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30 13:23
- 1998년작으로 이제 24년 묵었습니다. 97분이구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 스토리 모르실 분이 어딨겠어요. 설사 몰라도 영화 시작하면 다 예측 가능하니 뭐 부담 없이!
(아. 올려놓고 보니 재개봉 포스터네요.)
- 그러니까 제가 그 시절에 이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3년 뒤 '봄날은 간다'를 보고난 뒤엔 그냥 '멜로는 허진호가 짱이야!!'라고 외치고 다녔고 뭐 그랬습니다. 이후로 이 두 영화를 능가할만한 작품은 못 남겼(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수작에서 평작 이상은 되는 작품 두엇 더 남기고 그러셨죠. 최근작이자 빅히트작인 '덕혜옹주'는 소재도 그렇고 사람들 입소문도 그렇고 절대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안 봤고 앞으로도 영원히 안 보겠습니다만.
암튼 제가 워낙 멜로를 안 보는 사람이다 보니 사실 지금까지도 제게 한국 멜로 탑은 허진호의 초기작 두 편이었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그게 과연 지금 다시 봐도 그렇게 감명 깊을까.
(나는 참으로 자연스러운 동네 아저씨로소이다!!! 라는 포스의 한석규 표정.)
- 일단 아쉬운 소리부터 하자면,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네요. ㅋㅋ 뭐랄까. 여전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이제와서 다시 보니 뭔가 노림수 같은 게 눈에 띕니다. 그 당시엔 그냥 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뭐 그런 느낌으로 감동적이었는데. 아마도 그 시절에 나오던 한국산 멜로들의 과장된 드라마틱 무드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영화의 장점이 확 눈에 띄면서 다른 게 다 묻혀 버렸나... 싶기도 하구요.
근데 그 '노림수'라는 게 뭐 나쁜 게 아니구요. 그냥 이야기가 좀 지나칠 정도로 깔끔합니다. 그리고 또 은근히 '예쁨'에 대한 강박 같은 게 느껴져요.
(일단 심은하가 나오니 영화가 내내 예쁘긴 합니...)
- 주인공 '정원' 말이죠. 이 캐릭터가 이 영화 그 자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석규의 연기를 보면 이 양반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고작 30대 초중반이지만 심은하가 '아저씨'라고 부르니 아저씨인 겁니다!)여야 하거든요. 허허허 하고 실없이 웃는 폼이나, 맘에 드는 여자에게 재밌는 얘기 해준답시고 군대에서 겪은 귀신 얘기나 들려주는 폼이나, 가끔 남자 사람 친구들 만나서 노는 모습을 보면 영락 없는 소시민 아저씨가 맞아요. '화장하니 예쁘네~' 라든가 '진짜 좋아하는 남자 생기면 달라질거다~' 같은 대사들도 딱 분위기가(...)
근데 그 아저씨가 당시 톱스타 한석규의 형상을 하고서 엄청나게 깔끔을 떠는 겁니다. 네, 이 양반 가만히 보면 정말 깔끔해요. 대충 아무 동네 사진관인 척하는 '초원 사진관'도 가만 보면 엄청 깔끔 단정하죠. 집에서 편지 쓰는 장면에서 나오는 본인의 방도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소품들이 되게 깔끔하고 예쁘게 정리되어 있구요. 또 옷도 멋부린 티 안 나는 스타일로 되게 깔끔하게 잘 입습니다. ㅋㅋ (이건 심은하의 '다림'이 직접 대사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넘어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완벽주의적 깔끔함을 추구합니다. 이 양반이 차근차근 자기 죽을 준비 하는 걸 보세요. 그리고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까지 관리하고 지켜내는 걸 보시죠. 절대로 평범한 동네 아저씨가 아닙니다. ㅋㅋㅋ
(절대로 평범한 동네 아저씨는 아니라는 증거.jpg)
- 그래서 영화도 그런 느낌입니다.
작정하고 한국적인 신파를 완벽하게 제거해주마!! 라는 목표로 만들어진 것 같은 작품이고 아주 훌륭하게 성공합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들 장면들을 슬쩍슬쩍 타이밍 좋게, 톤 조절 완벽하게 해서 집어 넣어요. 이한위 친구님과 술 먹는 장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오열하는 장면, 전설의 그 비디오 작동법 가르치는 장면 같은 것들은 지금 봐도 참 훌륭합니다.
