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2 15:33
제법 통하는 초등학교 영어 선생인 외국 동성 친구가 하나 있어요. (주로 그 놈이) 필요할 때 얘기 나누는 정도지만 같이 여행도 가고 그랬습니다..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면서 회화나 늘려보자 마음 먹었는데,
사실 공통관심사가 있다한들 얼마나 멀리 대화를 이끌고 가겠습니까...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나면 둘 사이의 공중에 병아리 한 마리가 뺙뺙뺙 똥 싸며 날아가고
그러면 저는 뭔가 다른 볼 일이 있다는 듯이 자리를 피하는 수순이 반복되었더랬죠.
그 친구는, 자 우리 우정을 나눠볼까? 라는 온화한 표정으로 자꾸 저를 찾아 오지만,
넌 선생이고 난 학생이야, 넌 선생이고 난 학생이야, 라는 자격지심에 좀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얼마전 자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블라블라...
(이번엔) 전-혀- 못 알아 듣겠더라고요.
같이 얼굴 보며 얘기할 때는 대충 감으로 무슨 얘기려니 해서 듣고 말하고 그랬는데
전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얘기이고
게다가 잠에서 방금 깨어나 한국어라도 해도 버벅거릴 때였단 말입니다.
하여간, 원스 모어 세번 반복... 그러자 한국인을 바꿔줍니다.
친구는 그 한국인이 내게 말할 것을 영어로 통역해주고 싶었던 게죠.
아 그 친절함이라니... -_-;
인사 나누고 무슨 일이냐 물었을 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한국인 바꿔줄 것이지
왜 내 영어 실력의 끝을 확인하고서야 바꾸는 게야!
여튼 그런 일이 있고 하여 대응책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친구에게 과외비를 줄게, 하루에 얼마간 얘기를 나누자, 라고 말하면 실례일까요?
그 친구와 나의 관계상 아마도 우리 사이에 뭔 페이냐, 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제가 동양인스런 오지랖 친절을 많이 베풀었거든요.
사실 제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 페이라니 뭔 소리냐. 그냥 언제든 전화 해. 우린 친구잖아? 넌 한국인이면서 '정'도 모르니?
나: You are cooler than me.
...그렇게 될 것 같나요?;
이보게 친구. 코딱지만한 월급에 환율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다행이야. 한 통화에 만원씩...
그러면 좀 곤란.
님하라면 이 난국을 어찌 타개하시겠어요?
2010.07.12 16:19
2010.07.12 20:22
2010.07.1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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