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히로키의 ‘에덴’에서 한 등장인물이 바이러스 대재난에 대해 “세상이 망하는줄 알았더니 겨우 15% 죽은거야?” 툴툴대는 장면이 나옵니다.

90년대의 화두였던 세기말 공포도 실체는 없었고 결국 2000년 1월 1일이 왔고 대재난도 그랜드 크로스도 심지어 Y2K도 없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그렇다고 딱히 신세기가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오타쿠의 각성을 외쳤던 안노의 의도와는 달리 에바는 오히려 ‘세카이계’같은 경향을 낳았을 뿐이구요.

아포칼립스는 21세기에 가장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25년만의 에반게리온의 정서는 지글대는 4:3화면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땐 왜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상처에도 죽을것 같았던 사춘기 시절 일기장을 중년이 되어서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세기말 정서란건 ‘죽어버릴것 같아’라는 공포라기보다는 에바의 카피처럼 ‘죽어버렸으면 좋겠어’하는 욕망 혹은 끌림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미 중년이 되어 나날이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선 딱히 필요없는 생각이긴 합니다.

그래도 죽음의 미학이란건 여전히 아름답고 에바의 연출은 언제 봐도 대단합니다.


ps 엔딩의 Fly me to the moon은 다른 곡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저작권 가격때문이라더군요.

     7월 6일에 에바 신작의 일부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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