한석규 심은하 둘 다 이 영화로 극찬을 받았던 기억인데. 지금 와서 보면 그 좋은 연기들도 사실 감독의 기획과 통제의 영향이 아주 컸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면 사소한 장면들에서도 연기에 디테일이 되게 많아요. 그냥 둘이 걷기만 하면 되는 것 같은 장면도 가만히 보면 뭔가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사소한 디테일들이 들어가 있고 그렇습니다. 뭐 그 중 일부는 배우 애드립도 있겠지만, 거의 영화 내내 그러는 걸 보면 애초에 세세하게 지시된 연기였던 거겠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영화가 그냥 내내 쭉 예뻐요. 근데 팬시하게 꾸며낸 느낌을 최소화하면서, 마치 일상의 리얼리티라도 담아내는 중이라는 느낌으로 예쁩니다. 특별히 호사스럽게 예쁜 피사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배경도 걍 일상적인 배경들입니다만. 좀 집요하다 싶은 느낌으로 구도를 잡아내고, 거기에 살짝 색 바랜 듯한 색감의 화면이(근데 이거 넘나 인스타 갬성인 것...) 결합돼서 그냥 쭉 내내 어여쁘십니다. 나중엔 그 집요함 때문에 살짝 갑갑하단 생각도... ㅋㅋ
('연기자'로서의 심은하 리즈 시절 개막을 알렸던 영화였죠. 지금 봐도 막 되게 잘 하는 연긴 아니지만 충분히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 근데 그래서 별로였다는 얘긴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감탄하면서 봤어요. 1998년에 한국에서 이런 스타일로 이 정도 완성도의 멜로를 뽑아내다니. 어쨌든 허진호가 능력자였고 또 한국에선 이 장르에서 선구자적 인물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네요.
근데 덤으로 생긴 궁금증 하나는 이거였네요. 허진호는 원래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아님 그냥 어쩌다 일본 영화 쪽 갬성이 충만한 영화 감독이 되었던 걸까. ㅋㅋ 영화의 배경, 캐릭터들, 정서가 다분히 일본 영화스럽더라구요. 찾아보니 일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 영화가 일본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았고, 그래서 리메이크까지 되었다고.
(이 할머니 장면도 당시에 많이들 감명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 허진호 영화들이 다 그렇듯 남자 이야기죠. 다림의 캐릭터는 마치 '소나기'의 소녀 마냥 피상적으로, 내면을 알 수 없게 그려집니다. 그냥 정원의 삶에 갑자기 난데 없이 마구 내려친 벼락 같은 축복이랄까요. 그래서 영화를 통틀어서 정원 없이 다림이 뭘 하는 장면은 다 합해야 2~3분 될까 말까 하구요. 그나마 그것도 뭔가 배우에 대한 예의상 넣은 것 같달까. 다 쳐내 버려도 아무 상관이 없는 장면들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이건 본격 멜로라기 보단 그저 한 아주 깔끔한(...) 남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이 다림의 난입으로 인해 좀 더 로맨틱하고 행복해졌을 뿐. 마지막을 보면 정원이 다림을 보내고 기억하는 방식도 결국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 정도였던 거죠. 절대로 둘의 사랑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실제로도 제 주변에선 한석규가 심은하를 몰래 바라보는 장면보다도 요 장면 얘길 훨씬 많이 했었거든요.)
