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도 적어 놨듯이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대략적인 흐름 정도는 눈치채실 수 있다는 거.



- 토이 스토리 3편(4편 말구요)이 십 몇 년만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죠. 아니 뭐 더 할 얘기가 뭐가 있다고 그 옛날 영화 속편을 만드나. 기묘한 이야기의 경우엔 시즌2 마지막 장면에서 대놓고 떡밥을 날렸기에 시즌3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뭐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쨌거나 주인공들 사이의 드라마는 시즌2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놈에 다른 차원 괴물들이야 관심도 안 가니 굳이 한 시즌을 더 볼 필요가 있나...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서비스의 특성상 새 시즌이 나오면 일단 구경은 해보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행히도 시리즈의 작가들은 시즌3을 이끌어갈 새로운 핑계 하나를 마련해 놓았고 그 핑계가 꽤 그럴싸합니다. 이번 시즌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상실. 그러니까 소년기와의 작별을 다룹니다. 초딩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이니 꽤 적절한 소재죠. 그리고 그걸 꽤 잘 다뤄요. 그래서 사족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 주인공 남자애들의 관계야 이런 테마와 문자 그대로 딱 맞아 떨어지니 부연이 필요 없겠고. 일레븐의 경우엔 맥스와 가까워지면서 사회화가 되고 또 그 와중에 예전의 외계인스러운 행동이 거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낸시와 구남친, 현남친의 경우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 빡세게 구르면서 깨지고 터지고 하는 모습들이 초반에나마 좀 비중있게 다뤄지구요. 어른 캐릭터인 짐조차도 '내 자식이 크는 건 참을 수 없다!!!'며 유치하게 아둥바둥대다가 점차 성숙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죠. 특히나 짐의 성장은 이번 시즌에서 비중이 가장 커서 막판엔 거의 단독 주인공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 애초부터 딱히 뭐 정치적으로 불공정하고 여자 캐릭터를 무시하는 시리즈는 아니었습니다만. 이번 시즌에는 (거의 초반 한정이지만) 작정하고 여자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입니다. 낸시가 직장에서 겪는 일들은 그냥 노골적인 페미니즘 스토리이고 처음엔 '마이크에게 찾아 온 벼락 같은 축복' 같은 존재였던 일레븐이 맥스와 어울리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찾게 되는 부분도 그렇구요. (사실 이번 시즌에선 마이크가 그냥 '엘의 남자 친구' 캐릭터 느낌이죠. 그래도 원래는 주인공이었는데. ㅋㅋ) 쪽집게 무속인 수준의 감과 행동력으로 사건을 리드해 나가는 조이스의 모습은 이젠 거의 믿음과 신뢰의... 수준이더군요. ㅋㅋ



- 다만 에피소드가 여덟개 밖에 안 되고 (마지막화는 한 시간이 넘긴 합니다만 뭐 그래봤자) 비교적 초반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액션이 벌어지다 보니 이런 성장 드라마가 골고루 설득력있게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D&D 게임을 통해 성장의 아픔을 보여주는 장면은 제가 이 시즌에서 가장 좋아하고 또 마음아파했던 장면입니다만. 거기에서 상처 입은 모 캐릭터의 사정은 이후로 그냥 생략된 상태로 진행되다가 엔딩에서 급결말을 맞죠. 짐의 성장은 여기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이야기이고 마지막에 꽤 큰 감동을 주지만 정작 그게 일레븐과의 상호 관계를 통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니어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쌩뚱맞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스티브군의 경우엔 뭐... (눈물 좀 닦고) 그냥 개그 캐릭터 취급이라서 캐릭터의 가능성이 좀 낭비된 느낌이구요. 하긴 뭐 생각해보면 어차피 부모의 갈굼으로 사회 생활 좀 배우고 있을 뿐 태생이 갑부집 금수저 청년이니 더 이상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긴 하겠네요. ㅋㅋ


 하지만 또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그 많은 캐릭터들의 사정과 이야기를 나름 성의있게 다뤄주려고 애쓴 티는 나구요. 부분부분을 놓고 보면 좋은 장면들이 꽤 많아서 이게 큰 문제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잘 했다 vs 못 했다 중 하나를 딱 고르자면 잘 했다는 쪽이에요.



