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팝!

2019.08.19 09:17

Sonny 조회 수:1186

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한 이런 음악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음악을 잘 알지 못해 저는 그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동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야경, 고층빌딩, 가로등, 위스키, 엘피, 드라이브, 노랗게 깜빡이는 신호등... 신디사이저의 옛스런 멜로디를 타고 이미지들이 흘러가요. 익숙한 이 풍경들은 어둠 속에서 생경한 감각을 되묻죠. 왜 이렇게 나른한 가운데 정신만은 존재를 질문하고 있는 걸까. 고독 어쩌구 저쩌구 함께 영원히 어쩌구 저쩌구...

이런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제가 홀린 듯이 계속 시티팝만 듣고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멜랑꼴리한 음악을 싫어하진 않지만 요새는 그런 감정조차 날려버리는 빠르고 신나는 하우스 음악만 들었거든요. 마음 속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고 어마무시한 환희에 빠져있고 싶었던 게 있었으려나요. 평범하고 별거없는 평일 속의 저를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것도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시티팝을 듣는다는 건 제가 억지로 흥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여길만큼 지쳐있는 저와 조금 화해를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엄청나게 특별한 시간과 흥분이 아니어도, 이 쌉싸름한 시간을 한 모금씩 흘려넘기며 이완되어가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아침해가 떴는데도 이런 새벽감성이라니! 이 시의부적절한 글쓰기에는 굳이 새벽이란 시간을 벗어나서도 시티팝을 들으며 활기나 의지를 잃지 않은 저 자신을 증명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주말의 하이볼이 생각보다 인상깊었던 탓일까요. 어떤 시간과 기억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서, 무탈하고 소소한 5일을 잘 보낼 수 있겠죠. 저는 그럴 건데, 다른 분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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