- 다시 보니 한석규와 심은하의 연기에서 살짝 흠이 느껴지긴 합니다. 심은하는 표정이나 행동 같은 건 다 자연스러운데 가끔 대사가 좀 서툴어요. 그리고 한석규는 서툴다 싶은 부분은 없지만 종종 과장된 느낌이 들구요. 하지만 뭐 꼬치꼬치 따지는 느낌으로 봤을 때 그렇단 얘기고, 그냥 보면 둘 다 좋았습니다. 심은하는 일단 비주얼로 납득을 시키는 가운데(...) 본인 역할에 맡게 발랄하게 에너지 넘치고 예쁜 모습 잘 보여주고요. 한석규도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번 남겼죠. 앞서 말한 비디오 작동법 장면도 그렇고. 또 마지막의 셀프 영정 사진 촬영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주제가도
(사실 이 사진관이라는 공간, 소재도 넘나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냥 딱 맞아 떨어지는 메타포라 굳이 언급을 하기가 싫을 정도... ㅋㅋㅋ)
- 아... 이게 글을 적다 보니 뭔가 트집 잡기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ㅋㅋㅋ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잘 봤습니다. 그 시절처럼 막 감동 받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건 뭐 세월 탓이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깔끔하게,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느낌으로 한국 멜로판에 새로운 스타일을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퀄로 제시한 영화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감탄하면서 봤구요. 그럼 다음 감상은 또 대략 20년쯤 후에... (쿨럭;)
+ 시작할 때 유영길 촬영감독님 언급하는 자막이 나오죠. 그 분의 유작이었는데. 2022년에 이 영활 보니 명복을 빌 분이 한 분 늘었더라구요. 한석규의 옛사랑 역으로 나온 분이 전미선씨...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과 안 어울리게 8월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지난 1998년 1월에 개봉했었네요. ㅋ 결국 촬영은 1997년에 했을 거고. 그래서 그런지 등장 인물들이 아무도 핸드폰을 안 씁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내는 엇갈림은 핸드폰이 있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역시 첨단 문명은 낭만의 적!! ㅋㅋㅋ
+++ 근데 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과연 우리 정원씨가 그리 좋은 양반이었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옛사랑 전미선과 대화할 때, 자기랑 잘 안 돼고 딴 남자에게 시집가서 애 둘 낳고 두들겨 맞고 살다가 친정으로 도망쳐 온 그 사람이 "왜 결혼 안 했어?"라고 묻는 데다가 "너 기다리느라 안 했지? 허허헝" 이러는 걸 보면 사실 좀 사악한 사람일 것 같기도 하고... 흠.
마지막에 심은하를 멀리서 바라만 보다 가는 것도 그렇지 않나요. 그 시절 갬성으론 '곧 죽을 테니까 다림의 행복을 위해!! ㅠㅠ' 이런 식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사 생각해보면 결국 그냥 이승과의 깔끔한 작별을 위한 거구나... 라는 쪽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제 감성이 늙어서 그런 건가요. ㅋㅋ
++++ 문득 깨달은 것. 제가 근래들어 챙겨 본 이 시절 멜로 영화들 있잖습니까. '동감', '시월애', '8월의 크리스마스'. 이 세 편을 통틀어서 주인공들의 키스씬이 나오는 영화가 하나도 없습니다. 포옹 한 번도 안 해요. 아니 뭐 '동감'은 주인공들이 연인 관계가 아니긴 하지만, 각자 연인들하고도 안 했죠. 김하늘이 박용우랑 키스씬이 나오긴 하는데 상상 씬이었구요. 음. 이 시절 한국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스킨십은 어떤 관계로 생각되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2022.09.30 13:35
2022.09.30 13:53
화이트 발렌타인은 기억 속에서 거의 20년만에 꺼내지는 제목이네요. 박신양 전지현이었죠. ㅋㅋ 버스, 정류장은 루시드 폴의 OST 덕에 지금도 기억이 꽤 납니다. 좋은 곡들 많았고 영화도 예쁜 그림들은 많이 기억나는데 내용은 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애초에 밍숭맹숭을 의도한 영화라 그런지 어제 봐도 좀 밍숭... 하더라구요. ㅋㅋ 그걸 되게 감명 깊게 봤던 20대의 내 갬성은 어디로!!! 라면서 봤어요. 뭐 지금도 좋긴 했는데, 그 때랑은 다르더라구요.
2022.09.30 14:06
저는 이 영화 안 봤고, 앞으로도 볼 예정에 없습니다. 스틸에서부터 척 봤을 때 팬시한 예쁨은 아니지만 무언가 어쩔수없는 팬시스러움으로 일관돼 있다는 인상을 줬거든요. 별로 안 땡기더라구요. 이쁜 화면들에는 감흥이 없어서. 그래도 안 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읽는 건 즐겁습니.. 이 무슨 악취미야 ㅋㅋㅋ 훈남의 최고봉을 구현하는 한석규나 심은하는 예상대로의 캐릭터로군요. 맹숭맹숭한 거 별로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으로는 기타노 다케시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오르네요. 그것도 지금 보면 어떨까.. 암튼, 그 시절 멜로를 달리실거면 미술관 옆 동물원도 보셔야죠. 당시 유일하게 본 멜로고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의 심은하 연기를 생각하면 감독의 디렉팅을 잘 소화하는 영리한 배우였다 싶습니다.
