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4 09:52
계속 봐도 문동은과 주여정 멜로는 영 적응 안되네요.
일단 케미가 전혀 없어요. 근데 이건 이도현 배우의 연기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캐릭터 자체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두 배우가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분위기는 좋을 수 있는데 그냥 안 어울려요.
주여정이 문동은한테 그렇게까지 빠져든 이유도 설명이 잘 안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복수만 빠르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는데 문동은이 주여정, 하도영과 만나서 대화할 때마다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폐허, 영광 이런 대사는 정말.... 한 번도 괴로웠는데 계속 나오더라구요. ㅠ
주여정이 엄마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칼 춤 줘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도요. 현실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명, 망나니, 칼춤 같은 대사가 나올 때마다 제가 김은숙 드라마를 안 본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송혜교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은데 대사 톤이 너무 똑같아요. 그리고 하도영 역을 맡은 배우 말투도 뭔가 어색했어요. 너무 멋있는 척 하는 것 같아서.. (...)
역시 양아치들 연기가 훨씬 좋네요. 죽어도 싼 인간들이긴 한데 뻔뻔한 표정이나 말투가 은근히 웃기더라구요. 욕을 참 맛깔나게 하지 않나요?
이게 한국어를 이해해야 웃긴데.. 번역 자막으로 보면 그 맛이 안 살 듯요.
보편적인 내용이라서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할 것 같아요. 오리지널에 나오는 악역들만큼 연기를 잘할 것 같진 않네요.
그리고 비밀의 숲 볼 때도 느꼈지만 안길호 PD의 연출력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2023.03.14 10:27
2023.03.14 10:31
문동은과 주여정이 안 어울린다는 말 100퍼 공감합니다. 그래서 그럴 바엔 로맨스 요소를 그냥 거의 배제하고 그냥 복수극 파트너로 갔으면 쿨하고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물론 드라마니까 극적이고 멋진 대사로 가는 게 맞긴 하지만 이건 그냥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거 같고요. 어느 정도의 문제이기도 하겠죠. 제가 오래 전에 번역 일을 했었기 때문에 대사를 들으면서도 저건 영어로 어떻게 번역했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뭐 그건 그냥 번역하시는 분들 몫이고 작가 입장에선 거기까지 신경쓸 순 없죠.(딸기와플님이 작가한테 뭐라했다는 게 아니라요.) 갠적으로 전재준 캐릭터의 대사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제일로 재밌어요. 그리고 전재준 캐릭터는 물론 나쁜 놈이긴 한데 부성애가 많이 부각되고 재밌는 대사며 잘 생긴 외모 등으로 인해서 저렇게까지 되어야 되나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암튼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무분별한 폭력과 분노가 아닌 치밀한 계획하의 냉정한 복수극이란 컨셉이 잘 먹힌 드라마 같아요. 배우들도 다들 아주 잘해줬고요.
2023.03.14 19:32
주여정은 복수를 돕기 위해 필요한 캐릭터라 문동은과 엮기 위해 들어간 멜로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어요. 주여정 맡은 배우가 제일 연기 재미가 없었을 거 같습니다. 악역들은 두루 연기를 잘 하던데 특히 저는 목사 딸로 나온 마약쟁이 배우가 너무 잘 해서 유심히 봤어요. 대사를 주고받을 때 타이밍도 감각 있었고 저는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 경력이 있는지 연기가 무르익은 느낌이더라고요. 이 드라마의 발견이었습니다.
문동은 혼잣말은 편지체려니 하고 문어적인 표현도 괜찮았는데 대화하면서 비유를 계속 이어가거나 추상적인 큰 단어가 연거푸 나오는 장면들은 좀 거북했어요. 재치있는 통쾌한 대사도 많았지만요. 욕설이 과하고 많은데 이런 건 뭐 어지간한 넷플릭스 외산 드라마도 마찬가지이고 한국 욕이라 유독 찰지면서도 거슬리고 과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죠.
드라마 전체 느낌은 자신과 악연이 없는 더러운 손들의 협조로 자신과 악연이 있는 나쁜 놈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같더군요. 마지막 회의 절에서 사채쓸 일 있으면 찾아오라던 재력가 여성을 보니 그런 정리가 되더라고요. 건설회사대표인 정성일도 예의는 깍듯하고 문동은 일에선 더러운 면이 나타날 일이 없었지만 깨끗하긴 어려운 위치가 아닌가 싶고요.
암튼 뭐 오징어게임에 이어 외국인들에게 한국 현실은 과연 청소년기부터 거칠고 극단적이고 다이나믹하다는 부정적 정보와 호기심을 잔뜩 안겨 줄만한 또 한 편의 k드라마 아닌가 싶습니다.
멜로 부분은 더 보시길 권해요. 더 나온다고 멜로의 설득력이 생기느냐하면 그건 아닙니다만;;
김은숙식 대사가 싫어서 저도 몇 개는 보다 포기했는데 칙칙한 드라마에 나오니까 괜찮더군요. 계속 그런 대사가 다다다다다 나오다 보니 그런 유니버스에 적응이 됐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