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리버피닉스 20주기였잖아요..


예전에 맷 데이먼을 직접보고 자신의 과거 얘기를 감동적으로 쓰셨던 분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고서 제가 감동했던건 저도 어쩌면 비슷한 포맷의 경험이 있어서 였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저에겐 바로 리버 피닉스ㅠㅜ..


저는 한참 감수성 예민하고 개인적으로도 힘들던 시절에 띄엄띄엄 본 리버 피닉스의 영화에 감동하고 위안도 받고 그랬던거 같아요. 


리버 피닉스가 죽은건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였어요. 


국민학교때였죠.아마 신문인지 어떤 매체를 통해서 헐리웃의 금발머리 미소년 스타가 약물중독 때문에 죽었다고 했고 사진도 얼핏 본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영화라는 매체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리버피닉스의 영화를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저는 그럴 수 없었죠.


제가 살던 집에는 비디오는 커녕 티비도 없어서.. ㅠㅜ(이건 뭐 북한에서 자란것도 아니고..)


저는 태어날때 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남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특수한 가정적인 환경때문에 가족과 그에 더해진 주변의 특수한 환경아래에서 억압받고 고통을 받고 있었죠. 


그렇게 그 시간 속에서 4년정도의 텀을 두고 '허공에의 질주'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을 봤죠. 


허공에의 질주를 본 때는 제가 아직 덜 자란 애인 상태에서 그 특수한 환경이 주는 억압의 정점에 있던 때였고..


몇년이 지나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을 봤을 때는 저의 개인적인 투쟁과 싸움이 어찌어찌 끝나고 이제는 독립이 가능한 어른이 된 때였어요. 


허공에서의 질주를 볼때에는 리버 피닉스가 그토록 떨어지고 싶었던 족쇄같은 가족들에게서 떨어져서 텅빈 공터에 홀로 남았을때 그걸 보고 울고 ㅠ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에서는 리버 피닉스가 치기어린 청춘을 보내고 전쟁속에서 부상도 당하고 돌아와 그저 몇년 전 하룻밤 잠깐 밤을 세워 얘기하던 여자의 품에 안겼을 때.. 또 그걸 보고 ㅠㅜ..


그렇게 다른 시간속에서, 제가 각각 처했던 어려움과 힘든 시간속에서, 리버 피닉스라는 요절한 헐리웃 스타는 저에게 어딘가 위로와 위안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더군요. 퇴폐적이고 염세적이지만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낭만적인 분위기? 도대체가 쓸데없고 끝없이 패배적인 느낌이지만 어떤 몽환적인 달콤함..? 


더 세월이 지나고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란 매체는 팝콘과 함께 즐기는 오락이 되어 버렸는데 지금 뒤 돌아 보니 한때는 정말 감정을 몰입해서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던 영화라는 것, 그 한가운데 리버 피닉스가 있었던거 같아요.


어제 두 영화의 DVD를 뒤져보니까 '허공에의 질주'는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은 없네요. 


있는건 사긴 할텐데 다른 하나는 언제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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