2022.09.30 14:10
2022.09.30 14:13
보지도 않고 첨언하는 게 조심스럽긴 한데, 세계나 인생에 대한 해석보다는 특히 중심이 되는 한석규 캐릭터에서 에고를 그럴 듯하게 전시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22.09.30 14:19
나름 삶과 죽음에 대해 열심히 성찰하는 영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뭔가 일본 영화스럽게 정갈함에 집착하는 면이 분명히 있어요. 그게 아마 말씀하신 '팬시스러움'과 연결되는 것 같구요.
미술관 옆 동물원은 로맨틱 코미디 아니었던가요. 사실 저는 그거 안 봤거든요. ㅋㅋ 이거 보면서 왓챠에서 찜 해놓긴 했습니다. 이 영화로 시작해서 그 영화에서 꽃을 피운 게 심은하의 연기였다고 들었는데. 나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하.
2022.09.30 14:48
2022.09.30 14:11
2022.09.30 14:23
혹시 오해해서 적으신 거라면, 저 위의 심은하 복장은 주차단속요원 복장이에요. 교복과 30대남 로맨스는 위에서 woxn3님께서 언급하신 '화이트 발렌타인'이나 '버스, 정류장' 쪽에 가깝겠네요. 극중에서 두 주인공의 나이 차이는 언급되지 않지만 배우 나이로 생각하면 대략 8살 정도. 심은하는 20대 중반, 한석규는 30대 초반 정도입니다.
아마 당시 사람들의 결벽증도 있었겠지만 또 탑스타 배우들의 스킨십 연기를 좀 꺼려하던 당시 영화 제작 풍토 영향도 있지 않았으려나 싶어요. 그땐 정말 베드씬 나오면 장안의 화제였고 키스씬만 나와도 엄청난 홍보 포인트가 되고 그랬죠. 덧붙여서 전지현은 '시월애'나 '화이트 발렌타인'을 찍을 때 애초에 미성년이어서(...)
2022.09.30 14:48
2022.09.30 17:38
2022.09.30 14:45
당시 (1998년) 젊은 시네필들에게도 반응이 정말 좋았었죠.
현재의 기준으로 절대적인 평가를 하자면 트집 잡을게 한두개가 아니겠지만
당시 한국문학부터 드라마에 영화까지 넘실거리던 감정과잉?이랄까 자의식과잉은 덤이고,
그러다가 그런 추세와 선을 긋는 뭔가 당시에는 비주류적 감성이라 할 수도 있는 이런 관조적인 시선과 태도로 만들어진 미장센에
한석규와 심은하같은 당시 주류of주류 탑of탑 찍던 배우들이 무심한듯 시크하니 이쁘고 멋지게 나오니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었죠.
아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소견인데요. ‘사진관’….은 ‘뻔한’ 메타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현대적인 ‘문화유산’이라고나 할까? ㅎㅎ
2022.09.30 17:28
2022.09.30 14:51
이 영화를 시나리오 문서로 보면 꽤 비었어요 이야기도 단순하기도 근데 연기나 연출로 엄청 채워넣었더라구요 이 영화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그런 면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정원이 평범한 아저씨라면 아마 다림을 데리고 놀았을거에요 정원에게 다림은 좀 잘살다 가고 싶은 마음에 태클을 거는 마지막 유혹같은 거였을 겁니다
근데 맨 마지막에 잡히는 화면에 칵테일바 간판이 나옵니다 영화는 참 엄청나게 깔끔을 떠는데 그런 간판이 마지막에 보이니까 의뭉떠는 영화에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 같기도 했네요
2022.09.30 17:30
2022.09.30 15:00
여담 하나 +
이 영화 덕분에 매니아?들에게만 유명했던 군산의 근대문화유산 도시풍경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너무 흔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역사문화적 소재로 도시재생 같은 프로젝트가 쉽게 시작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덩달아 대인터넷 시대와 맞아 떨어지며 군산의 맛집들이 전국적인 각광을 받고 ㅋㅋ
2022.09.30 15:11
2022.09.30 17:32
2022.09.30 22:51
2022.09.30 16:49
