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빌리 서머스 1' 잡담

2022.09.24 12:53

thoma 조회 수:434

군대 저격수 출신인 살인청부업자 빌리는 의뢰받은 일의 디데이를 기다리며 의뢰인이 마련해 준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지냅니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정확한 일자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남들 앞에 직업적 전문성을 내 보이지 않아도 되고(과연 그럴까요?) 혼자 긴 시간을 (빈둥거리며)보내는 것이 이상할 것 없는 직업인 '작가'로 위장하게 됩니다. 

집은 소도시 노동자 계층이 많이 사는 주택가에 있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제 느낌에 미국의 이 동네 공동체가 개인에겐 참 빡세달까, 만만치 않은데요? 걸핏하면 이웃들과 왕래하며 음식을 나누어 먹고 여가를 함께 (해야)하네요. 양인들이라 하면 떠올리는 개인주의나 외톨이여도 되는 라이프 스타일의 허용 범위가 아주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별로 안 좋아하고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는(이게 그리 특이한 걸까요.) '괴팍한 외톨이'로 찍힐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우리도 아이를 기르는 부모 역할을 해야 할 시기엔 '내 스타일대로 산다'라는 건 어렵죠. 아이의 학교나 학원, 지역에 따라선 동네 차원에서 소소한 친목의 울타리들이 생기게 되고 부모의 정보로 소속시키고 이끌어 가야 하는 시기도 있으니까요. 남들과 비슷해지지 않으면 남들만 못해진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시기가요... 그래도 미국의 요런 동네 경우엔 학업이나 진학 관련이 아니고 아이의 사회화와 관련된 일상이라 나은 거라고 봐야 할지도요. 이러나저러나 '괴팍한 부모'에겐 전방위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떠나서 아이를 키우는 우주의 공통된 상황인 것 같네요. 

이 소설에서 이웃 공동체의 상호간섭이 많은 건 지역적, 주거지 형태적 특징 때문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지만 분위기만 보자면 우리 나라 면, 리 단위 정도되는 시골 동네와 비슷합니다.(우리 시골 괴담격인 '집주인이 없으면 마루에 턱하니 앉아 눈에 들어오는 주전부리를 먹으며 올 때까지 기다리다 낮잠을 자기도 한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요.) 갑자기 스티븐 킹의 이웃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메인 주의 포틀랜드는 꽤 작은 도시라고 하던데요.   

내 머리 속에 미국의 개인주의에 대한 환상을 누가 심어놓았는지... 이런 소도시 주택가의 미국인의 생활을 픽션들을 통해 접할 때 우리와 별 차이 없네?? 내지는 요즘 우리 보다 더하네?? 라고 확인하며 자주 생각을 수정해야 합니다. 

작가가 쉽게 위장이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조금 걸립니다. '작가'도 아주 범위가 넓어서(픽션, 논픽션, 운문, 산문...) 이 소설 속에서처럼 '뭘 쓰는지는 비밀이여'라고 하면서 버틸 수는 있겠지만 인물에 대한 관심(의심)을 가지면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구사력에서 티가 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렇게 자주 꼬맹이들 포함한 여러 이웃과 어울려야 하는데 며칠은 될지라도 몇 달이 가능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살인청부업자 주제에 인간성이 온화하고 사교성이 발달되어 자꾸 이웃들과 선을 넘는 친교를 맺는 것이 뒤탈을 예감하게 하여 아직 1, 2권 중 1권을 마치지 않은 채 조금 끄적여 보았습니다. 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 온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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