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7 15:28
[환상의 여인], [처형 6일 전]
저는 추리 소설을 별로 읽지 않은 독자라 장르에 대한 지식도 없고 특별한 애정은 없는 단순한 감상입니다.
추리 소설 끝에 탐정이나 수사관이 길게 설명을 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경우 뒤늦게 감탄하거나 재미가 배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환상의 여인]은 후자였어요.ㅠㅠ
비상식적인 신비한 여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이야기에 몰입할수록, 그러니까 주인공을 구하기 위한 친구의 활약을 응원할수록 마지막에 찾아오는 충격은 커야 성공한 작품 아닌가요. 독자를 잘 속인다면 그런 충격이 가능할 텐데...그런데 저에게는 마지막 부분의 전개와 끝 부분 수사관의 설명을 읽으며 구멍들이 넘 크게 느껴지고 환상의 여인도 '그런 처지'라서 라니 이래저래 허무했습니다.(재조사 중에 죽는 이들은 다 버지스 형사 너 때문이다!)
매력적인 모자 하나로 여인의 이미지를 신비롭게 만드는 힘은 감탄스러웠고 주인공이 어제 본 인물을 기억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그럴 듯했지만요.
엘릭시르에서 나온 책에 듀나 님 해설이 있었어요.
저의 감상과 관련된 부분만 일부 옮기면 '이 소설에서 논리적인 추리 소설의 면모를 기대하지 말라, 울리치 소설 속 세계는 꿈이나 백일몽에 가까운 곳으로 오로지 책 안에서만 생생함이 있으며 서스펜스도 그런 불가해함에서 온다'고 적혀 있습니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누아르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있었고요.
음, 분위기와 감성이 위주가 되는 누아르의 매력도 그럴듯한 상식적인 규칙들 위에 개인들의 선택과 결단으로 진행될 때 매력이 생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처형 6일 전]을 시작하며 [환상의 여인]과 너무 설정이 비슷해서 어느 작품이 먼저 발표되었나 확인을 했습니다.
[처형 6일 전]이 몇 년 앞서네요. 앞 작품이 35년에, 뒤에 작품이 42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세부는 다르지만 갈라서려고 마음먹고 있는 중에 아내가 죽는다는 것, 새로운 연인이 있다는 것, 사형 날짜가 정해진 후 뒤늦게 개인적인 재수사를 시작한다는 것 같은 큰 설정이 같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맞았습니다. 잘 짜여져 있는 듯했고 독자로서 머리를 같이 굴려 볼만 했달까요. 어쨌든 상식적으로 변호사와 탐정들을 고용해서 일을 진행시키잖아요.
탐정이 나름 능력이 있어요. 그 능력 중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 끈기. 끈기 없는 저는 이런 인물들이 항상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속물적인 탐정 콤비의 유머가 이 소설에 양념처럼 잔재미를 주기도 하고, 아마도 두루 좋아할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너선 레티머의 다른 책은 번역되어 있지 않네요. 잘 모르지만 원래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39계단]
뒤늦게 봤습니다. 여전히 뒷북 ㅎㅎ. 왓챠에서 봤습니다.
재미있게 봤어요.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어요.
매우 적절하게 조화된 여러 가지 재료가 알차게 들어 있는 음식같은 느낌입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이며 에피소드들이 재미도 있고 특히 극장 출연자는 기발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위기 속에서도 주인공 두 사람의 기가 꺾이지 않는 캐릭터 설정이 가장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유쾌하면서 자기 생각 뚜렷해서 조역들도 흐릿한 인물이 없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짧게 등장하는 조역들에게도 성격부여해서 생생함을 살리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935년 작입니다. 히치콕 감독이 아직 영국에 있을 때 발표한 영화랍니다.
감독이 본인 작품 중 좋아했다고 하네요.
존 버컨이라는 사람의 원작 소설도 유명했던가 봅니다. 1차대전시 병사들에게 인기 소설이었다고.
주인공은 어째서 캐나다인으로 설정했을까 궁금하네요. 당시에 캐나다인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가 있었을까요. 유연함? 유쾌함? 자유로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지역인 하이랜드. 실제로 현지에 가서 찍은 부분이 있었을까요. 여기서는 흑백 영화라 경관을 즐길 여지는 별로 없었지만 스코틀랜드 하이랜드는 이런저런 영화에서 접한 장소들 중에서 가봤음 싶은 곳 중 한 곳입니다.
덧붙일 지식이 없어서 혹시 저처럼 여태 제대로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드리며, 이만 총총.ㅎㅎ
2023.03.17 15:44
2023.03.17 17:06
환상의 여인, 소설의 분위기가 좀 그쪽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2023.03.17 16:06
'39'계단 저도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근데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2023.03.17 17:08
기대보다 재밌었어요. 미국 가기 전 영국에서 만든 히치콕 흑백 영화 본 중에 제일 재밌었습니다.
2023.03.17 18:32
[환상의 여인]은 영화판이 있는데 거기서는 중반부터 범인의 정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더 논리적이 된 것일 수도,
래티머는 [콜롬보] 각본도 썼는데, 거기에서 [처형 6일전]의 트릭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39계단] 원작엔 로맨스가 없죠.
2023.03.17 18:34
그 [콜롬보]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The Greenhouse Jungle in 12 Minutes | Recap - S02 EP01 | Columbo https://youtube.com/watch?v=PZiE2lw_640&si=EnSIkaIECMiOmarE 출처 @YouTube
2023.03.17 19:26
추억의 콜롬보 형사 덕분에 참 오랜만에 봤습니다. 피터 포크가 언덕에서 몸소 굴러내려 오는 연기를 하네요. 어릴 때 좋아하며 봐서 그런지 친숙하고 옛날 생각납니다.
2023.03.17 20:45
저도 환상의 여인 되게 재미없게 봤어요. ㅎㅎ 말씀대로 서사 방식이나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후반이 참 지루했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보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세계 3대 추리소설"중 하나였었지요. 다른 두 작품을 너무 재밌게 본 뒤라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ㅎㅎ
2023.03.17 22:09
요미우리 독자 투표 결과였나 평론가 선정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2023.03.17 22:12
조금 더 이야기한다면 [환상의 여인]은 미국애선 거의 안 읽힙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책들이 절판되었고 그 동안 울리치 소설 대부분이 잊혔지요. 이제 다들 [이창]의 원작자로만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랄까.
2023.03.18 13:32
아하!
2023.03.17 22:15
제가 독서력이 볼품없긴 하지만 어떻게 봐도 '세계 3대 추리소설'엔 동의가 어렵네요.ㅎ
2023.03.18 10:03
2023.03.18 11:00
작품이 예상했던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 감상에 영향을 많이 주는 거 같아요. 저는 본격, 치열한 쫓고 쫓기는 상황을 기대했던 듯합니다. 크리스티 '끝었는 밤' 안 읽었는데 이번에는 성격을 아니까 여유를 갖고 읽어 볼게요.
'39계단' 소소하고 즐겁게 봤습니다. 땡기는 날 함 보세요.^^
2023.03.18 17:20
처형 6일전. 소녀소년용으로 국내출판된것 초딩고학년때 읽었던 것 같아요. 나중 두사람이 처형되었다는 글귀가 참 허무하더군요
2023.03.18 19:36
제가 읽은 책에는 그 그런 문장이 없이 끝났는데 소녀소년용이라 좀 다르게 각색되었을까요. 근데 그 시절 읽은 책의 문장을 기억하시는 건 대단합니다.
누아르 느낌이라니. 추리소설에 큰 흥미가 없는 저도 좀 구미가 당기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