저도 당시 한국영화들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나름 씨네필로서 무지 애정하는 작품인데 정말 정갈한 느낌이 일본영화들 비슷하긴 하네요. 제 기억으로는 그정도로 '팬시'했었던가? 싶기는 한데 다시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말씀대로 다림은 정원이 깔끔하게(?) 이승과 이별하려는 참에 뜬금없이 벼락처럼 나타난 것이 맞네요 ㅋㅋ 그런데 하필 그런 상황에서 만난 거라서 정원에게 행운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또 거시기한 부분이 있고... 다행히 딱히 누구 악역은 커녕 조금이라도 얄미운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으려는 감독의 강한 의지! 같은 것이 있어서 어쨌든 그런 감정을 마지막에 더 느껴보고 떠날 수 있었던 정원에게는 물론이고 다림에게도 상처까지는 되지않을 나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하게되죠 ^^
한석규, 심은하 두 배우 모두 일종의 열연 보다는 그런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감독에게 요구받은 것이 틀림없고 결국 작품에 어울리게 너무나도 잘 소화해줬던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둘의 스타성, 이미지 때문에 특히 개봉 당시에 보던 관객들에게는 전혀 이렇다할 트집잡을 부분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신구님도 너무나 찰떡같은 역할이었고 이한위 배우도 그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먹는 씬에서 참 좋았쬬. 비중이 별로 많진 않았지만 故전미선 씨와 한석규의 씬은 여주 다림과의 러브라인보다 더 애절한 무언가가 와닿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2022.09.30 17:38
2022.09.30 18:52
2022.09.30 19:23
네 멋대로 해라! ㅠㅜ
아직 아무도 시집, 장가 가기 전에 식구들 모두 모여서 보면서 훌쩍훌쩍하던 기억이 나네요. 양동근, 이나영, 신구, 윤여정, 공효진은 물론 이세창마저도 훌륭해 보였던 그 드라마. 집에 디비디가 있어서 언제든 볼 수 있긴 한데 그냥 그 때가 그립읍니다. 그 버스 정류장은 이미 싹 다 바뀌었겠죠.
2022.09.30 19:41
2022.09.30 20:00
2022.09.30 21:22
저도 아주 좋게 보았고 한동안 최고의 멜로영화라고 생각했었지요.
다시 보면 저도 감상이 좀 달라지겠지만 저는 그냥 기억속에 남겨두렵니다 ㅎㅎ
2022.09.30 22:36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ㅋㅋ 다시 보고 나니 머리로는 좀 더 잘 이해하게 된 듯한 기분이지만, 그동안 기억과 마음 속에 남아 있던 그 느낌은 살짝 바랜 듯도 하고 그러네요.
2022.09.30 22:19
저는 이시절 영화가 살을 많이 안보여줘서 좋더라고요.
제가 그런 살색에 결벽증스러운 혐오가 있어서 그런지
2022.09.30 22:37
멜로나 로맨스물들은 요즘도 살은 많이 안 보여주지 않을까요. ㅋㅋ 근데 순수한 로맨스 장르는 영화로는 잘 안 나오는 것 같긴 해요. 그쪽 수요는 주로 드라마로 소화되는 듯.
2022.10.01 14:16
허진호의 유일한 명작이죠. 이 한작품만 만들었다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감독으로 남았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이렇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섬세한 감정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2022.10.01 16:01
전 이 영화보다 '봄날은 간다' 파이지만 이 영화가 훌륭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구요. ㅋㅋ
부디 마음의 여유를 빠르게 되찾으시길 빕니다.
2022.10.01 21:06
2022.10.01 22:03
맞아요 조성우 음악감독. 딱 이 때쯤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가 전성기였던 듯요. 한석규의 노래는 살짝 무리수라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냥 영화 속 캐릭터가 부른다고 생각하고 들음 괜찮더라구요. ㅋㅋ 봄날은 간다까지 그대로 맡아서 그런지 음악 활용 스타일도 비슷하구요.
한 때 이런 거 많이 나왔고 꽤나 챙겨봤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전지현 주연의 '화이트 발렌타인'이네요. '버스, 정류장'도 좋아했고요. 문득 그러나 한국 영화에서 가장 예쁜 건 '장화, 홍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초명작으로 남아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너무 세련되어서 그런가 저에게는 좀 밍숭맹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