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Now> - 에크하르트 톨레

 

2011년 100권읽기 리스트 중 한 권입니다. 오디오북으로 막 초반부 듣고 있습니다. 사실 한번 대강 듣다가, 이렇게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정신 차려서 처음부터 다시 듣는 중. 예전에 번역본으로 한 번 읽긴 했습니다. (한국판 제목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새삼   '책을 듣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행위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대부분 저자지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읽고 있고,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고 거기에 온전히 몰입해 있다면,  오디오북은 글로 읽을 때 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풍성한 독서를 경험케 해주더군요. 독서가 결국 저자와의 만남이라면,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저자를 느끼고, 그의 글-말 속에 흐르는 사고와 감정의 흐름을 느끼며 책의 내용을 따라 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지요.

 

  더구나 이 책이 영성 관련된 이야기다 보니 feel이 흘러 넘치는 것이, 설교 잘 하시는 목사님이나 설법 잘 하시는 스님들의 영빨(-_-)을 간접 경험하는 느낌이랄까.  특히나 에크하르트 톨레는 (반)해탈? 깨달음? 에 해당하는 경험을 한 번 하신 분인데다가 사람을 가르친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포스가 후덜 하시더군요. 내용을 음미하며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덩달아 저도 반 명상 상태로 돌입이 가능해 질 정도의 에너지필드가.....

 

종교학 수업 와중 티벳을 방문하셨다 달라이라마와 친견하고 오신 강사님의 체험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정말 영적으로 고강하다는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수행자 분들이 종종 계시답니다. 언젠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그런 분 중 한 분이 쓰윽 들어와 말 없이 옆 자리에 앉으셨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더래요. 그 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냥 가만히 있어 주기만 했는데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되고 치유력을 발휘하더랍니다.  더 나아가, 이건 전해 들은 이야기라 하고 전해주신 이야기지만, 정말 고강한 수행자는 사람이 가득 차 있는 방 안에 그 사람이 등장 하기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평화, 온전함, 고요함의 에너지 장(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힘들군요)을 일순간에 펼쳐내신다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저도 이런 걸 느낀 적이 있어요. 명상 선생님이 자리 잡고 집중을 하시자 방 안 분위기가 뭔가 미묘하지만 확실히 알아 차릴 수 있는 방향으로 차분해지고 집중되고,(떠들었다가 조용해졌다는게 아니라, 뭔가 공기의 느낌이랄까..뭐 그런게-_-) 그 전까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딴 생각을 하던 저도 갑자기 차분해지고 온 몸의 긴장이 툭 풀리더군요. 그러니 예수나 부처 같은 리얼 종교천재들은 그 옷깃만 잡아도 병이 나을 정도의 파워를 발휘하셨다 해도 무리가 아닐지도..  

 

하여간 에크하르트 톨레 역시 비슷한  류의 존재감? 에너지?를 가지시는지, 책을 읽을 때 보다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훨씬 더 힘이 잘 전달이 되는 것인지, 덕분에 듣는 와중 지하철 타고 가다가 갑자기 행복하고 평온해져서 실실 쪼갠다거나, 손톱 큐티클 정리 한답시고 버퍼들고 설치다가 급 통곡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는 중입니다.개인적으로는 프로이트 본인이나 인본주의 상담가들이 '심리 치료자가 가져야 할 자질'로 강조하는, '온전하고 고도로 집중된, 상담가와 내담자 사이의 공간을 가득 채운 채 골고루 퍼져 있는 주의'라는 알쏭달쏭한 이 능력을, 고도로 훈련된 수행자들은 몸으로 체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톨레 본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하여간 저자와 더 가깝게 만나게 해주는 오디오북의 이런 매력은 <김영하의 책 읽어주는 시간>(팟캐스트기는 하지만 책 읽어주는 부분이 등장합니다.)을 통해서도 느꼈습니다만, <The Power of Now>를 들으면서 한 각종 경험도 그렇고,  인간은 역시 들음으로써 소통하는 존재라는 걸 새삼 절감합니다. 하긴 읽는 행위는 듣는 행위에 비해 훨씬 생소한 행위죠. 애초 인간의 뇌는 듣기 위해 디자인되었지 문자를 읽고 해독하기 위해 디자인되지는 않았으니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작가 본인이 시 낭독회, 소설 낭독회를 여는 장면들이 나오곤 하더군요. (참석한 적이 없으니 영화에서 밖에 볼 기회가 없었지요^^;) 예전에는 '저런거 뭐하러 해? 팬사인회 개념인가?' 꿍얼거리며 시큰둥해했는데, 참 멍청했구나..싶습니다. 이제는 왜 그런 행사에 사람들이 모이는지 알 것도 같아요. 정말 좋을거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무려 저자가 직접 읽어준다면.. 그걸 그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들을 수 있다면. 기회가 되면 소설 낭독회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뭐라 참 정리하기가 힘든 책이에요. 종교나 영성 관련 책이니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 내용들을 몸으로 체화해서 행하며 그 위력을 삶 속에서 경험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알지 못할 종류의 것들이니까요. 그 내용을 단순히 말로 늘어놓으면  '좋은 말이긴 한데 그래서 지루한 소리', '많이 들어봐서 (혹은 어디선가 들어봐서) 익숙하긴 한데 그래서 뭐...싶은 소리', '그냥 와 닿지도 않는 뜬 구름 잡는 소리'   혹은 '이거 순 사이비아냐???'등등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만한 것들이죠.

