 위해 프록시마로 가는 화물선에 의사 자격으로 올라탑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 우주선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갑니다. 


이 설정은 괴상합니다. 우선 지구의 환경 파괴 때문에 사람들이 우주로 기어올라온다는 것부터 많이 이상하지요. SF 장르에서는 생각없이 많이 쓰이지만 그렇게까지 당연한 설정이 아니에요. 궤도에 거대한 도시를 지을 수 있는 우주 개발 테크놀로지가 있다면 아무리 지구가 심각하게 망가졌다고 해도 거기서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는 거죠. 그리고 지구 환경이 아무리 나빠졌다고 해도 [카고]에서 그려지는 정도의 테크놀로지만 가지고는 다른 태양계 이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이야기와 음모의 비능률성입니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음모가 현실화되려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도 없는 무식한 바보들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고려하더라도 이 영화의 음모가들은 이상할 정도로 비능률적인 방식으로 그 음모를 진행하고 있어요. 암만 봐도 심각한 자원과 에너지 낭비이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지요.


그럼 액션은 어떤가요? 이것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장르를 악용하고 있다고 할까요. 영화는 폐쇄된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의 익숙한 공식을 취하는데, 이런 장르가 쉽게 떨어질 수 있는 함정에 빠집니다. 다시 말해 우주선 전체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위적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플롯을 위한 만물상자죠. 갈등을 넣고 싶으면 우주선에 길 하나 만들고, 액션을 만들고 싶으면 우주선에 방 하나를 더 만들고, 반전을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켜가며 이야기를 확장해갔던 놀란의 [인셉션]을 보고 난 뒤라, 이 헐거운 스토리 텔링이 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건 특수효과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특수효과기술은 평준화되었고, 폐쇄된 우주선 영화 정도라면 비교적 저예산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지요. 비영어권에서 이런 종류의 SF 영화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단지 그 기술을 [카고]처럼 밍밍한 각본을 구체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것은 그냥 시간낭비처럼 보입니다. (10/07/19)



기타등등

다국적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인지 종종 이곳저곳에 한문이 나와요. 심지어 한글도 한 군데 나옵니다. 유리창에 '높은 안전 유리'라고 박혀 있지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감독: Ivan Engler, Ralph Etter, 출연: Anna-Katharina Schwabroh, Martin Rapold, Regula Grauwiller, Yangzom Brauen, Pierre Semmler, Claude-Oliver Rudolph, Michael Finger, Gilles Tschudi, Maria Boettn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3819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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