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정중독자입니다.

2014.03.12 23:44

CsOAEA 조회 수:3735

어느날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내가 지금은 나름 열심히 해서 사원치고는 잘한다는 소리 듣고 일하지만 나중에 과차장급이 되어서 그런 칭찬이라도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무슨 낙으로 일하나..."

이런 생각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 저는 인정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타입이죠.

그런데 이러한 성향이 결국 저한테 독이 되어 돌아왔네요. 만성적인 우울감과 무기력감. 바늘하나 안들어갈 것 같은 좁아터진 마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과 낮은 자존감 때문에 제 영혼이 파괴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면면히 살펴보고 또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를 토대로 보면 인정중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1. 타인의 인정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
2.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타인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하는 경향이 있음
3. 만약 타인에게 거슬리게 말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며 괴로워함
4.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어쩌다 말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타인의 인정을 요구할 때가 많음
5. 항상 웃는 얼굴, 좋은 표정을 유지할려고 노력함
6. 얼굴은 웃고 있지만 내면은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표현이 피상적임

인정중독자들은 타인의 인정이 없을 경우 우울감에 빠지기 쉬우며, 타인이 인정을 받더라도 자기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신체로도 이어져 만성 피로감, 소화불량 등의 증세도 나타납니다.

실제로 저는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25년동안 믿지도 않은 교회를 다녀왔고, 선생님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했고, 애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돈도 많이 쓰는 한편 침대에서 구사할 수 있는 온갖 테크닉을 연구했었고, 상사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시키는 모든 업무를 야근, 주말 근무를 통해 처리했죠. 제 자신이 괴롭고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타인의 욕망에 제 영혼을 굴복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정중독자들이 오히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힘들다고 하네요. 모든 일에 예스 예스 하지만 왠지 진심이 아닌 느낌에 상대방이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고, 자기표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들기도 어렵고요..

그 결과 저의 지금 상태는... 앞서도 썼듯 만성 귀차니즘과 권태감, 우울감, 피로, 의욕없음, 소화불량, 인간관계 파탄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져 있습니다.

현대 남성들이 저같은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우리나라 교육의 영향이든, 우리 사회의 병폐든, 저는 더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네요..

그래서 좀 변할려고 합니다. 변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 권리와 이익만을 부르짖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는 것 같고, 타인들이 나한테 무엇을 원하든 내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과 이유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거부할려고요. 물론 처음엔 좀 힘들겠지만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찾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날 좋아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난 나대로 살테니 날 좋아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라는 마인드로 살려고 합니다.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인정중독인 분들이 계시다면 저처럼 파탄 직전에 이르기 전에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인정중독의 다른 말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고 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05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0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369
109522 이번주 응답하라 1988 우울해요. [7] 스트로베리앤크림 2015.12.27 3736
109521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팁이 있을까요? [11] kct100 2013.08.20 3736
109520 서울에 국한하여 선거결과를 총평해보니 [10] 살구 2014.06.04 3736
109519 도전 1000곡의 비밀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5.11 3736
109518 [스포] 나꼼수 봉주 7 화의 주요 하일라이트 내용은 이렇습니다. [8] poem II 2012.02.28 3736
109517 [질문] (15금) [16] catgotmy 2012.05.15 3736
109516 黑男 님께서 지속적으로 성희롱 하고 계시는데 이거 참.. [17] 완성도 2012.03.09 3736
109515 종합편성채널(4社)의 7주간 평균 시청률 그래프.jpg [6] 黑男 2012.01.21 3736
109514 곽노현에 대한 진중권과 김어준의 다른 견해 [3] management 2011.08.30 3736
109513 [bap] 양천,서초구민회관 금요행사 / "6시 퇴근" 쇼케이스 안내 [1] bap 2010.10.22 3736
109512 가카께서는 수해지구를 방문하시어 수재민들을 위로 하셨습니다. [5] 룽게 2010.09.23 3736
109511 워즈니악이 아이폰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방법. [14] mithrandir 2010.07.10 3736
109510 서른살 아래 돈 많이 번 사람들 [3] 가끔영화 2010.07.27 3736
109509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에로틱한 영화들 [13] underground 2016.04.03 3735
» 저는 인정중독자입니다. [8] CsOAEA 2014.03.12 3735
109507 쌩판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라도 사주고 싶을 때 [12] 벨로시 2014.07.04 3735
109506 싸이 젠틀맨 댄스는 브아걸 시건방 춤 변형 이라는 군요 [5] espiritu 2013.04.13 3735
109505 [기사]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한겨레 단독 인터뷰 [4] 각개격파 2013.05.11 3735
109504 안철수 단일후보?를 준비하시는게 좋을듯 [14] soboo 2012.11.20 3735
109503 서점에서 책을 훔친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든 책 내가 되사서 순위에 올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18] 책들의 풍경 2012.10.12 373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