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야구를 시작한 지도 어언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보직은 투수, 좌완입니다.


제가 "사회인야구 팀에서 투수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대개 사람들은 “앗, 정말? 얼마나 빨리 던지시는데요?”라고 묻습니다.


얼마나 빨리 던지느냐.

형편없습니다.

스피드 건에게 창피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컨트롤은 좋느냐.

상대팀 타자 몸에 퍽 하고 맞는 볼이 회당 서너 개쯤 나옵니다.

상대 선수들한테 빠따로 맞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투수로 계속 기용되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왼손 투수가 드물어서일까요? 아니면 잘생겨서?


물론 저도 잘 던지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포수 미트에 팡팡 소리를 내며 빨려 들어가는 공을 던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보니 구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볼의 빠르기를 늘려볼 요량으로

평소에도 야구공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는 게 버릇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감싸 쥐고 있기도 하고,

엄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살살 돌려보기도 합니다.


헌데 야구공을 만지고 있노라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요.

혹시 공인구를 만져본 적이 있으신지.


세상에는 축구공, 테니스공, 탁구공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이 있지만,

야구공만큼 부드럽고 감촉이 좋은 공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법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직 성욕을 자극당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진 않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합 중에 와인드업을 하다가...

참으로 난감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인구의 외피는 천연가죽, 즉 소의 가죽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때 가죽은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꿰매지요.

그러다 보니 공인구라고 해도 제각각 크기나 무게가 다릅니다.


야구 중계 중에,

간혹 투수가 공을 쥐고 있다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심판에게 다른 공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시지요?


이것은 손가락 감촉에 거슬리는 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인구를 박스째 사다가 침대 옆에 쪼르르 늘어놓고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하나씩 번갈아 가며 쥐고 자 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아아 대관절 나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나 싶은 것입니다(한숨).



덧) 밥 먹고 졸리기도 하고, 궁금한 게 있어서 또 들어왔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내일 소개팅을 한다고 적은 거 보신 분만 답변 좀.


자꾸 이런 거 올려서 송구해요. 저도 환장하겄어요. 창피해서 어디 다른 데 가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원래는 내일 다섯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헌데, 문자가 왔어요.

“친구 결혼식이 다섯시라서 그런데 두시에 보면 어떻겠느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음. 2시로 시간을 바꾸는 거야 문제가 아닌데. 흐음. 근데 이거. 별거 아니긴 한데.

이상하게 마음이 약간 상하더라고요.


뭔가 힘이 될 만한 얘기 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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