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5 14:16
The Limey, 1999
어제 듀나 님이 올리신 리뷰를 보자마자 이건 내가 좋아할 영화라는 감이 왔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중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마침 왓챠에 있어서 봤고 만족스러운 감상입니다.
외로운 늑대과 범죄자의 과거 속죄형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시감이 들거나 지루함이 생기지 않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이 딸 때문에 미국에 온 영국인일 뿐인데 이 영국인이 돌아다니는 로스앤젤레스의 거리 풍경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주인공을 맡은 테렌스 스탬프의 얼굴이 큰 설득력을 가지기도 하고요. 멋집니다.
또 기시감, 지루함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듀나 님 리뷰에도 언급되는데, 편집의 역할도 큰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과거 회상이나 닥칠 일에 대한 상상이 뿌옅게, 흑백으로, 스크레치가 생긴 화면 등으로 중간중간 제시되는데 이것이 인물에 대한 설명 역할도 해 주면서 지루함 없이 진행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도 너무 과하면 스타일을 뽐내거나 현란해 보여서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적절하게 사용해서 영화에 살짝 신선함도 얹어 주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주요 역할 남자 배우들이 다 나이든 사람들입니다. 저는 테렌스 스탬프라는 배우의 젊은 날은 잘 모릅니다. 사실 최근에 본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출연했다는 것도 다 보고 나서 필모를 보고 알았어요. 또 기억력 부실의 서글픔에 빠지기 전에 '이 영화가 이십 년도 훌쩍 넘은 영화니 모르는 배우라 그럴 수 있다고'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배우의 오랜 경력을 보면서 '모르는 배우'였음에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영화 보는 거 좋아한다면서 봐온 영화의 범위가 참 좁네요.
그런데 표적 역할로 나오는 피터 폰다의 경우 젊은 날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워낙 유명하잖아요. 데니스 호퍼와 함께한 '이지 라이더' 말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 속에 '이지 라이더'가 떠오르는 대사가 본인 입에서 나옵니다. 언제나 새로우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았던 시대라면서 60년대를 언급해요. 그리고 차를 운전하면서 새 여친에게 예전에 오토바이로 도로를 달린 이야기도 하고요. 테렌스 스탬프의 경우엔 과거 회상 장면에 오래 전에 출연했던 영화의 장면들을 삽입했던 것도 보면 감독의 두 배우에 대한 예우가 느껴진달까, 그랬습니다.
일부 허술한 설정도 있었지만(총질하려던 용역깡패나 주인공이 할 짓도 뻔히 아는데 경찰이 바로 풀어 준다든지)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어요. 취향이 올드패션이라 그런가 봅니다.
루이스 구즈만이란 배우가 맡은 인물이 체 게바라의 얼굴이 크게 배 부분에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다녀요. 이 영화로부터 10년쯤 후에 스티븐 소더버그가 '체'를 발표했네요.
2022.09.15 14:28
2022.09.15 16:12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이군요.
2022.09.15 15:13
Lie Me 일 줄 알았어요. ㅋㅋ 저도 듀나님 리뷰를 읽고 언젠간 찾아봐야지... 했는데 왓챠에 있었군요. 정보 감사!
소더버그 영화들이 언제부턴가 좀 그런 느낌이죠. 큰 욕심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고 깔끔하게 뽑아내는. 이것도 안 봤지만 thoma님 글을 보니 그런 식으로 충분히 재밌을 것 같아요.
2022.09.15 16:20
저는 오래 전에 '리틀 킹'으로 처음 만났어요. 이후로 실망스런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좋게 본 거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이번에 첨 알았네요. 왓챠에 '언세인'이라는 클레어 포이 나오는 공포 영화도 있네요? 어떨지...
2022.09.15 16:31
음? 소더버그가 공포 영화도 찍었네요? 처음 알았어요. ㅋㅋ 이것도 나중에 봐야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2022.09.16 00:24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저도 소더버그 좋아합니다. 라이미 못봤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언세인'은 살짝 기대를 낮추고 보셔도 될듯합니다. 저는 다소 실망했거든요. 뭐, 그래도 소더버그입니다~
2022.09.16 09:13
저는 좋게 보았는데 만족하시면 좋겠네요.
'언세인' ...감사합니다. 참고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