 

그래도 앞 부분 내용을 정리를 해보면..

 

나는 '나의 마음'이 아니다. 나는 내 생각이 아니다. 나는 내 감정이 아니다. 나는 그저..존재이다. 나의 작은 에고를 넘어서는, 더 큰 생명, 존재, 그 자체이다.

 

에고는, 나는, 그저 환상이다. 그리고 에고는 과거와, 미래에 의존한다.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 또 영원한 시간은 오직 현재이건만, 나-에고는, 과거의 경험으로 부터 만들어진 에고는,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하며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며 때론 희망에 차오르고 대부분은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과거와 미래의 환상 속에 산면서, 유일한 진실인 현재를 늘 외면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순간이란 현재, 지금 뿐이기에,  과거도 미래도 존재한 적 없는 환상일 뿐이며, 그렇기에 에고도 환상이다. 

 

에고는 고통의 근원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한 가지 원초적인 감정의 변형일 뿐이다. 이 감정을 현대 용어로 옮기면 fear가 가깝겠지만, 이것 보다는 붓다가 이야기 한 '고통'에 더 가까운 것일터이다. 그것은 우리가, 나는' 생각하고 느끼는 에고다'는 환상 속에 살면서, 그로 인해 참된 생명 속에 존재할 때 자연스래 느낄 수 있는 사랑, 기쁨, 평화가 박탈되는 데서 오는 불만족, 공허이다. 우리는 늘 공허감을 느끼고 그렇기에 무언가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 갈망, 욕망의 근원은 에고의 존재 때문이다. 에고가 곧 고통이다. 그러므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에고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에고는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의 틀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에고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은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존재하라. 현재에만 집중하라.

 

......

 

'변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알아차림이다. (의식적인 인지? 앎? ) 계속 되는 사고의 흐름은, 이미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중독이자 강박이 되었다. 이것은 정신병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앓고 있다고 해서 정신병이 정상이 되는 것은 아닐 터. 진정한 나는 오직 사고의 소음이 그친 고요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사고를 멈추자. 사고를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알아차리는 것 뿐이다. 판단도, 분석도, 저항도 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 침묵하는 관찰자가 되어라. 그러면 생각은 저절로 사그라든다. 그리고 사고가 정지한 고요의 틈 속에서, 진정한 나의 존재가 엿보이기 시작한다.

 

감정은 사고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감정은 에너지를 가진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차리지 않은 채 어떤 감정들을 계속 느끼다 보면 그 에너지에 휘말려 내가 곧 감정 (고통스럽고 괴로운 감정)의 덩어리가 된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멈추는 시작 역시, 그저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들을 되도록 자주 알아차리도록 하라. 그리고 감정은 몸의 반응이기 때문에, 몸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몸의 느낌들, 감각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라

 

나는 나의 생각도, 나의 감정도, 나의 몸도 아니다. 에고는 환상이다.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정지시켜, 지금 여기서, 고요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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