- 개인적으로 시즌2는 마지막 무도회씬 빼곤 거의 의무감으로 봤거든요. 그냥 시즌1의 후일담을 한 시즌 분량으로 길게 늘여 놓은 느낌이었어요. 몇몇 캐릭터들 개고생하는 거 보고 있자니 피곤하고.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캐릭터 하나 참담하게 퇴장시켜서 기분만 찝찝해지고. 그 와중에 일레븐 과거 정리한답시고 집어 넣은 이야기는 재미도 감동도 없고 특히 그 펑크 엘 장면은 정말(...)

 하지만 시즌3은 뭔가 각 잡고 만든 느낌으로 여러모로 확실하게 재미도 있고 완성도도 높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상품들이나 노래, 영화들 툭툭 던져대는 것들 구경하는 재미도 다시 살아났고 또 무슨 영화 퀴즈마냥 당시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은 장면들 발견하는 재미도 있구요. 에피소드 수를 줄인 대신 편당 제작비가 늘어난 건지 CG 퀄리티와 액션 스케일도 많이 강화되었구요. 후반으로 가면 완급 조절이 좀 아쉬워지긴 해도 지루할 틈 없이 빡세게 이야기가 굴러가서 시청자가 집중해서 끝까지 달리게 만듭니다. 혹시 시즌1을 재밌고 보고 시즌2를 보다가 중간에 접으신 분이 있다면 시즌2 스포일러 찾아보신 후에 시즌3을 또 시도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꽤 괜찮은 시즌이었어요.



- 다만 결말은 맘에 안 듭니다. 정확히는 아주 맘에 드는 부분과 아주 맘에 안 드는 부분이 함께 있는데... 스포일러와 최대한 거리가 먼 부분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자면, 이번 시즌도 완결이 아닙니다. 대놓고 다음 시즌 떡밥을 던지면서 끝내는 데다가 그게 또 '이게 감당 가능한가?' 싶게 스케일이 커 보이는 떡밥이라...;



- 암튼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고 짧고 좋았어요.



-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쌩뚱맞게 튀어 나오는 꿈과 희망 가득한 그 노래. 제가 국민학생(...) 시절에 극장에서 되게 재밌게 본 영화의 테마곡이었고 그 노래도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특히 더 좋았네요.



- 스티브와 콤비를 이루는 새 여자 캐릭터를 보면서 내내 '우마 서먼 닮은 꼴 찾기 대회 일반인 우승자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딸이네요. 허허허. 그러고보면 아빠랑도 되게 닮았어요. 정말 중립적으로(?) 잘 섞인 자식이네요.



- 근데 빌리와 맥스의 막판 드라마는 사실 좀 쌩뚱맞았네요. 둘이 그럴(?) 관계가 아니라는 게 시즌2 내내 보여졌던 내용 아니었나요.



- 스포일러 피하며 글 적다 보니 피곤해서. 나중에 스포일러 가득한 버전의 소감을 하나 더 올려 보든가 해야겠어요. ㅋㅋ



그래도 스티브야! 아저씨가 격하게 아낀다!!!!!



- 그냥 끝내기 아쉬워서 극중 삽입곡들 중에 제가 좋아했던 노래의 다른 가수 버전을 올려 봅니다. 마침 고스트버스터즈 삽입곡이고 하니 기묘한 이야기와도 잘 맞네요.



 제가 이 노래가 너무 맘에 들어서 OST를 LP로 구입했었는데. 중간에 앨범에 스크래치 난 소리가 나서 들을 때마다 낙담했었거든요.

 거의 20년 지나서야 mp3 버전으로 들으면서 알았네요. 애초에 효과음으로 들어간 소리여서 그게 정상이었던 것...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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